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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서 Nov 28. 2022

네, 터키에 혼자 왔습니다 6

2022.11.10 (이스탄불)


6일차


4/5/6

(4시 기상/5시 조식/6시 출발)


새벽 5시에 먹는 조식은 계란, 빵, 커피다. 다행히 커피를 준다. 맛도 좋다. 따뜻한 커피 한 잔이면 만족한다.

아침 공기가 차다. 한국도 많이 춥겠지.


이스탄불로 이동한다. 버스는 5시간 30분을 달릴 예정이다.

이번 터키여행은 총 3680km를 이동하는 대장정이다. 그 만큼 버스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다. 마지막 날 왜 이스탄불에서 출국하지 않고 굳이 앙카라 공항까지 이동하는 데 하루를 소모하여 출국하는지 등등 이번 여행 루트에 궁금한 점이 있다. 물론 여행사와 비행사 측의 말못할 사정이 있겠지만, 이해가 안가는 건 어쩔 수 없다.


새벽이라 모두 잠든 버스에서 책을 읽는데, 창 밖에 해가 뜬다.

고요하다. 책은 재밌다. 햇볕은 따뜻하다. 기분이 만족스럽다.


두시간을 달려 휴게소에 들렀다. 커피한잔 19리라니까 1400원 정도다. 손에 컵을 쥐니 따뜻하다. 향긋한 커피 향이 마음에 든다.

잠시 쉬고 다시 달린다.


워낙 긴 이동이라 휴게소에 한 번 더 들른다. (운전자 휴식 조건 때문에 강제로 버스 시동을 꺼야 한다.)

다시 달린다.


이스탄불로 들어가는 다리

드디어 이스탄불에 도착했다.

시내 들어가자마자 차가 엄청 밀린다. 이스탄불이 엄청난 교통체증으로 유명하다던데, 역시 명불허전이다.


이스탄불은 1453년 오스만제국이 콘스탄티노플을 점령하면서 세운 도시다. 1100년을 넘게 이어오던 콘스탄티노플이 이슬람에게 함락당한 역사를 갖고 있다. (그 엄청난 전투에 대한 내용은 내일 전시관에 찾아가 더 자세하게 살펴 볼 예정이다.)


바로 점심을 먹는다.

점심은 현지식으로 케밥이다. (이젠 본능적으로 다른 메뉴가 나오리란 기대조차 하지 않는다.)

메뉴는 소고기로 만든 이스켄들 케밥. 맛은 코멘트하지 않겠다.

빵과 토마토 스프
케밥 (토마토 소스에 버무린 소고기, 요거트가 같이 나왔다.)


이상하게 골목이 경찰이 많다.

주차금지 구역에 주차한 사람에게 경찰이 차를 옮기라고 지시했다. 그러다가 시비가 붙었고 경찰한테 거칠게 항의한 사람의 다리에 경찰이 발포했다고 한다.(실탄을!) 엠뷸런스가 와서 방금 실어갔단다. 공권력의 차이가 느껴진다.


히포드롬 광장

기독교를 공인한 데오도시우스 황제가 만든 원형 경기장이다. 데오도시우스 황제의 첫째 아들은 동로마(이스탄불), 동생은 서로마(이탈리아) 를 나눠 지배한 것으로 유명하다.

원형 경기장은 사라지고, 지금은 커다란 공원에 기둥 세개만 남아있다

남아있는 세개의 기둥


기둥 아래 구멍들은 청동 주조물들이 장식되어 있던 자리다. 그 아름다운 청동 주조물들은 오스만 제국이 점령하자마자 다 뜯어가버렸다고 한다.

어떤 장식이 있었을까?


저 아름다운 기둥의 부조를 보라.


역시나 만난 큰 개. 낮잠을 즐기는 모습이 평화롭다.


성소피아성당

세계 7대 불가사의 건축물 중의 하나인 콘스탄티노플의 성소피아성당.

