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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진성 Apr 03. 2022

내 글로 안부를 전합니다

오늘도 글자에 눌러 담습니다.

 

   글을 쓰는 가장 큰 이유는 나의 안부를 널리 전하는 것. 홀로 품고 있기에는 버거운 생각들을 이름 모를 독자 누군가에게 나누고자 나는 끄적인다. 어쩌면 내 글을 이기적인 글이라 할 수도 있겠다. 답장은 없이 메아리처럼 울려 퍼지기만 하는 외로운 글자들. 그렇기에 나는 더욱 한 글자 한 글자에 마음을 쏟고자 애쓴다. 나는 잘 쓰인 글이란 웬만한 4D 영화보다 더 생생하다고 믿는다. 글자를 읽는 순간 종이에서 글자가 연기처럼 변하며 눈은 물론 코와 귀, 입까지 스며든다. 마음까지 전할 수 있다면 100점이다. 누군가의 오감은 내 글의 유일한 방향이다.


나는 정서적으로 불안할 때마다 불 꺼진 방에서 혼자 컴퓨터 메모장을 켜 누구도 보지 않을 글을 썼다. 나는 오늘 어땠는지, 나는 오늘 무엇을 지나왔는지. 사뭇 일기와는 달랐다. 머릿속에 가득 들어찬 검은색 생각들을 메모장에 내리 퍼붓고는 파일을 저장하지 않고 껐다. 연필로 종이에 써 내려간 날이면 마지막 마침표를 찍고 나서 종이를 구겨 쓰레기통을 향했다. 보이지 않던 우울함의 실체를 밖으로 드러내게끔 한 후에 그 실체를 없애버린 것이었다. 그러고 나면 마음속 여기저기를 헤집고 다니는 좀 같은 생각들을 잠시 쫓아낸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내 유일한 낙이었다.


이제는 그 글을 사람들에게 전한다. 처음에는 단지 나의 족적을 남기기 위함이었다. 당장 내일 내가 사라지더라도 누군가는 납득할만한 명분을 제시하고자 했다. 나는 이만큼 슬프니까, 이만큼 어두우니까, 커다란 구멍에 주저앉아 있으니까. 그러나 발자국을 남기고 뒤를 돌아보니 생각보다 멀리 와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만큼을 걸어온 동안에 나는 아직도 사라지지 않았구나. 새삼 느끼며 다시 글을 썼다. 어느덧 브런치에 펼쳐져 있는 글자들은 어느 낭떠러지에서 떨어지고 있는 나의 손가락을 겨우내 붙잡고 있는 듯했다.


이내 글자들은 나에게 물었다. 왜 그렇게 주저앉아 있었느냐고. 나를 일으켜 세워주며 그동안의 나에 대해 묻기 시작했다. 나는 내 과거를 뒤져 흔적을 남긴 줄만 알았는데, 그 흔적들이 반대로 나에 대해 더 알게끔 해주었다. 내가 무슨 생각을 해왔기에 그렇게 암흑 속에 갇혀 있었는지. 글을 써가면 써갈수록 나에 대한 의문을 하나씩 던져주었다. 이런 글을 쓴 작자가 왜 그러고 있니. 너는 왜 이렇게 나약해야만 했니. 어떤 1년과 5년과 10년을 보내온 거니.


오늘도, 내 글로 안부를 전한다. 내가 올리는 글들은 그리 유익하지도,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도, 계몽적이지 않다. 그저 내가 나에게 묻는 의문에 대한 한 가지의 답장이다. 내가 나에게 쓰는 편지라 하겠다. 너는 왜 그리 긍정에 인색하니. 왜 스스로의 감정을 모르니. 나에게 묻는 것이다. 그러함과 동시에 우연히 내 글을 읽는 10명 남짓 되지 않는 조그만 독자들도 스스로에게 같은 의문을 던질 수 있다면 행운이다. 글 자체가 유익한 것이 아니라, 글이 던지는 의구심을 알아주었다면 한없이 감사하다.


내 안부를 조금이라도 받아들여주시는 구독자와 지나가는 독자분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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