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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 베드로 Aug 14. 2022

親舊有情

  인생유영을 같이하는 벗들과.


지하철 신림역7번 출구로 올라서니, 주위의 포장마차에서 뿜어내는 매캐한 연기가 눈을 괴롭힌다. 무슨 꼬지를 굽는지 싸구려 양념냄새와 함께 비릿한 기름내까지 어우러져, 역한 느낌이 울컥 치 민다. 이곳을 지날 때면 매번 맡게 되는 이 냄새는 마침 벌려놓은 주위의 공사장 소음과 좁아진 도로로 오가는 사람들의 부대낌까지 더해져, 참 짜증스럽다. 그 냄새의 진원지를 급히 벗어나, 사람의 인파를 뚫고 약 삼십 미터 쯤 걸어가니 “미가 할매집”의 간판이 한눈에 들어온다. 얼추 약속시간에 맞게 도착한 것 같아, 느긋하게 문을 열고 들어가니 한복을 맵시 있게 입은 여자종업원들이 반갑게 나를 맞이한다. 우리는 이렇게 격월에 한 번씩 만남 을 가진다. 고향을 떠나 이곳 서울에서 살고 있는 친구들끼리의 모임은 벌써 오십년이 넘었나보다. 십대중반의 까까머리로 만나 이제 희끗희끗한 칠십 줄이니. 참 모질고 격한 세월이 많이도 흘러왔나 싶다. 그동안 유명을 달리한 친구도 있었고, 하향한 친구도 있다 보니, 이제 겨우 대 여섯 명이 조촐하게 이렇게 얼굴이라도 가끔 맞대곤 한다. 참 만만하고, 누가 봐도 있는 말 없는 말하며 허물없는 막역지우인 우리들 임에도 불구하고, 요즈음 참 그렇지 못함이 면구스럽기도 하다. 지금 우리주위 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각종부류의 갈등이 때로는 하염없이 늙어가는 노인들의 사이조차 비집고 들어와, 가끔 격앙된 순간들이 연출되곤 한다. 진보와 보수, 있는 자와 없는 자, 청년들과 어르신들 간의 갈등은 서로의 불신풍조와 함께 사회의 큰 문제로 대두되어, 언제 터질지 모르는 뇌관처럼 실로 위험하기 짝이 없는 상황에 직면해있다. 각자의 위치와 환경, 여건에 따라 생각과 견해가 다를 수가 있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내가 존재함은 곧 타인의 실재로 연결됨은 당연한 귀결일진데, 모든 것을 이분법 내지는 흑백 논리로 자신들의 생각만을 주장하며, 상대의 존립자체를 부정하는 그 곳엔 불안과 혼란만이 있음은 자명한 사실이다. 오늘도 손자들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각자의 건강에 관한 애기며, 남은여생에 대한 잡다한 이야기까지를 안주삼아, 재미있게 우리들의 만남을 마무리 했다. 정치 또는 언쟁의 소지가 될 것들은 슬며시 비켜가고, 상대방을 자극하는 발언들을 자제 하다 보니 때론 분위기가 서먹해지는 순간들도 없잖아 있지만, 서로를 배려하는 역지사지의 마음과, 이 시대의 진정한 어른으로 남아, 젊은이들의 표양이 되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하루빨리 이러한 불안요소들이 해소되고 서로를 보듬고 아우르면서, 보다나은 따뜻한 사회가 되었음 하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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