성 소피아 성당


입장 줄이 어마어마하다

성당 입장을 기다리는 길고 긴 줄


성 소피아 성당은 1500년 전에 만들어졌으며, 5년 10개월 동안 건축되었다고 한다. 두번의 대지진에도 살아남은 이 성당을, 1453년 오스만 제국이 점령 후 이슬람 사원으로 개조해버렸다. 내부 성당 벽화 등 모든 그림에 회칠해버리고 첨탑까지 만들어서 이슬람 사원의 모습으로 만들어버린 것이다.


입장하면서 짐 검색이 있다. 아마 테러 등의 위험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나는 여행을 다니면, 맥가이버칼 하나를 가지고 다니는데, 검색대 엑스레이 검색에 걸려서 칼을 압수(?) 당했다. 보안요원은 '나올 때 주겠다'고 하는데, 입구와 출구가 다르다고 알고 있는데다가, 솔직히 터키 보안 요원의 약속을 믿을 수 없었다.

'아일비 롸잇백'을 백번 정도 얘기하고 일단 입장했다. 다행이 나갈때 다시 입구로 가서 설명했더니 돌려줬다.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서 맥가이버 칼을 챙겨가지고 다니는데 이럴 때 곤란하다. 미리 알고 갑시다. 성소피아성당은 소지품 검사가 있습니다. 여러분, 반드시 명심합시다.


성소피아성당은 신발을 벗고 입장한다. 바닥이 눅눅하게 느껴지는 건 기분탓이겠지.

성소피아성당의 내부. 기독교와 이슬람교가 섞여 공존한다.
바닥의 아름다운 대리석 장식
성 소피아 성당은 신발을 벗고 입장한다. 예배를 드리는 남자들 (여자는 예배 불가)


기둥머리의 아름다운 조각


천장의 아치


지하물 저장소

수천년 전에 이미 강물을 저장해 식수로 사용하는 물 저장소를 건설해 사용한 로마인들. 19세기 미국인 고고학자가 이 물저장소 위의 식당에서 밥을 먹다가 숟가락을 떨어뜨렸는데, 그 떨어지는 소리가 이상해서 바닥을 파봤다고 한다. 그랬더니 이 물 저장소가 똭!

어마어마한 규모의 물 저장소


1500년 전에 만든 메두사의 얼굴이 기둥바닥으로 사용되었다.

메두사의 얼굴 1


메두사의 얼굴 2


이 물 저장소는 영화 '테이큰2' 에 나왔으며, 총 336개의 기둥으로 이루어져 있다.


강물을 끌어와서 저장했다.

아까 이야기한 19세기 미국인 고고학자가 여기를 찾아낸 그 식당이, 바로 아래 사진의 저 구멍 위쪽이다.

역사적인 발견 장소


더 놀라운 건, 이런 물 저장소가 6개나 있다는 것이다.

엄청난 규모

물 저장소다 보니, 습하고 덥다.

대단한 건축기술에 놀라고 또 놀란다.



이슬람전통사원

성소피아성당은 교회를 이슬람사원으로 개조한 것이라면, 이번에는 전통 오리지널 이슬람사원을 방문해 본다.

이슬람 사원

350년전 만든 곳이라고 한다. 역시나 신발을 벗고 입장한다.

메카 방향으로 지어져 있다.

사진 오른쪽 계단은 목사님(?)이 올라가서 예배드리는 곳이다.

사진 상단의 동그라미속 글씨는 복음 저자들 문양이다.


이슬람은 매시간 예배한다. 잦은 기도 시간이 생산성을 낮춰, 산업발전을 저해한다는 의견이 있다는데, 개선이 가능할까? 아마 안될꺼다. 종교란 그런 것이다. 이성적 판단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길거리 카페들

차에 진심인 터키인들의 카페는 길거리 어디에서나 볼 수 있다. 이들은 시간만 나면 차를 마신다. 설탕을 가득 넣어서.

시간만 좀 주어졌다면 여기서 차 한잔 하고 싶었지만, 이번 패키지 일정에 그런 여유따윈 없다.
어디서든 볼 수 있는 길거리 카페


그랜드바자르 시장

18개의 출입구와 4,000개 이상의 상점이 있는 터키 최고의 대형 시장이다. 잦은 테러 때문인지, 시장 입구에서 보안요원이 출입 검사를 한다.

