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로 인간은 후회하는 동물이라 했다. 저마다의 미련과 아쉬움은 후회를 낳지만, 애석하게도 후회라는 것은 이미 지나간 것을 대상으로 한 감정이기에 쉽게 지워내기가 힘들다. 흔히들 '후회로부터 배워라', '과거가 아닌 현재를 고쳐라', '후회할 시간에 움직여라'라고 쉽게도 말하던데, 이런 말을 하는 사람들은 도대체 얼마나 세상 편히 살길래 후회를 '쿨'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일까?
먼저 '아쉬움'과 '후회'를 명확히 구분 지을 필요가 있다. 아쉬워하는 것은 어떤 것에 대한 불만족이다. 즉, 나 자신이나 내가 가진 것, 그리고 환경 등에 대해 만족을 느끼지 못할 때 우리는 '아쉽다'고 말한다. 반면 후회는 나 자신의 모든 것에 대한 '옳고 그름'을 따짐에 따라자책을 하게끔 만든다. 다시 말해 불만족의 원인에 대해 '내 탓'을 시작한다는 것이다.
그 누구도 어떤 결정이 옳고 어떤 결정이 그른지 알 수 있을 만큼 똑똑하지 않다.
지금 내가 하는 모든 종류의 결정은, 현재의 내가 '나름대로의 생각'을 최대한 고려해 내린 '나름대로의 최선'이다. 이것은 과거와 미래의 나를 포함한 그 어떤 누구도 완전히 이해할 수 없다.
나는 지금 공부를 하지 않았던 고등학생 시절의 내가 아쉽고, 무슨 생각으로 그랬는지 완벽히 이해할 수 없다. 그렇지만 그 결정이 그때 내 나름대로의 최선이었고 불가피한 결정이었다는 것만은 확신한다. 아쉬움은 있을지언정 후회는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의 싱어송라이터 빌리 조엘(Billy Joel)은 <Vienna>라는 노래에서 이런 말을 했다.
Though you can see when you're wrong, 당신이 잘못했다는 것은 바로 알아차릴 수 있지만,
You know, you can't always see when you're right. 당신이 옳았다는 것은 모를 수도 있어.
현재 내 모습의 일부분이 불만족스럽겠지만, 나에게 일어날 수 있는 모든 경우의 수를 펼쳐 볼 수 있지 않은 이상 그 모습이 최선일지 최악일지는 누구도 알 수 없는 것이다. 다만 그 모습을 만든 나의 모든 결정들은 최선이었다는 것만 알 수 있을 뿐이다.
영화 '어바웃 타임(About Time)'에서 주인공은 시간 여행을 할 수 있지만, 원하는대로 흘러가지만은 않는다.
사소한 것이든 중대한 것이든, 후회를 이야기하는 친구들에게 내가 항상 하는 말이 있다. (물론 진심 어린 위로 후에···)
"네가 기적적으로 과거로 돌아가 그토록 원하는 결정을 했는데, 5분 후에 자동차에 치여 죽으면 어쩔래?"
우리는 계속해서 최선의 결정을 내려가며 살아갈 것이며, 그럼에도 어쩔 수 없이 많은 결과에 대해 아쉬움을 느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잘 해보려고 노력하던 과거의 나를 탓하고 부정할 필요는 없다.
우리는 계속해서 이상과 최선을 구분 지을 필요가 있으며, 계속해서 과거와 현재의 나를 존중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