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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서 May 07. 2022

내게 딱 맞는 카페 찾기

마음 맞는 카페의 소중함

출처 : baristarules


토요일 아침마다 정기적으로 가는 카페가 있다. 매주 일정한 스케줄이기 때문에 이것저것 고민할 것 없이 노트북과 책을 챙겨 가방에 넣고 집을 나선다.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이런저런 고민도 깊게 생각해 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다. 이번 토요일도 당연하게 목적지로 향했다. 그런데, 카페 문을 닫았다.

'사정이 있어 당분간 휴점합니다.'

 

오늘만 휴점이 아니라, 당분간 휴점이라고 한다. 다음주에도 오픈 할 것이라는 보장은 없는 것이다. 불확실성이 증가했다. 난감하다. 나는 일관된 규칙을 가지고 생활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패턴이 깨졌다. 이 근처는 다른 카페를 찾기가 애매한 곳이다. 그래도 찾아야 한다. 다른 패턴을 만들어야 할 때는 주저하면 안된다.


가방을 맨 채 주변을 둘러보기로 했다. '카페'라고 불릴 만한 곳이 없다. 시장을 지나, 지하철 역도 지나본다. 마땅한 곳이 없다. 그러다가 적절한 거리에서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을 찾았다. 저가로 커피를 판매하고 있으며, 최근 공격적인 점포 확장으로 주변에서 많이 눈에띄는 브랜드다. 아무리 돌아봤지만, 이 곳 뿐이다. 어쩔 수 없지. 들어간다.


예의 그 특유의 색상과 좌석들이 눈에 확 들어온다. 시그니쳐 컬러도 여전하다. 커피를 한 잔 주문하고 자리를 둘러본다. 글을 쓰려면 그래도 구석이 좋다. 소리는 이어폰으로 통제가 가능하다. 와이파이 번호를 머리에 넣고 자리에 앉는다. 커피가 나왔다. 역시 사이즈가 크다.


노트북을 열고 와이파이를 잡아본다. 패스워드는 복잡하지 않다. 응? 연결이 안된다. 왜지. 오타인가. 다시 연결해본다. 안된다. 노트북을 리붓해본다. 노트북 문제일 수 있으니. 그래도 역시 안된다. 직원분께 가서 물어본다. '이 건물이 와이파이 상태가 안좋아서, 계속 시도하셔야 돼요. 몇 달 됐는데, 안고쳐지네요. 안되면 어쩔 수 없구요~' 라는 직원분의 대답을 듣고 자리로 돌아온다. 그렇구나. 될 때 까지 해봐야 하는구나. 그냥 핸드폰 테더링을 연결했다.


커피를 한 모금 들이킨다. 비릿한 향이 난다. 나는 커피 전문가가 아니라서 잘 모른다. 내 커피 취향이 촌스러워서 그럴 수도 있다. 요새는 이런 향이 유행일 수도 있다. 아니면 와이파이가 잡히지 않는 상황이 내 뇌를 자극하여 비릿한 향을 느끼게 만들었을 수도 있다. 스트레스로 인한 착각 같은거.


숨을 깊게 들이쉬고 주변을 둘러본다.

도저히 집중이 되지 않는 환경이다. 앉아있는 사람들의 분위기, 소음, 테이블과 의자, 음악, 냄새, 쉴새 없이 울리는 "ㅇㅇ의 민족 주문~"이라는 알람. 자리에서 바라보는 길거리 풍경. 바로 내 앞 자리에서 마스크도 안쓰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통화하는 아이스 아메리카노 아저씨까지. 어느 것 하나 예전 그 카페와 비교할 수 없다. 아무래도 다시 찾아봐야겠구나. 여기서 글쓰기는 틀렸다.


어떤 차이일까? 무슨 변수가 '마음에 드는 카페' 여부를 결정하는 걸까.


나는 리더라고 생각한다. 리더가 모든 것을 결정한다. 카페의 오너가 처음이자 끝이다.

카페의 집기, 인테리어, 직원, 심지어 울려퍼지는 음악 선곡까지 모두 오너의 취향이다. 비릿한 커피를 내놓을지 여부도 오너가 결정하겠지. 그 오너의 취향이 카페에 묻어난다. 그러면 그 주파수에 맞는 사람들이 모인다. 커피의 가격은 상관없다. 그런 '분위기'나 '톤'을 원하는 손님들이 무언가에 홀린 듯 모여든다. 그 손님들이 다시 카페의 분위기를 만들어준다. 오너의 취향과 손님의 분위기가 어우러지며 선순환이 일어난다. '멋진 카페'가 되어간다.


출처 : baristarules


그런 곳에 있으면, 분위기가 나를 이끌어준다. 말도 안되는 소리 같지만 글도 잘 써진다. 지적이며 우아한 사람들이 모여있다는 생각이 들면, 마음도 편하다. 그 누구도 무례한 행동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들고, 이 카페에서는 생산적이고 발전적인 일 들만 일어날 것 같다. (당연히 그건 내 상상이겠지만, 실제로 이루어지는 지 여부는 상관없다. 내가 그렇게 느끼면, 나도 그렇게 행동할 수 있다.) 이 모든 건 카페의 리더가 결정한다. 카페 오너의 취향이 오롯이 묻어날 수 밖에 없다.


회사에서라면 어떨까?

 
어떤 팀은 편하게 일하고 싶은 분위기와 우아한 팀웤을 뿜어낼테고, 어떤 팀은 무례한 사람들이 모여 비릿한 커피를 내놓는다. 그 차이는 어디에 있을까? 분위기라고 불리는 '문화'는 어떻게 만들어질까? 카페와 비슷하게 생각해본다면 결국 리더의 역할이 8할 이상이 아닐까 한다. 리더의 취향으로 픽업한 사람들이 모여서, 리더가 틀어주는 음악에 맞춰 협업하고, 리더의 일하는 방식으로 업무를 진행한다. 이 모든 것이 모여 팀 분위기 또는 문화를 만든다.


팀원은 리더의 말투,표정,행동 모두를 바라보고 있다. 거친 바다에 폭풍이 몰아치면 선원들은 겁에 질린다. 바다는 포효하며 배를 뒤집을  공격한다. 두려운 선원들은 모두 어디를 쳐다볼까? 바다를 쳐다보며 살려달라고 애원할까? 선원들은 모두 선장만을 바라본다. 어렵고 두려울 수록 리더를 바라본다. 의연하고 침착한 리더는 태도  자체로 팀의 분위기를 다잡을  있다. 리더가 전부다. 리더십이야말로 팀의 성공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단일 변수다.


이 프랜차이즈 카페는 왜 이런 분위기를 가질 수 밖에 없었을까, 더 잘 할 수 있었을텐데.

오너가 원했던 분위기는 어떤 모습이었을지 궁금하다. 아니, 오히려 분위기 따위는 아무 고려 하지 않았을 수도 있겠다. 오로지 박리다매, 빠른 좌석 회전율이 목적일수도. (그렇다면 몇 달 동안 와이파이 접속 오류를 그대로 방치한 것도 이해가 간다.)

마음에 드는 곳을 찾아서 또 며칠 더 헤매야겠다. 괜찮다, 그런게 인생이니까.

문득 궁금해진다.
내가 만드는 카페는 어떤 모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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