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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돈시맘 Oct 18. 2024

불행한 과거 청산

제2의 인생 시작

그동안 힘들게 살아왔다. 어릴 때부터 받아왔던 인종차별. 무시당하고 아무 잘못 없이 다르게 생겼다는 이유 하나로 욕먹고 그렇게 30년을 이곳에서 산다. 한국에서 살아왔던 시절보다 더 오래 머무는 이곳. 하지만, 아직 마음이 편안하지가 않다. 이렇게 오래 살았으면 마음을 붙일 때도 되었는데, 그게 그렇게 내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다.


어릴 때는 인종차별, 불쌍한 가난한 나라에서 왔다고, 독일어를 못한다고 많은 이유 탓에 무시당하고, 욕먹고 지금은 인종차별에 더해서 성차별까지 받는 나. 이제는 그렇게 많이 차별을 받았으면 적응이 되어야 하는데 이것도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많은 차별을 받고 여기까지 온 나.


왜 난 자꾸 성공에 목을 매는지, 왜 난 자꾸 남의 인정을 받고 싶은 욕구가 많은지 생각을 해보면 지금까지 겪어온 차별로 인한 것 같다. 가난하다고, 돈 없는 거지라고 내 앞에서 거리낌 없이 말하는 독일인들, 독일어가 어눌하니 같이 과제를 하기 싫다고 하는 독일인들. 다르다는 이유 하나로 따돌림당하고 받았던 마음의 상처는 아물기도 전에 덧나고 또 곪고 터지고, 치유할 시간도 없이 사회생활을 시작한 후, 또 다른 차별.


인종차별은 기본이고 이제는 여자라고 대놓고 무시하는 회사, 한 아이의 부모가 되었다고 업무에서 배제하는 회사. 양육해야 하는 아이가 생겼으니 더 이상 자기들이 원하는 일의 성과를 못 보여 줄 거라고 권고사직을 종용하는 회사. 이 모든 차별을 받으면서 견디면서 여기까지 왔는데 갑자기 요 며칠 사이에 큰 상실감을 느낀다.


이런 여러 가지 차별들을 받기 싫어서 지금까지 얼마나 노력을 해왔지만, 외국인이라서 여자란 점이 회사 생활에서는 항상 마이너스였다. 언제나 회사, 프로젝트 미팅에서는 혼자 여자였다. 넌 여자라서 안돼, 그 일을 성공적으로 진행할 수 없다는 선입견에서 벗어나려고 지금까지 아등바등하고 살아온 나 자신이 너무나 불쌍하고 못나 보인다. 무엇을 위해 그렇게 악을 쓰면서 살아왔는지.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해 누구의 인정을 받기 위해서 이렇게까지 나 자신을 혹독하게 채찍질하면서 지금까지 버티어 왔는지 모르겠다.


답이 없다.


인정을 받았으면 행복했을까. 누구를 위한 싸움을 그렇게 했을까. 다 부질없는 짓들인데. 그동안 받아왔던 차별과 싸우기 위해 정신없이 앞만 보고 달려온 나. 지금, 이 글을 쓰면서 하염없이 눈물이 쏟아진다.


지금까지 쌓여있던 아픔의 상처들이 그 눈물을 통해 씻겨 나 같으면 하는 마음으로 펑펑 서럽게 운다. 마음고생이 참 많았던 과거의 나에게 잘 참고 살아와서 가엽지만 기특하다고 칭찬하고 싶다. 제2의 인생을 사려고 하는 나에게 지금까지 있었던 모든 차별과 부정적인 일들을 잊어버리고 앞으로의 인생에 빛이 나기를 응원한다.


그동안 고생 많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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