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유튜브에서 본 영상에서는 멋진 정장 차림의 자수성가한 CEO가 나와 수백 명의 청중들 앞에 서서 마이크를 들고 이렇게 말한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 MS의 빌 게이츠의 공통점이 뭔지 아시나요?
부자인 것도 맞지만, 모두 학교를 자퇴했다는 것입니다."
멋진 말이었다. 한편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이런 '짤'도 있다.
'공부를 내가 제일 잘하는데 내가 제일 열심히 한다'는 한 서울대학교 합격자의 말처럼, 뭐든지 잘하는 사람이 열심히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펼쳐진다.
흔히 '자극 명언'과 같은 것으로 유명한 이 그럴싸한 말을 몇 번 곱씹어보자면, '제일 잘하지만 제일 열심히 하는 것'일까, '제일 잘하니까 제일 열심히 하는 것'일까. 사실은 잘하는 사람이 열심히 '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인간은 뚜렷한 동기 없이 그 어떤 노력도 할 수 없는 동물이다. 사회과학에서는 그러한 동기를 '내적 동기'와 '외적 동기'로 나눈다. 쉽게 말해 내적 동기는 '잘한다, 잘한다'하는 것이고, 외적 동기는 눈에 보이는 성과나 금전 등을 말한다.
그리고 '외적 동기는 내적 동기에 비해 그 강도가 약하다'는 관점이 지배적이다. 초봉 5,000만 원 받는 대기업 직원이 1년을 못 채워 퇴사하는 것이 그와 같은 이치일 테다. 그러니 돈이 아닌, '진심'을 좇아 삶을 살라는 내용의 글귀가 흔히 전해진다. 그러나 그 글귀가 간과하는 것이 있다.
교육학, HRD학 등에서는 '내적 동기가 더 중요하다'는 이론 다음에 '외적 동기와 내적 동기가 적절하게 조화되어야 한다'는 현실적인 이론을 제시한다는 것. 자신의 '진심'을 따라 과감히 회사를 때려치웠다가 다시 그 업계를 서성이는 사람들도 많은 것처럼, 사실은 '무엇이 더 중요하다'랄 게 없는 셈이다.
항간에서는 <논어>의 말을 빌려 '천재는 노력하는 사람을 이기지 못하고, 노력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을 이기지 못한다'는 말이 전해진다. 그러나 참고해야 할 것은, '천재는 노력하는 사람이 되기 쉽고, 노력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이 되기 쉽다'는 것.
<열정 같은 소리 하고 있네>라는 소설 제목처럼, 눈에 띄는 성과를 쉽게 얻을 수 있는 환경이 아닌 이상 그 열정은 경중을 막론하고 지속성을 잃기 십상인 것이다. 스티브 잡스나 빌 게이츠가 아닌 우리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무언가를 그만두거나 시작하기 전 '눈에 보이는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는가에 대해서 계산해보아야 한다. 우유부단은 답답한 것이 아니라 필수일 수도 있다.
나 또한 요즘 아무리 자그마한 것이라도 외적 동기를 찾고 봐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고 있다. 결과란 것이 '열심히 하다 보면 언젠가' 식으로 콩고물처럼 떨어질 것을 마냥 기다릴 것이 아니라, 방법과 기준을 바꿔가며 직접 찾아다녀야만 진정 나의 열정을 간직할 수 있을 것이다. 하다 못해 학창 시절에도 뜬금없이 친구들과 시험 점수 내기를 했던 것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