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은 약한 자(을)의 편이 아니다.

강한 자가 되자!

by 돈시맘

나에게는 이제 남는 것이 시간이라 그동안 2024년 동안 사용했던 다이어리의 기록을 읽어보기 시작했다. 대부분 회사 다니기가 힘들고 싫다는 말과 퇴사하고 싶다는 생각을 1월부터 기록한 나를 발견했다. 이미 내 마음은 회사와의 이별을 기정사실로 여기고 있었다. 하루하루 삶이 회사 일로 인해 무너져가고 있음을 알고 있었는데도 마음의 소리를 무시했던 나는 비로소 지금 정신을 차렸다.


회사에 다니는 목표를 잃고 아니 삶의 의미 자체를 잃어버리고 방황하던 나.

현실을 외면하고 앞에 있는 던져주는 돈만 좇으면서 살아갔던 나.


목적이 없어진 나는 무기한 무기력감에 빠졌었다. 이것이 내가 진정하게 원하는 것인가?라는 질문에 온갖 변명을 늘어놓는다. 한 달 생활비가 필요해, 아이 교육비, 대출비 등등. 돈이 중심이 되어서 돈이, 회사가 지시하는 대로 따라다니기에 바빴으니 나 자신은 존재하지 않은 것이다.


아무런 인맥도 없는 외국인으로서 나에게 필요한 존재는 언제나 돈이었다. 돈이 나에게는 권력이고 힘이었다. 아무런 방패막이 없는 이곳에서 내가 살아남을 방법은 돈을 많이 아주 많이 버는 방법뿐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회사의 명함이 중요하고 연봉의 액수가 나를 지탱해 주는 힘이었다. 돈이 따라오라는 대로 그 길만 걸었다. 강한 자가 되기 위해서. 강한 자가 아니면 살아남을 수 없기에. 외국인으로서 당하는 차별을 돈으로 이겨내기 위해서 아무리 내가 이방인이지만 돈 많은 이방인이 되기 위해서. 유일하게 나에게 남는 것이 돈이라고. 돈을 많이 버는 것이 나를 지키는 유일한 방법.


힘들었던 해고당한 한 달. 내가 회사와 직접 협상하는 것은 나에게 정신적으로 너무나 힘들고 고단했기에 변호사를 통해 협의 중이었지만 변호사와의 전화 미팅도 썩 기분 좋은 일은 아니었다. 노동법이 피고용인의 권리는 보호해 준다고는 하지만 법은 그래도 강자의 편이었다. 모든 법정싸움의 과정을 지켜볼 수밖에 없는 나에게는 힘이 없었다.


법은 약한 자를 위한 것이라고 그렇게 생각했었다. 이번에 변호사와 상의하고 법정을 가면서 겪었던 일들을 돌아보면 법도 역시 강자를 위한 것이란 것을. 왜 법이 나를 지켜줄 것으로 생각을 했는지. 법 테두리 안 해서 최선을 다해서 살아가면 그만큼 법도 내 편이라고 생각했다. 착각이었다. 법은 내 편이 아니다. 내가 억울하게 해고가 되어도 내가 타당하게 누려야 하는 권리를 찾는 것도 너무나 고된 여정이었다. 변호사 선임을 하면 이 모든 일이 알아서 해결이 될 거라고 착각한 나. 변호사는 대리인일 뿐 모든 상황은 내가 파악해야 했고 결정권도 당연히 나에게 있었다. 변호사는 나에게 자문만 해줬다. 딱 거기까지만 이었다. 법조인이 아닌 나는 노동법을 공부했다. 인터넷에서 노동법을 읽고 판례문을 모두 찾아보면서 현재 있는 모든 정보를 수집하고 공부했다. 변호사들이 노동법에 있는 내용들을 이야기할 때 이미 난 모든 내용을 숙지하고 있었다.


변호사도 함부로 다 믿을 수 없는 세상. 도대체 변호사 비용은 왜 따로 지급하며 난 또 왜 이 복잡한 법 공부를 따로 해야 하는 것인가. 살기 위해서였다. 남에게 이용당하지 않고 나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는 난 또 공부를 해야 했다. 나를 위한 가장 좋은 결정을 내리는 것은 변호사도 가족도 아닌 나이기에. 후회 없는 싸움을 위해 그리고 후회 없는 결정을 위해.


법정 싸움이 끝난 지금. 하지만 서류 정리 마무리가 남았다. 모든 게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전) 회사에 끌려다니고 있는 내 모습이 짜증이 난다. 마무리에 필요한 서류들을 받아야 하는데 무소식이다. 아예 내 연락에 무시를 해버린다. 속에서 다시 부글부글 화가 끓어오른다. 난 잘못한 거 없는데 억울하게 당하고 있는 나 자신이 초라해 보인다. 법정에서 받은 합의서는 회사가 무시한다. 법정 서류에 갑과 을이 지켜야 할 합의 조항들이 나열되어 있다. 하지만 회사 갑은 이 조항들을 완전히 무시한다.


이 지긋지긋한 싸움의 종착역은 어디인 것인가. 완벽한 이별이 필요하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법은 아직도 강한 자 편이다. 그래서 난 강한 자가 되고 싶다. 법도 날 도와주지 못하는데 내가 스스로 강한 자가 되어서 내 권한을 찾아야 할 것 아닌가.


이제 와서 50을 바라보면서 법대를 갈 수도 없고. 스스로 강한 자가 되는 법을 찾아야 한다. 속이 또 쓰라린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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