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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혜영 Jan 29. 2016

#26 시인

poet 시를 쓰는 사람이 아니라 쓸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나는 축축한 사람이다.

창문을 열어도 높다란 벽이 있는 자취방

습기 찬 벽지처럼

벌어진 문틈으로 들어오는 바람과

싸우는 소리, 이내 커지는  울음소리

있는 것도 아니고 없는 것도 아닌

수명을 다한 전구같이

눈을 깜박이며 그저 있었다.


오늘은 무언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고

이젠 쥐까지 있나 하고 바라본 지붕 위에

아기 고양이 한 마리가 민들레처럼 환한 얼굴로 있었다.

국물을 내고 남은 멸치 몇 마리를 올려다 놓으며

졸졸졸 어미 젖을 따라다니는 고양이 가족을 상상했다.


시를 쓰고 싶은 나는 시인은 어떤 사람일까 생각한다.

기어코 시를 쓸 수 있는 사람.

어두운 방 안은 시를 쓰지 말라고

보이는 것도 없는 네가 무슨 시냐고 문을 닫지만

나는 보는 사람이 아니라 볼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럼에도 희망을 찾고 그래도 눈을 뜨는 사람.

정말 눈을 뜬다는 건 보지 않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나를 보지 않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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