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독이 올랐니?
난 돈이 좋다. 돈이 싫다고 말하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돈이 모든 행복의 근원이라고 생각은 안 한다. 하지만 돈은 삶에 없으면 안 되는 도구다. 나의 인생을 편안하게 해주는 도구. 그 도구를 갖고 싶어서 다들 열심히 하루하루를 사는 것 아닌가?
근데 왜 돈에 대해서 솔직히 이야기하면 안 되는 걸까? 왜 돈에 대해 질문을 해서도 안 되고, 다른 이들이 어떻게 어디서 돈을 벌었는지 궁금해하지도 말아야 한다. 돈에 대해 질문을 던져서도 안 되는 이상한 세상. 한국이 아닌 내가 사는 이 사회도 돈에 대해서는 함구한다.
본능적으로 남의 월급과 자산이 궁금하지 않나? 난 너무나 궁금하다.
주변 사람들이 나와 똑같이 시작해서 비슷한 인생을 살았다고 착각하는 순간 누구는 내 앞을 치고 나가 따라잡을 수 없을 만큼 큰 부를 쌓았고, 다른 누구는 나보다 뒤처져서 내 뒷모습을 보면서 나를 앞지르고 싶은 욕망에 불타오르는 이 순간에도 왜 돈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하면 안 되는 걸까.
내가 보이는 세상은 돈으로 만들어졌는데 돈을 좋아하는 나는 돈독이 올랐다고 가끔은 손가락질을 받는다.
체통과 품위를 지키라고. 체통과 품위 좋지. 근데 돈이 없으면 그 체통과 품위가 유지가 되나. 하루하루를 어떻게 힘들게 버티어야 할지 고민 중에 그 체통과 품위를 지킬 수 있는 여유가 있을까.
돈 자랑 하고 싶어 안달하는 이들을 볼 때마다 나도 사람이기에 한순간 평정심을 잃어버리고 불타오르는 내 질투심에 화들짝 놀란다. 보이는 것이 다는 아니지만 잠시 혼란스럽다. 좋은 것, 좋은 장소, 건강한 음식, 럭셔리한 라이프스타일 등등을 갖고 싶은 욕망에 불을 붙인다. 그럴 때면 너무 돈에 목말라 돈의 뒷모습만 바라보고 달리는 것은 아닌지 정신을 다시 찾아보려고 노력한다.
끝도 없는 욕망, 끝도 없는 돈에 대한 갈망.
욕구와 갈망은 내 삶을 더 열심히 살라고 삶에 대한 의지를 불태우게 만든다.
하지만, 그 반대로 그 욕구와 갈망이 날 무너지게 하지는 않을까 걱정도 된다.
돈에 대한 욕망과 갈망을 걱정하는 이 와중에도 내가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은 난 돈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