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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진성 Apr 01. 2022

자존감만 낮아진 첫 면접, 수기

그러나 나의 부족함을 일깨워준 첫 면접.


    2개월 만에 첫 면접에 응시했다. 서류 30장은 지원해야 1번 면접 볼까 말까 하기에, 면접에 오라는 전화는 그 무엇보다 기분 좋은 초대장이었다. 작은 기업이지만 진정으로 하고 싶었던 투자 직무이기에 망설임 없이 회사로 찾아갔다. 대표를 포함한 C-레벨 임원들과의 3:1 면접이었다. 면접관이 어떤 사람인지 소개를 받자마자 바로 어깨가 움츠러들었다. 1차 면접이라길래, 그저 실무 팀장과 보려나, 2차 면접에 가면 상무님과 보려나 싶었는데 시작하자마자 최강 보스 몹이 내 앞에 펼쳐져 있었던 것이다.


 대표님의 배려로 간단한 자기소개로 시작하며 면접을 시작했다. '저는 투자에 미친 사람입니다.'를 강력히 어필하며 기선제압을 하고자 했다. 그러나 이어지는 질문 세례에 되려 기선제압을 당하기 시작했다.



 Q. 이 정도로 A 직무를 할 수 있을까요?

 A. 완전한 경력을 갖추진 못해 걱정이 드시겠지만, 트레이닝을 필수로 거쳐야 하는 신입 채용이라면요. 투자만 하며 20대를 보내온 저는 A 직무에 누구보다 적합한 지원자입니다(이때 면접관의 첫 갸우뚱).


 Q. A 직무를 한다면 어떻게 할 겁니까?

 A. 일단, 좋은 투자 기관을 찾아서 ··· EXIT 가능한 이상적인 기업을 찾을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사실 A 직무는 개인 투자자가   없는 영역이어서  수가 없었다).

 

 Q. 그런 이상적인 기업을 어떻게 찾죠?

 A. 스타트업 등을 찾아 보고서를 보고, 가능하다면 실사 위주로 현장 점검을 하고 싶습니다(뜬구름 잡는 이야기에 면접관 전원 갸우뚱).


 Q. 이력과 A 직무가 잘 안 맞는 것 같은데요. 맞나요?

 A. 아, 네···. 그것은, 음 ···(서류는 왜 합격시켜주셨을까).



    내가 느끼기에, 인위적으로 조성한 압박 면접 분위기는 아니었다. 그저 내가 A 직무를 아는 '척' 했던 것에 대해 발가벗겨진 느낌이었다. 아, 들켰구나. 전문가들을 살살 설득해보는 것은 역시 무리구나. 절절히 느낄 수밖에 없었다. 물론 나의 노력이 부족했을 터이나, 발가벗겨진 초라한 모습을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다. 나름 또래 초년생에 비해 투자에 대한 지식이 꽤 있다고 생각했는데, 어린 나이를 감안하면서까지 나를 과대평가해주기에는 회사도 그리 여유롭진 않은 것이었다.


면접을 나오며 세 가지를 느꼈다. 물론 비중은 다르지만. '창피하다.', 70% 정도. '분발하자.', 20% 정도, '자존심 상한다.', 10% 정도. 고작 십 분의 일 정도의 생각이었지만 자존심이란 것이 존재할 정도의 능력은 있었나 봄에 뜬금없이 안도하기도 했다.


나의 부족한 능력이 들켜버린 부끄러운 면접이었지만, 어쨌든 부족한 지원자에게 기회라도 주셨다는 것에 대해 여전히 한없이 감사드리기도 하다. 결과는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지만(이 말은 스스로 확신하건대 겸손의 문장이 아니다), 언젠가 까발려졌어야 할 나의 능력을 스스로 의심해볼 수 있는 확실한 계기가 되었음에 다시 한 번 감사를 느끼고 싶다.


결과에 연연함 없이, 다시 직진할 수 있는 기회로 받아들여야 한다. 그동안 나의 능력을 스스로 과대평가해온 것일지도 모르겠다. 두 자릿수의 연속 서류 불합격으로 잠시 흔들려 온 마음을 초기화할 수 있을 것 같다. 오늘 오랜만에, 나 자신에게 파이팅을 외쳐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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