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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onobono Mar 06. 2018

노을 이야기

시작~

평소에는 별 생각없이 살고 있었는데.. 최근 일주일 ~ 열흘 정도 사이에 오랜만에 만난 사람들하고 근황토크를 할 일이 몇번 있었다.. 


- 그냥 뭐 회사 집 회사 집, 주말엔 집 그렇게 살아

- 요즘은 그거 안해, 저거 안한지 몇년 됐어, 이건 뭔지 기억도 안나네 이젠

- ...


내가 참 재미없게 살고 있더라.. 그리고 늘 추억팔이나 하며 옛날 얘기로 근황을 대신하는 내가 한심하기도 하면서 안스럽기도 하면서 막 그랬다..


그래서 결심했다.. 날씨 좋은 날엔 반차나 반반차를 쓰고 노을 사진을 찍으러 다녀보자!!


예전에 갔던 곳들 몇개 회사나 집에서 1~2시간 거리에 있는 곳들 위주로 리스트업을 하고 예상 시간 등을 간단하게 메모를 하기 시작했다.. 


원래는 날씨도 좀 따뜻해지고 해도 길어지면 시작할 예정이었는데.. 

지난 주에 우연히 몇년전에 같이 일했던 분과 연락이 닿아서 혹시 저를 기억하시냐고 인사를 건냈다.. 


"사진 잘찍는 승보님!! 내가 왜몰랑" 


이라고 반갑게 인사를 해주셨는데.. 

"사진 잘찍는" 이 단어에 약간 울컥했다고 해야할까 좀 슬펐다고 해야할까.. 가슴에 뭔가가 팍 꽂히는 그런 쌔한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원래 계획을 좀 땡겨서.. 지난 금요일!!! 하늘에 구름한점 없이 날씨가 좋길래 가려고 뽑아놓은 곳들 중에 탄도항을 가보기로 했다.. 집에서 대략 1시간 조금 넘는 거리이고 볼거리도 꽤 있는 곳이고 전에도 한번 다녀온 곳이라 첫 출사지로 적당해 보였다..


회사에 반차를 급히 내고 집에 들려서 카메라와 삼각대를 챙겨서 네비에 탄도항을 입력하고 출~~~~발~~~~~~ 했다..



이번에는 탄도항 바로 옆에 있는 전곡항을 가보기로 했다.. 어차피 일몰과 풍력발전소만 같은 프레임에 담으면 되는거라 다른 각도에서도 보고 싶었기 때문에.. 그런데 막상 도착을 해보니 해가 떨어지는 포인트와 풍력발전소들과 거리가 너무 멀어서 다시 차를 돌려 탄도항으로 갔다.. 전곡항과 탄도항은 바로 옆동네라 차로 5분정도 거리..



탄도항에는 이미 삼각대를 펼쳐서 자리를 잡고 사진을 찍는 진사분들이 여럿 계셨다.. 나도 자리를 잡고 타임랩스를 찍기 위해 삼각대에 폰을 거치해서 촬영을 눌러놓고 카메라로 몇 컷 찍었다.. 광각으로도 찍고 살짝 땡겨서도 찍고.. 



요건 아이폰에 기본 카메라로 찍은 타임랩스.. 꽤 오래찍었다 생각했는데 25초.. ㅎㅎ


도착했을 때는 노을의 붉은 빛이 괜찮았는데 해가 수평선에 가까워질 수록 자욱한 먼지들 때문에 해가 떨어진 이후에 맑고 고운 남색의 하늘은 볼 수가 없이 그냥 밍밍하게 끝이 나버려서 많이 아쉬웠다.. 


맑은 날씨 뿐만 아니고 미세먼지 농도 같은 것도 챙겨서 시야 확보가 잘 되는 날 위주로 출사를 나가야겠구나라고 생각했다.. 이런 맑은 날에도 시야가 엉망이라니.. 우리나라 대기 오염 정말 어쩌냐.. ㅜㅜ



타임랩스를 다 찍고 돌아오려다가 오랜만에 여기까지 왔는데 그냥 이렇게 가야하나 하는 아쉬움에 다른 쪽으로 자리를 옮겨서 몇 컷 더 찍었는데 역시 먼지에 가려진 흐릿한 사진 뿐이었다..


