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을 달려온 나에게 멈춤이란
15년 동안 앞만 보고 달려왔다.
숨 쉴 틈 없이 달렸고, 달리는 게 익숙했다.
그게 삶이고, 어른의 몫이라 믿었다.
딱히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나는 늘 바빠야 안심이 됐다.
‘나는 괜찮은 사람이다’라는 착각 속에서 살았다.
그렇게 일하고, 애 키우고, 또 일하고, 그렇게 살아왔다.
그게 나였다.
그런데,
최근 나는 멈췄다.
정확히 말하면 ‘쉬어보기로’ 했다.
다시 내 삶을 들여다보기로 마음먹었다.
의욕에 넘쳐서도, 누가 하라 해서도 아니다.
그냥…
계속 이렇게 달리다가는 내가 나를 잃을 것 같아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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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말한다.
“이제 워라밸 좀 챙겨야지.”
나는 그 말이 낯설다.
워라벨, 그 단어 자체가 나한텐 아직 어색하다.
나에게 회사 일은 나의 전부, 나의 삶이었다.
시간이 남아도는데 이상하게 불편하다.
편해야 할 시간이 불편하고, 자유로운데 막막하다.
그 이유를 생각해 봤다.
내가 ‘쉴 줄 모르는 사람’이 돼 있었던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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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렇게 시간이 많았나?
이렇게 시간적 여유가 있어도 되나?
나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 걸까?
쓸모없는 사람이 된 것 같고,
괜찮은 척하지만 사실 불안하다.
그동안
회사 일 중심으로 살았기에 일의 성과가 나를 규정해 줬다면,
지금은 그 일이 사라지고 나니까
‘내가 누구인지’ 도무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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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라밸이라는 말속에서, 나는 지금 ‘라벨’(life)이라는 삶을 연습 중이다.
일(work)이 빠진 삶이 이렇게 불편할 줄 몰랐다.
가볍고 느슨한 하루가 마냥 좋은 줄 알았는데, 그 속에 내가 없어 보이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나는 다시 일로 도망치고 싶지 않다.
이 불편함 속에서 내가 누구였는지,
앞으로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조금은 다시 정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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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하면
아직 적응이 안 된다.
너무 열심히 살아온 탓에
쉼마저 낯설고,
내 하루의 의미를 다시 설정하는 일이 어렵다.
그런데도 나는 이 시간을 붙들고 싶다.
지금이 아니면 안 될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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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금
워라밸을 살아보는 중이다.
어색하고, 가끔 불편하지만,
어쩌면 이게 진짜 내 삶을 찾는 시작인지도 모르겠다.
천천히, 내 속도로 살아보려고 한다.
조금은 흔들리더라도.
나는 나에게 주문을 건다. 난 지금 재정비 중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