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아는 것이 더 많다. 모태솔로인 사람이 연애 상담을 해주기도 하고, 회사를 다녀본 적도 없는 사람이 직장인의 고민을 해결해주기도 하는데, 이것은 우리가 아기일 때부터 무수한 종류의 사회적/개인적 갈등을 반복적으로 인식하고, 그에 대한 해결의 클리셰를 무의식적으로 형성해왔기 때문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여전히 일상 속에서 쉽사리 결론을 내릴 수 없는 상황에 처한다. 분명 결정에 필요한 많은 것들을 알고는 있지만, 그것들을 모두 생각해내어 고려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인데, 이 시점에서 타인의 도움을 받기 시작한다. 내가 떠올리지 못 한 부분에 대한 보완을 받아 더 다각적으로 바람직한 결론을 내리기 위해서다.
이때 친한 친구의 조언은 난생 처음 들어보는 전문적인 지식을 포함하지는 않지만, 내가 갇혀있는 사고의 틀을 잠시 벗어날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유용하다. 우리가 친구의 말을 듣고서 "그런 게 있었구나"보다는 "생각해보니 그렇네"라고 반응하는 이유다.
내가 매일 생각에 잠기고 글을 쓰는 것은 오직 그 부분에 목적이 있다.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을 다시 알게 하고, 당연한 것을 당연하지 않게 하는 것. 그렇기 때문에 내 글은 고민 해결의 결정적인 열쇠가 되진 못 하지만 적어도 몇몇 서술형 문제를 객관식 문제로 만드는 데에 의미가 있다.
달리 보면, '도움이 되면 좋고 아니면 무시하면 되는 글'일 수도 있겠다. 그저 그렇게 무겁지 않은 글로써 무겁지 않은 영향력을 전할 수 있는 글쟁이로 남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