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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진성 Mar 12. 2022

당신은 투자합니까, 투기합니까?

주식 투자자라면 알아야 할 '투자'와 '투기'


 주식을 사고 파는 모든 이들은 '투자'와 '투기'의 사이에서 헤맨다. 아마 우리나라 주식 투자자의 대부분은 '투기'를 하는 경향이 큰 것은 명확한 사실이다. 그렇다고 투기가 불법도 아니거니와, 관점에 따라 잘못된 행위가 아닐 수 있다. 그러나 이를 구분하지 못하는 것은 잘못이다. 이들을 어떻게 구분해야 하는지 알아야 하며, 자신은 어떤 경향에 따라 주식 투자를 할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투자 (Investment)


 벤자민 그레이엄(Benjamin Graham)은 '철저한 분석을 통해 원금의 안전과 충분한 수익을 약속받는 행위'*로 투자를 정의했다. 우리는 '약속'이라는 단어에 주목해야 한다. 그는 주가가 어느 정도 하락하더라도 견딜 수 있는 '안전 마진'이라는 단어를 투자의 핵심으로 삼는다.


이에 따르면, 투자는 기업의 내재 가치(순자산가치, NAV)를 분석하는 행위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재무상태표에서 자산과 부채, 자본을 모두 확인하고, 손익계산서에서 매출과 영업이익을 분석하며, 현금흐름표에서 넉넉한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지 파악하는 과정을 통해서 말이다. 


내재 가치보다 현재 주가가 저렴한 주식을 선정해야 하고, 또 내재 가치보다 주가가 싸더라도 그 차이가 크지 않다면 '안전 마진'이 부족하므로 제외될 수 있다. 즉, 떨어졌을 때 충분한 '쿠션'이 없는 것이다.


보통 증권사의 애널리스트들이 이러한 투자 과정을 지향한다. 미래의 수익성과 성장성을 예측하고, 각자의 공식에 따라 이를 정량화하여 목표가를 제시하고, 그에 따라 매수가를 책정한다.


그렇기 때문에 '안전'과 '수익'을 '약속'받을 수 있는 매매가 완성되는 것이다. 당신의 매매가 이러한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면 당신은 '투기'를 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그 사례로, 한 기업이 부동산을 매수할 때는 접근성과 발전 가능성 등을 철저히 분석하고 투자하므로 부동산에 '투자한다'라고 한다. 반면, 개인이 그저 오르겠거니 하고 부동산을 매수하는 것은 '투기한다'고 하지 않는가.



투기 (Speculation)


 투자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것은 모두 '투기'다. 다만 우리가 알아야 것은, 투기를 한다고 해서 모두 투자금을 잃는다거나, 재앙이 펼쳐지는 것은 아니란 점이다. 필자는 투기를 다시 '완전한 투기'와 '트레이딩'으로 구분한다.


'완전한 투기'는 보통 '뇌동 매매'라는 단어로 알려져 있다. 뇌동 매매란 소문에 의해서, 또는 다른 사람들이 많이 사기 때문에 등 비논리적인 근거로 주식을 매매하는 행위다. 이는 투기를 뜻하는 영어 Speculation의 라틴어 어원인 'Specula'에서 알 수 있는데, Specula는 '망 보기'라는 뜻이다. 미래를 근거 없이 내다보고 터무니없는 예측(또는 망상)을 하며 주식을 사들이는 것이다.


반면 '트레이딩'은 다른 양상의 투기다. 흔히 차트와 호가를 주로 보며 또는 사업 구조와 재무제표를 참고하기도 한다. 과거의 패턴이 미래에도 동일하게 나타날 것이라고 믿고, 유사한 흐름이 나타났을 때 본인만의 '손절선'과 '익절선'을 스스로 제시한 후 주식을 매수하는 것이다. 여기서 '손절'과 '익절'의 선이 분명하다는 점에서 '완전한 투기'와 완전히 구분된다. 주가가 과거의 패턴을 따르지 못하고 떨어졌을 때, 내가 감수할만한 손실에서 끊어낼 수 있도록 하며, 또한 욕심으로 인해 천장으로 치솟다가 다시 바닥으로 꺼져버려 수익이 손실로 전환되는 최악의 상황을 면하게 한다. 이러한 '선'을 만들기 위해서 차트는 물론, 매수/매도 당시의 실시간 호가 흐름, 그리고 주가가 움직이는 이유(재료)를 철저히 분석하여야 한다. (물론, 초단기 투자인 '스캘핑'은 재료에 대해 신경 쓰지 않기도 한다)


트레이딩으로 인생을 역전시킨 사람들은 흔하진 않지만, 생각보다 적지는 않다. 사고 나서 1% 이하의 수익을 반복하여 하루 수천 %의 자금 회전율을 보이는 스캘핑 트레이더도 있고, 재료와 모멘텀(주가가 올라가면 추격 매수가 붙으며 추가적으로 상승하는 것을 이용하는 투자)을 잘 활용하여 1~5거래일 이내로 수익을 실현하는 스윙 트레이더도 있다. 



성공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가치 투자자'와 '트레이더'들의 공통점은, 나름의 논리적인 근거를 제시하며 본인만의 '기준'을 만든다는 것이다. 가치 투자자의 경우 수년에 걸쳐 주가의 양상을 예측하는 '목표가'를 정할 것이고, 트레이더는 그때그때의 '손절/익절선'을 정하여 안전한 투기를 할 수 있게끔 한다.


본인만의 명확한 논리와 투자 철학, 분석 능력이 없다면 본인은 '완전한 투기'를 하고 있는 것이며, 초심자의 행운이 얼마나 이어질지 몰라도 투자 원금은 0으로 수렴할 것이다. 그것이 '투자'이든, '트레이딩'이든, 매수 버튼을 누르는 족족 스스로 완벽하고 논리적인 근거를 매번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단, 그것이 그 주식을 사고 싶어서 '합리화'를 하려 억지로 만든 것이어선 안 된다. 남에게 설명하였을 때 상대가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수준이어야 한다. 아직 그럴 역량이 없는 것 같다면, 당장 주식 매매를 중단하고, 자산에 지장 없는 소액으로, 또는 증권사에서 제공하는 모의 투자로 자신만의 '투자' 또는 '트레이딩' 실력을 확립하길 권한다.










*<현명한 투자자: 개정4판> (Benjamin Graham, 이건 옮김,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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