요건 예전에 탄도항에 왔을 때 아이폰으로 찍었던 사진들.. 필터빨도 좀 있긴 하지만 이 때는 날씨가 정말 좋았는데.. 쩝쩝쩝..

그리고 요때는 물이 일몰 시간과 간조 시간이 겹쳐서 바닷길이 열려 풍력발전소 바로 아래까지 갈 수 있었는데 이번엔 만조라서 바닷길은 볼 수 없었다..


여튼 아쉬움이 참 많이 남는 첫 노을 이야기 출사였다..






그래서.. 오늘 또 반차를 내고 다시 탄도항에 갔다!!! 

점심시간에 점심을 먹고 들어오며 하늘을 보니 지난 금요일과는 달리 햇빛도 좋고 시야도 좋은 그런 화창한 날씨!! 

주말에 계속 비가 오고 오늘 아침에도 살짝 비가 오더니만 가뜩이나 지난 금요일 출사에 아쉬움이 많았으니..


사무실로 들어와서 다시 반차를 내고 집에 들려 카메라와 삼각대를 챙겨 다시 탄도항으로 고고!!!


지난 번에는 수원 시내를 가로질러 가는 바람에 시간도 오래걸리고 가다 서다 가다 서다를 반복해서 운전하기가 무척 지루했었기 때문에 이번에는 네비에서 고속도로 우선으로 설정하고 고속도로로 씽씽 달렸다.. 


그런데 처음 네비에서는 톨비가 3200원이라더니 신갈 IC에서 경부 고속도로로 들어가더니 곧 무슨 무슨 고속도로로 들어갔다가 빠져나오고 다시 어쩌고 어쩌고 고속도로로.. 덕분에 톨비만 6900원.. -_-;; 거리는 더 멀고 시간은 살짝 단축됐지만 이래야만 했을까 하는 생각이.. -_-;; 그래서 돌아오는 길에는 다시 국도 위주로..



여튼 달리고 달려 이번에도 일단 전곡항에 도착.. 저번에는 못봤던 등대도 한 컷 담아왔다.. 오른쪽으로 카메라를 살짝 더 돌리면 요트 정박장도 있어서 전곡항도 나름 볼거리는 괜찮다.. 


그런데 문제가 하나 있었는데.. 저번과는 달리 바람이 어마어마하게 분다.. 나중에 사진 다 찍고 돌아오는 길에 전광판을 보니 파랑주의보라고.. -_-



그래도 지난번 보다 훨씬 맑은 하늘과 맑은 노을을 볼 수 있었다.. 때깔도 더 곱고.. 

살짝 아쉬운건 하필 해가 떨어지는 곳에 짙은 구름이 있어서 해가 일찍 사라졌다는게.. 


뭐 그래도 이정도면 만족!!



타임랩스도 찍었는데 바람이 너무 쎄서 흔들렸다.. -_-;; 

이렇게 바람이 쎌 때는 더 무거운 삼각대를 챙겨야겠다..

해가 다 떨어지고 맑고 고운 남색 빛으로 하늘이 어두워질 때까지 담아보려 했으나 그랬다간 내 몸이 먼저 얼어버릴 것 같아서 아쉽지만 적당한 선에서 멈추고 집으로 돌아왔다.. 



지난 번에는 저 멀리 굴뚝에 연기들이 수직으로 올라갔었고 아주 희미하게 보였었는데..

오늘은 또렷하게 보인 대신에 거의 90도 가깝게 연기가 누워있다.. 이렇게 강력한 바람을 맞으며 고생하며 벌벌 떨며 찍어온 사진들이란 말씀.. 


뭐 그냥 그렇다고.. -_-a


여튼.. 다음 출사는 정말 날 따뜻해지면 가야겠다.. 사진도 사진이지만 일단 몸은 챙겨야..


첫 노을 이야기는 여기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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