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1.09 (파묵칼레, 에페소)
5일차
5/5:30/6:20
(5시 기상/5:30 조식/6:20 출발)
조식은 역시나 부페. 빵이 맛있다. 여기선 맛있는 빵을 마음껏 먹을 수 있어서 좋다. (하지만 새벽 5:30에 아무리 많이 먹어봤자 한두조각 일뿐)
이 곳 파묵칼레는 터키 3대 명소 중 하나로 '목화의 성'이라는 뜻의 석회 온천 휴양지다. (이름처럼 로마 섬유 생산의 중심지였다.) 오늘은 파묵칼레와 에페소를 둘러보는 날이다.
아침 06:30 열기구를 타러 간다. 열기구 업체에서 차로 데리러 왔다. 많이많이 춥다. 가져온 모든 옷을 입었다. 열기구 운행은 날씨에 좌지우지되는데, 무엇보다 안전이 최우선이기 때문이다. 카파도키아 에서는 날씨가 좋지 않아 결국 열기구를 탈 수 없었다. 못 탔던 열기구를 파묵칼레에서 시도한다. 정작 열기구를 타러 갔는데, 운행이 중지될 수도 있다. 모든 건 날씨에 달려있다. 인샬라, 신의 뜻이라니. 안되면 어쩔 수 없는거고.
아직 해도 뜨지 않은 새벽 산길을 따라 미니밴이 달린다.
도착하니, 다섯명이 한 조직으로 움직이는 열기구 팀이 벌써 일사불란하게 셋팅중이다. 그 중 리더는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리더란 그런거다. 스스로 솔선수범하며 가장 열심히 행동해 팀원을 이끌어주는 그런 사람.
총 16명이 탑승하는 열기구. 바구니 내부는 4개의 구역으로 나뉘어져 있다. 한 섹션에 4명씩 탑승해 무게를 적절히 분배한다. (한쪽으로 무게가 쏠려 뒤집어지는 사고를 방지한다.)
열기구에 올라탄다.
조금(아니 많이) 무섭다. 올라갈때는 걱정했던 것 처럼 덜컹거리는 느낌은 전혀 없다. 부드럽게 두둥실 올라간다. 조종사가 불길을 풍선 내부로 쏘아올릴 때 열기가 후끈하다. 화염이 발사되는 소리가 무섭다.
빠르게 1km상공까지 올라간다. 아무 보호장치도 없는 바구니에 들어가 1km 하늘위에 올라와 있다니 아찔하다. 나는 높은 곳을 무서워하는데, 도대체 왜 이 높은 곳에 와있는 걸까.
아래는 도저히 못쳐다보겠고 멀리만 본다.
건물과 사람이 조그만 점으로 보인다
해가 뜬다. 빨간 점이 떠오르자 하늘이 붉게 물들며 밝아진다.
주변에 수십개의 풍선이 동시에 떠오르는 장관이 펼쳐진다.
흡사 등띄우기 기복행사같다
파묵칼레와 히에라폴리스 유적지가 저 아래 보인다.
무서워서 고개를 내밀고 아래를 내려다볼 자신은 없다. 카메라만 바구니 밖으로 내밀고 찍는다.
많이 무섭다. (올라가 있는 내내 온몸에 힘을 너무 주고 있어서, 나중에 근육통이 왔다.)
40분이 넘게 떠 있던 풍선이 서서히 내려간다.
착륙 예상 지점에 우리를 태울 버스와 열기구 장비 회수 트럭이 먼지를 일으키며 달려오는게 조그맣게 보인다.
착륙은 부드럽다. 안정적으로 내려 앉는다.
조종사는 불을 쏘아올리며 열기구를 세밀하게 컨트롤하여 착륙시킨다.
착륙이 끝나면 이런 수료증(?) 비슷한걸 준다.
참고로, 혹시 터키에서 열기구를 타실 분들은 반드시 카파도키아에서 타시길 바랍니다.
파묵칼레에서는, 그냥 타지 마세요. 카파도키아에서는 그 특이한 지형 덕분에 높은 곳에서 보는 의미가 있겠지만, 파묵칼레는 솔직히 올라가도 별로 볼 게 없습니다. '열기구를 탔다' 정도의 의미라면 괜찮겠지만, 기왕이면 카파도키아에서 타시길 추천드립니다. (날씨 운이 따라야 하겠지만)
무서워서, 다시 타라고 하면 절대 안탈테지만
'나도 열기구를 타봤다'는 한 번의 경험은 기억에 강렬히 남았다.
아침 09:10 호텔로 돌아와 이제 본격적으로 오늘의 일정을 시작한다.
히에라폴리스, 로마시대의 유적이 많이 남아있는 성스러운 도시 히에라폴리스에 왔다. 클리오파트라가 안토니우스와 재혼해서 신혼여행 온 곳이라고 한다. (클레오파트라는 파묵칼레 호수에서 목욕도 했다고 한다.) 많은 유적들이 남아있고 또 복원중이다.
올리브짜는 곳이 남아있다.
북문의 아름다운 아치를 보라.
원형극장은 15,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거대한 크기로, 검투사들의 결투가 벌어졌던 곳이다.
이곳의 유적들은 큰 지진으로 모두 땅 속에 묻혀있고, 순차적으로 복원중이라고 한다.
파묵칼레 석회붕으로 이동했다.
지면에서 뿜어나온 섭씨 35도 석회 온천수가 산 표면으로 흘러나와 만든 크림색의 석회층으로 유명하다. 아마 터키 관광지 사진으로 가장 많이 쓰이는 장소가 아닐까.
물을 안틀어놨어서 물이 채워져 있는 곳이 별로 없더라. 물 없는 파묵칼레라니. 아놔.
