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해 2

개 공포증을 개로 이겨내 보기

by 그냥해

나는 개를 무서워했었다. 어릴 적 동네 개한테 물릴 뻔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큰 개를 보면 아직도 머리가 쭈뼛서고 긴장하게 된다. 하지만 어떤 개 주인들은 나의 이런 모습에 불편함을 표현한다. 미국에서는 강아지를 키우는 사람들이 많고 특히 대형견들이 정말 많다. 스탠다드 푸들을 처음 봤을 때 정말 깜짝 놀랐다. 사이즈에 한번 놀라고, 우아함에 두 번 놀라고, 그리고 스탠다드 푸들 두 마리를 원베드 아파트에서 같이 데리고 사는 사실에 세 번 놀랐다.


강아지를 무서워하는 나의 마음을 극복할 수 있었던 순간들이 있었다. 첫 번째는 친구네 강아지 골든 리트리버와의 만남이었다. 처음 골든이를 봤을 때 우리는 서로를 무서워했다. 나는 현관문 앞에서 움직이지 못했고 6개월 된 골든이도 친구 뒤에 꼬리를 숨긴 채 숨었다. 친구네 집에 자주 놀러 가던 터라 볼 때마다 서로 놀랐지만 우리는 아주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었다. 하루는 친구네 집에 갔었는데 그때 마음이 힘든 일이 있었다.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그때 골든이가 내 옆에 와서 나를 위로해 주려던 그 눈빛과 따뜻함이 오래 기억에 남는다. 아마 처음으로 ‘강아지를 키우고 싶다’라는 생각했던 것 같다. 그리고 만약 강아지를 키운다면 꼭 골든리트리버로 키우리라… ^^


두 번째는 동생네 시바견 두 마리와의 만남이다. 동생이 입양해서 데려온 날 나에게도 보여줬는데 정말 너무 귀여웠다. 품에 쏙 들어왔던 아기 시바견이 지금은 꽤나 늠름해져서 아기 주인들을 지켜주는 모습을 보면 새삼 대견하다. 정말 똑똑하고 주인에 대한 충성심이 높다. 동생네 놀러 갔을 때마다 느꼈던 시바견 두 마리는 항상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했고 젠틀했다. 또 아기들과도 잘 지내는 모습을 보면서 그때 또 한 번 강아지를 키우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는데 동생의 절대적인 만류로 마음을 접었었다.


그 이후로도 내가 살았던 하숙집 1,2,3 또한 강아지를 키우는 집이었고 착한 요키와 푸들을 만난 덕에 강아지 공포증은 조금씩 사라지고 있었다. 그리고 누군가 강아지 이야기를 할 때 나도 한 마디씩 거들 수 있었고 처음 보는 강아지들과도 천천히 인사까지는 가능해졌다. 이후 일상의 여유가 생기고 나만의 공간이 생겼을 때 마음 깊숙이 숨겨두었던 마음이 스믈스믈 올라왔다.


‘강아지를 키우고 싶다.’


남편과 이것에 대해 몇 달 동안 상의했고 개훈련사 강형욱 님을 비롯한 많은 훈련사들의 영상을 보며 공부했다. 둘 다 직접적으로 키워본 적은 없었기 때문에 지금 생각해 보면 용감하고도 무모한 도전이었다. 많은 고민 끝에 우리는 Craigslist(한국으로 치면 당근마켓 같은 곳)에서 12주 된 카바푸(여)를 데려왔다. 우리 집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아서 파보 바이러스에 걸렸다는 것을 알았다. 의사에 조언대로 3일을 밤낮으로 옆에 함께 있었다. 시간마다 밥 먹이고 약 먹이고 변 사진 찍어서 닥터에게 보내고.. 너무 감사하게도 잘 회복했고 지금까지 한 번도 아프지 않고 잘 크고 있다.


두 번째 강아지도 당근마켓 같은 곳에서 데려왔다. 미니골든두들이고 당시 6개월 된 퍼피(남)였다. 첫 강아지 카바푸와도 개월수가 똑같았다. 파양 이유는 전 주인분이 퍼피를 키워본 경험이 없으셨는 데다가 두들의 활발한 성격을 미리 알지 못하셨던 것 같다. 그중 가장 큰 이유는 아마도 배변훈련의 실패가 아닐까 싶다. 전 주인분께서 파보바이러스를 이겨낸 우리 첫째 이야기를 들으시고 우리 집을 선택해 주셨다. 그리고 꼭 끝까지 잘 키워달라고 부탁하셨다. 그렇게 우리는 사람 둘, 개 둘 네 가족이 되었다. 첫 시작은 아름다웠지만 그 이후 몇 달간 우리의 퇴근 후 일상이 사라졌었다. 매일 새롭고 다양한 방법으로 집과 가구를 뿌시는 두들이 때문에 정말이지 너무 힘들었다. 한마디만 해도 눈치보고 겁을 먹어 오줌을 지리는 두들이를 마냥 혼낼 수도 없었다.


지금은 두 마리 모두 개(?)가 되어 이전의 고생스러웠던 일들을 웃으며 이야기할 수 있고 개둘맘이 된 것에 후회는 없다. 퇴근 후 소파에 누워 두 마리를 품에 안고 있으면 세상 다 가진 것 같고 개 둘의 따뜻함으로 마음의 평화를 되찾는다. 가끔은 곁에 잠들어 있는 두 마리를 보면서 ‘얘네가 사람아기로 바뀌면 좋겠다’, ‘이런 딸, 이런 아들 이면 좋겠다’ 상상하며 끝까지 함께 할 수 있기를 바란 적도 있다. ‘개는 개다'라고 생각했던 내가 이렇게까지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할 정도로 변한 게 신기하다. ^^;;;


개를 키우면서도 여전히 남의 개는 무서워하고 있지만, 이 또한도 극뽁! 하는 날이 오겠지


사랑해, 나의 똥강아지들.


"산책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