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드디어 미쳤다!
6개월간의 시한부 백수 생활을 하겠다고 마음을 먹고 가족에게 결정을 통보하면서 한고비는 넘기게 되었다. 우선 앞으로 6개월의 계획이 있으니, 마음에 안정이 조금은 찾아오는 듯했다. 6개월간 내 마음대로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살 거라고 큰소리를 쳤는데 그래도 미래의 불안감은 사라지지 않았다. 6개월 그 후의 미래는? 바로 취직이 가능할까? 지금도 경기가 너무나 안 좋고 많은 부동산 회사가 도산하고 사라져 버리는데. 일자리는 줄어들고 내가 6개월 뒤에 바로 취직 성공을 하겠다는 보장도 없고. 쉬는 게 쉬는 것이 아니고 불안한 마음을 버리지 못하고 결국은 이직 준비를 시작했다.
그동안 고액 연봉과 보너스를 받았던 나는 이직 준비를 하면서 또 다른 현실의 벽에 마주해 버렸다. 많은 연봉과 비례했던 회사 일의 스트레스와 압박. 밤, 낮 없이 365일 일을 하니 그만큼의 따라오는 보상.
단지, 그 보상이 ’ 돈‘으로 돌아온 것임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 돈으로 모든 게 해결되는 회사와 오랜 시간을 일하다 보니 나도 그렇게 물이 들었는지도 모른다. 회사가 직원을 대하는 태도에 적응이 완료되었는지도 모른다. 내가 마음이 변해서 떠나려고 하면 언제나 더 많은 돈을 주면서 나를 길들였던 회사. 그런 회사에서 주는 던져주는 돈을 난 또 감사하게 받았다. 돈이 필요한 현실과 타협을 했다. 많은 부정적인 일들이 많았지만, 회사에서 계속 받았던 시그널을 무시하고 언제나 필요 없으면 버려지는 비인간적인 회사의 태도를 묵과하면서 얻은 것은 돈에 대한 욕구, 돈맛이었다. 그 돈맛에 몇 년을 얌전하게 길들여진 나. 어느 세상이 옳고 그른 짓을 몰랐던 나. 오직 돈이 지배했던 세상에서 버려졌다.
돈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는 회사와 달리 바깥세상은 달랐다. 투자 회사와는 또 다른 세계와 마주했던 나. 현실감이 떨어졌다고 해야 하나? 이직 준비를 하면서 현실 세계와 마주하게 되었다. 내가 받은 연봉이 역시 내 시간과 눈물의 보상금이었다. 돈을 더 많이 주면서 더 많은 일을 했고 인간이 아닌 기계가 되기를 자처했던 나. 그런 내가 이직을 준비하는 것은 쉽지가 않았다. 우선 조건이 맞지 않았다. 여러 회사에 이직 원서를 작성하고 제출, 면접을 했다. 그동안 받은 동일한 월급을 받는 것이 조건으로 회사들을 알아봤다.
돈을 적게 버는 것은 내 인생의 후퇴, 그동안 힘들게 쌓아왔던 내 커리어를 망가트리는 행위라고 생각이 들었다. 반대로 동일한 월급을 받는 조건은 지금까지의 불행한 삶의 연장이었다. 다시 나 자신을 망가트리면서 내 삶이 망가질 것을 알면서 연봉 조건이 맞는 회사는 들어가기가 무서웠다. 그렇다고 돈을 포기할 수가 없었다.
다행히 그동안 쌓아왔던 경력들이 한순간에 없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많은 제안이 왔고 회사를 골라서 면접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많았다. 경제가 좋지도 않은데 실업자가 늘어나고 일자리가 줄어드는 이 시국에 내가 회사를 골라 갈 수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좋아해야 하지 않는가? 행복한 고민을 하는 것인지도. 하지만 난 불안했다.
다시 힘들게 고통받으면서 나 자신을 잃어가면서까지 내 가족과 바꿀 만큼 회사를 더 이상 택하고 싶지 않았다. 회사 일과의 짝사랑을 멈추고 싶었다. 단지 돈이라는 그 이유 하나로 연봉이 많이 주는 회사로 들어가서 또 다른 노예 생활을 다시는 하고 싶지는 않았다.
갈등이 되었다.
연봉이 억 단위다. 억… 억… 억… 돈을 주는 만큼 날 부려 먹을 것이고, 필요 없으면 또 가차 없이 버려질 것이다. 이 짓을 또 하겠다고? 그럼 내 인생은? 내 아이는? 많은 연봉의 액수가 날 행복하게 해 줄 수 있을까?
돈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을 거라는 확신이 없었다. 그동안 내가 알고 있는 것은 돈의 힘이었으니.
돈과 시간, 무엇을 택하면 더 윤택하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 건가?라는 질문과 쉽게 결정이 나지 않는 나와의 대화를 하염없이 했다. 지금까지 겪었던 고통. 회사의 배신과 그 회사로부터 버려진 나. 이 모든 것이 내가 돈을 더 많이 벌고 싶었던 그 욕망 때문이었으며 회사는 내 돈을 향한 욕망을 자기의 이익을 위해 이용을 했다.
이 굴레에서 벗어날 기회는 지금뿐이었다.
많은 면접을 보고 난 뒤 깨달은 점은 우선,
난 바보가 아니다,
다른 회사에 재취직이 가능하고 내가 원하는 월급 수준으로 취직할 수 있다,
나를 필요한 회사는 많고 세상은 넓다 였다.
면접 결과들이 긍정적이었다. 뭉겨질 대로 뭉겨진 나의 자존심을 회복할 기회였고 용기도 생겼다. 나 아직 안 죽었다는 말도 다시 할 수가 있었다.
하지만, 다시 그 지옥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았다. 부정하고 싶었다. 지금까지의 삶은 내가 원하던 삶이 아니었다고. 돈을 위해 내 행복을 팔고 싶은 생각은 없다는 마음이 강했다.
결국 난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거절했다. 억대 연봉이 내미는 손을 놓았다 (아마 당분간은).
그 대신 행복이 내미는 손을 계속 잡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