다들 발은 왜 담구는 걸까. 클레오파트라가 목욕 했더 곳이라 그럴 수도.
사람이 이렇게 많을 줄이야. 사진 속에서 보던 그림과는 전혀 딴판이다.
이제 버스타고 2시간 반을 움직여 에페소로 이동한다.
점심은 부페전문 식당이다.
구운 닭고기가 먹을만하다. 날아가는 밥에 닭고기 야채카레 같은 볶음을 비벼먹었더니 제법 맛있었다. 매우 달콤한 후식 케잌은 엄청난 열량으로 보인다. 역시 커피는 없다.
가죽상점에 들른다. (패키지 필수)
설명하는 터키분은 한국말을 나보다 더 잘하시는데, 비결이 뭘까. 나는 요새 한국어가 힘들다.
이동하면서 버스 안으로 들어온 파리 한마리를 잡으려는 어머님을 보고, 터키인 기사분이 잡지 말고 그냥 살려달라고 한다. 그는 수니파 이슬람교도로 살생하지 않는다. 내가 아는 이슬람의 이미지(테러 등)는 과연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기사님께 시원한 음료수라도 따로 하나 드려야겠다.
도시 에페소에 도착했다.
터키 최대의 고대 도시. 헤라클레이토스, 탈레스 등의 철학자들이 이 곳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예술과 과학이 발전했던 이오니아 문명의 중심지.
25만 인구(성인만 카운트, 노예여성아이 제외)가 살았던 고대 로마 항구도시로 성경에 나오는 곳이다.
원래 바닷가였지만, 두 번의 지진이후 바다에서 17km 멀어진 상태다. 사도바울이 2차 전도여행에서 전도를 위해 왔던 곳으로 유명하다.
오데온 (작은 극장)
에페소 초대 교회터
도미티아뉴스의 신전
(도미티아뉴스 황제는, 사도 요한을 박해한 반기독교 대표황제)
나이키여신 (나이키 마크랑 정말 비슷하구나)
그 옆 복원중인 현장. 일하시는 모습을 오래 지켜봤는데, 솔직히 엉망이더라. 그냥 대충 아무 돌을 쌓고 흙을 손으로 덮는 수준이었다. 유물이 워낙 많다보니, 시큰둥한 느낌이다.
약국터 표시. 새겨진 뱀을 보자.
쿨하테스의 거리
귀족 상점의 바닥을 보라
하드리아누스 황제의 신전
화장실
귀족이 앉을 때 차갑지 말라고 노예가 먼저 와서 앉아 있었다고 한다. 소리나면 민망하니까 앞에 분수를 만들어 소음을 발생시켰다.
귀족 거주지
현재 복원중인 곳인데, 직원이 일찍 퇴근해야 한다고 4:30에 닫아버렸다. (원래 5시 폐장) 데이트 약속이라도 있었나보다. 아쉽지만 어쩔 수 없지.
셀수스 도서관
가장 복원 잘 된 유적지로 손꼽히는 셀수스 도서관. 로마는 이집트에서 파피루스를 수입해서 기록용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이집트가 수출을 중지하자 난감해진 로마. 이 때, 황제가 '그럼 우리 양가죽에다 글씨를 써볼까?' 라고 제안했다. 양피지는 타지도 썩지도 않아 최고의 기록용지였다. 그래서 양피지 기록이 발달했고, 이 곳 셀수스 도서관에는 약 17만 권의 양피지 책이 있었다고 한다.
건물 기둥은 몇개의 커다란 대리석 기둥을 쌓아서 만들어진다. 그런데 흔들리면 떨어질 것 아닌가? 그래서 이 때 돌과 돌 사이를 나무조각으로 연결해 서로 강하게 결합한다. 아래 사진의 네모 구멍에 나무 조각을 끼워놓고 일단 기둥을 올린 뒤, 사진의 저 작은 틈(물길)으로 물을 흘려넣어 나무를 '불린다' 그럼 단단히 고정되어 기둥은 절대 흔들려 떨어지지 않게 된다.
로마시대 광고판
사창가로 오라는 광고판이다. 저기 저 발크기보다 크면 사창가로 오라는 의미
원형극장
25,000명 수용이 가능한 대형 원형극장이다. 사도요한이 마지막 연설을 한 곳이며, 이 곳에서 조수미가 두번 공연했다.
호텔로 이동한다.
오늘의 호텔은 아마 이번 여행에서 가장 좋은 숙소가 될 듯 하다. 힐튼에서 운영하는 더블트리.
저녁은 호텔 식당에서 닭고기에 밥이다. 이젠 외울 수도 있다. 닭고기에 밥.
쇼핑몰
호텔 옆에 쇼핑몰이 있어 한 번 가보기로 한다.
동네 작은 쇼핑몰 분위기다.
1층은 옷, 신발 등 소매점이 잔뜩 들어와 있다.
2층은 버거킹이나 파파이스 같은 푸드코드로 구성되었다. 친숙한 브랜드도 있고, 로컬 브랜드 피자/스파게티 가게들도 많더라.
그냥 돌아가긴 섭섭해서 2층 푸드코트에서 도넛이랑 커피를 주문했다.
커피는 비릿한 냄새가 나서 못 마시겠다.
조금 먹다가 버렸다. (도너츠는 맛있게 다 먹었다.)
쇼핑몰 지하 마트에서 내일 이스탄불 갈 때 먹을 간식거리를 좀 샀다. (탄산음료, 과자 등)
뭐라도 쇼핑해보려고 했는데, 별로 사고 싶지 않다.
역시 나는 쇼핑하고는 거리가 멀다는 걸 다시 깨닫는다.
숙소로 돌아왔다.
책을 읽다가 잠들었다.
https://brunch.co.kr/@dontgiveup/1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