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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진성 Jul 19. 2020

짐을 내려놓기로 했다

남들이 대단하다며 칭찬하던 나의 책임감을 만들어준 것은 부담과 압박이다. 그것도 내가 스스로 만든. 


그리고 그 부담과 압박은 전부 '내가 기둥이 되겠다'는 허황된 욕심에 의한 것이었다. 난 누구에게도 손을 벌리지 않겠으며, 오히려 주위의 약자들에 베풀며 살겠노라고.  




그 첫 걸음으로 야심 차게 시작한 20살의 아르바이트는 뿌듯함을 선사했고, 장학금을 받기 위해 설거지 하고 와서도 책상에 앉아 공부하던 나의 모습은 자랑스러움을 선사했다. 


많은 돈을 벌고, 수천만 원의 장학금을 받은 후에 나는 마침내 책임감이 투철한 사람이 된 느낌이 들었고, 조금씩 목표를 이뤄가는 것만 같았다.  



그런데 4년 간의 전쟁을 마치고 대학을 졸업했더니, 정말 이상하게도 상황은 더 안 좋아져 있었다. 오히려 가족은 사정이 더 안 좋아져 있었고, 나는 지친 몸과 마음에 앓아 누워야 했다. 


나의 책임감으로 행복해진 사람은 그 누구도 없었으며, 남은 것은 나의 우울증 뿐이었다. 누군가가 들고 있는 짐을 내가 떠 안았더니만, 빈손이 된 그 사람은 그새 다른 짐을 받아 들고 있는 것이었다. 


나는 긴 시간동안 사막 바람처럼 밀려오는 공허함 속에서 많은 생각이 필요했다. 


'나는 그저 주위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고 싶었던 것 뿐인데, 왜 이렇게 되었을까.'




유난히 사회적 시선을 중요시하는 우리나라는 '도의'와 '도리'라는 단어로 누군가의 책임 전가를, 또 누군가의 희생을 합리화시키려 한다. 어디부터 어디까지가 도의적인 것이며, 어디부터 어디까지가 도리인가.  


그 단어들이 내 목을 조이기 전에, 나는 다음과 같이 짐을 내려놓기로 했다. 



1. 누군가의 기둥이고 대들보가 되기 전에 내 기둥을 먼저 세우기로 했다. 

  - 피땀 흘려가며 기둥 하나 만들어선 남의 집에 세우지는 않으리라. 


2. 누군가를 도와주지 못한 것에 대한 죄책감을 가지지 않기 위해 계속해서 스스로를 설득하기로 했다. 

  - 너 자신만 지켜내도 충분히 잘한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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