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공부 4/7
월요일이다. 회사 출근을 한다. 저번 주 상사 면담 후 출근 첫날. 아직도 정신이 혼란스럽다. 하지만, 솔직히 울 기운도 없다. 이제 아예 울 기운조차 남아있지 않다.
생각보다 잘 견디어 내고 있나 보다. 잠도 권고사직 통보받은 당일만 잘 못 자고 계속 7-8시간씩 잔다. 아마 정신이 피폐해져서 몸이 매우 피곤한가 보다. 기력이 없으니.
웬만하면 주변 사람들도 이런 부당한 일을 회사에서 당하면 우선 병가를 낸다고 한다. 멘탈을 제대로 부여잡을 수 없으니. 근데 난 출근한다. 정신을 차리고 흠 잡힐 일 안 만들려고 정신줄을 단단히 잡는다. 한순간의 내 실수로 인해 타당한 해고 이유를 제공하기 싫다.
월요일 팀원들과 미팅하는데 상사는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이야기를 이어간다. 난 울지도 웃지도 못한 이 상황에서 침묵을 지키며 어서 이 지옥 같은 곳을 빨리 벗어나고 싶다. 유체 이탈을 하고프다. 난 여기서 뭘 하고 있는지 자괴감이 든다. 멘탈이 강하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이건 나에게도 너무 가혹하다.
”다 괜찮아. 다 괜찮아질 거야 “라고 나에게 주문을 외운다. 차근차근 이직 준비해서 나가면 된다고. 어차피 내년에 이직 준비 시작하려고 했잖아. 그러니까 한 3개월 정도 일찍 시작한다고 큰일 나지 않아 하면서 내 마음을 다독인다.
솔직히 정신이 화들짝 들었다. 그동안 내가 인생 준비를 잘 안 했구나, 리스크 생각은 안 하고 안이하게 대처를 해왔다.
앞으로도 이렇게 쭉 잘 될 거라고, 항상 어둠 없는 세상에서 행복하게 살 거라는 아둔한 생각을 한다니.
그냥 우습다.
이제 정신 바짝 차리자! 그것만이 날 살길이다! 마음을 단단히 힘내자! 이대로 무너지기에는 내 인생이 아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