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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돈시맘 Oct 01. 2024

포커페이스, 연기자 데뷔하는 줄

인생 공부 5/7

오늘은 어제보다 멘탈을 더 잘 잡아야 하는 날이다.


3달 전부터 준비한 사장, 회사 프로젝트팀 그리고 협력업체들과 하는 미팅이 있는 날이기 때문이다. 솔직히 이 중요한 미팅에 참석하고 싶지 않았다. 내 몸과 마음의 상태가 어지러운데 이런 중요한 자리에서 실수나 하지 않을까, 갑자기 민망하게 눈물이 터지지는 않을까, 아니면 말도 제대로 못 하고 더듬거리는 것은 않을까 하는 부정적인 생각들이 내 머릿속을 지배했기 때문이다.


마음도 어지럽고 정신이 없는데 이런 미팅에서 도망가고 싶었다. 스트레스로 끙끙 앓고 있으니 그동안 잠잠했던 신경성 위염까지 도지는 바람에 제대로 서 있을 수도 없을 만큼 괴로웠다.


하지만, 내가 지금 내 존재감을 제대로 보여주지 않으면 그동안의 8년의 열정과 노력이 한순간에 사라질 것 같았다. 내가 나의 성과를 부정하는 것이 될 거 같았다.


내가 왜 스스로 나를 무대 위로 올리지 못하고 주인공이 될 기회를 버리는 것인가. 열심히 준비한 이 무대 위로 올라가자. ‘난 이 순간에 연기자가 돼보는 거다.’라는 마음가짐으로 밝게 웃으면서 인사를 하고 아무도 내 아픔을 느낄 수 없게 자연스럽게 연기를 펼치기 시작한다. 손발이 오글거리고 내 속은 썩어 문드러져 가는데 겉으로는 아무 일 없이 미팅을 진행한다.


사장, 상사와의 눈이 마주쳤을 때도 내 눈의 한없이 온아하고 여유로운 눈빛을 그들에게 보낸다. 속으로는 내가 알고 있는 욕과 없는 욕을 만들어서 퍼부으면서.


내가 이 세상에서 제일 행복하고 충성스러운 회사 구성원을 연기하는 와중에도 내 모습에 신기하기도 하고 웃기기도 했다. 이럴 거면 연기자 도전을 해봐도 되지 않았을까 하는 엉뚱한 생각을 하는 내 모습을 보면서 나도 그동안 여러 가지 일을 겪으면 많이 성장했구나, 그동안 마음 근육을 조금씩 키워놓았다는 대견한 생각이 든다.


인생은 정말 한 치 앞도 모른다는 말이 이번 일로 더 마음에 와닿는다. 

인생 공부는 여전히 진행형.


거기다 연기자 연습도 하고 얼마나 좋은가. 앞으로 어떤 일이 언제 어떻게 닥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 이번 일로 긍정적인 면들을 보려고 노력한다.


지금 이 괴로운 일도 언젠가는 내 인생의 작은 에피소드가 될 날이 올 것을 알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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