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최근 1년 동안은 증권 시장에 거의 밤새 코를 박고 살아왔다. '2020년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을 하나 꼽자면, 올 3월에 수직으로 하강하는 시장을 지켜보고 있었을 때, 나의 HTS에 서킷브레이커(지수가 급등/급락했을 때 거래를 일시적으로 정지시켜 충격을 완화하는 제도)가 걸렸다는 팝업 창이 처음으로 뜬 순간이었다. 그 당시 코스피는 1700선을 하향 돌파하고 있던 시점이었다. 지수가 무슨 코스닥 개별 종목 마냥 5%는 우습게 왔다 갔다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무서웠는데, 그저 말로만 듣던 (매도) 사이드카와 서킷브레이커가 내 눈 앞에서 벌어지고 시장이 멈추니, 그야말로 거래소가 망할 것만 같이 느껴졌다.
10년에 한 번 벌어질까 말까 한 증시 폭락 사태가 벌어지니, 그 당시 뉴스에서는 코스피에 대한 얘기뿐이었다. 그러니 증권에 코빼기도 관심이 없던 사람들도 닦달 같이 달려들어 증권 계좌를 만드니, 이것이 올해 '동학개미운동'의 시작이 되었다. 외인과 기관이 쌍끌이로 매도를 퍼 부음에도 불구하고, 개인의 믿을 수 없는 매수세로 지수가 위를 향했다(물론 코로나19 관련 악재의 위협성이 커 선반영이 급하게 이루어진 탓도 있다). 결국 코스피가 바닥(당시 1400선)을 찍은 이후, 대부분의 사람들이 W자로 2000선을 회복할 것이라는 우려에 무색하게도, V자로 빠르게 2400선까지 올라왔다.
나는 이 '동학개미운동'을 '우리나라 사람들이 스스로 밥그릇을 찾기 시작했다'는 의미로 해석한다. 기준금리 0.5%p 시대가 도래했고(코로나 특수를 감안해야 하지만), 부동산 가격은 그야말로 천장을 뚫었으며, 그에 비해 수저 없는 평범한 사람들의 월급이 그것들을 따라가지 못 하고 있다. 증권사들의 신규 계좌 개설 폭등, 하루 거래대금 수십조 원 돌파 등이 의미하는 것은 사람들이 '밥그릇 리스크'의 심각성을 점차 깨닫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이 동학개미운동이 굉장히 반갑다. 총선/대선에 투표하는 것만이 국가에 대한 권리 행사가 아니다. 우리 모두는 대한민국의 경제 흐름을 인식하여 정부에 대한 암묵적인 견제를 할 수 있어야 한다. '동학개미운동'이라는 이름을 가진 2-30대 주식 열풍은 그에 대한 큰 보폭의 한걸음이 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좁게는 개별 종목 주식이 수도 없이 사고 팔리는 것을, 넓게는 지수들이 움직이는 것을 지켜보며 그 원리만 보게 되어도 자본의 흐름을 핥아보고 관심을 가지게 되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 이번 '동학개미운동'만 해도, 처음에는 삼성전자 열풍으로 시작하다가 나중에는 ETF(특히 인버스2X 상품) 열풍까지 불었던 것처럼 말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돈 자체를 굉장히 좋아하기 때문에 증권 시장에 푹 빠졌는데, 조금 더 어릴 때부터 관심을 가졌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이 클 정도로, 증권 시장의 기본적인 기능보다는 그 '유익성' 자체에 큰 관심이 있다. 더 많은 평범한 사람들이 주식 시장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돈도 한 번씩 벌어보고 또 잃어보았으면 좋겠다. 모든 시장 주체가 빠르게 변화하고 깊어지는 흐름에 발을 맞출 수 있게 되어, 차후에는 지금보다 더욱 균형된 시장이 만들어지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