끝없는 상점들

짝퉁 천국이다. 롤렉스 시계, 샤넬 가방 등 없는 짝퉁이 없다. 누군가는 여기서 구매를 하니까 운영하고 있는거겠지. 거대한 시장인 만큼 입구와 출구가 18개로 길을 잃기 딱 좋다. 하지만, 1번이 앞문/7번이 뒷문/1번과 7번을 연결하는 길이 메인. 이것만 기억하면 아주 쉽다.

용기있게 골목 골목을 다녀본다. 길을 잃더라도 1번과 7번을 잇는 메인 도로만 찾아가면 되니까. 쉽게 돌아갈 수 있다.


길을 잃었다.

여기는 대체 어디지.

1번 7번은 커녕 내가 지금 그랜드바자르 안에 있는건지도 모르겠다.

조금 있으면 집합 시간인데, 큰일이다. 민폐를 끼칠 순 없다. 내가 늦으면 모든 사람들의 시간을 뺏는 격이다. 얼른 길을 찾아야 한다.


당황하고 겁날 땐 일단 차분히 멈추고 에너지를 채워넣어야 한다. 케밥하나 사먹으며 길을 물어봐야겠다.

그랜드바자르 안의 케밥집


그렇지,

바로 이게 내가 알던 케밥이지.

빙글빙글 돌아가며 구워지는 고기를 얇게 썰어낸다.


이 아저씨가 맛있게 만들어줬다.


이런 스타일의 케밥을 먹고 싶었다. 드디어 먹는구나. 아주 맛있다. 냠냠.


요리사 아저씨한테 길을 물어봤더니, 친절하게 가르쳐줬다. 감사합니다.

다행이다. 그랜드바자르에서 미아 될 뻔.

누가 길 찾기 쉽다고 했냐 ㅠㅠ 조심하세요 여러분, 길이 굉장히 복잡합니다.


케밥이 좀 짰나. 나와서 콜라 하나 사서 마신다. 20리라. 관광지라 그런지 비싸다.

시원한 콜라


이스탄불의 지옥의 교통체증.

이제 겨우 네시 반인데, 차가 움직이질 않는다. 여기저기서 빵빵 경적을 울리고 난리다.

주차장인지 도로인지


이스탄불 시청

역시나 케말파샤 사진이 걸려있다

이스탄불 시청


저녁식사.

오늘의 매뉴는 한식.

닭계장이다. 맵다매워. 청양고추를 많이 넣었나보다. 오랜만에 먹는 찰진 밥이다.

밥을 국에 말아서 후루룩 뜨끈하게 먹었다. 쌀쌀한 날씨에 따뜻한 국물을 먹으니 힘이 난다.

닭계장과 찰진밥


탁심광장 앞 전망좋은 카페에서 맥주를 한잔 마신다.

야경이 멋지다.


탁심광장

저녁 노을이 지는 탁심광장


해가 진 탁심광장. 조명이 근사하다.


역시나 케말파샤의 동상


탁심광장의 밤은 화려하다.


탁심광장 옆 이스티클랄 거리를 구경한다.

한국의 명동과 같은 곳으로 다양한 상점과 음식점들이 밀집해있다. 사람이 어마어마하게 많다. 주말에는 발 디딜 틈 없다고 한다.

정말 명동 같다.


나는 해외에 오면 해당지역 패스트푸드 쉐이크를 먹어보는데, 이번에도 맥도날드 쉐이크에 도전했다. 달다. 많이 달다.


가족들 주려고, 터키쉬 딜라이트를 하나 샀다.

그리고, 백종원씨가 천상의 맛이라고 극찬한 카이막도 구매했다. (한국에 잘 가져갈 수 있을까?)

카이막 가게


화려한 밤거리


트램이 거리 끝에서 끝까지 왕복하며 지나다닌다. 이국적이구만.

실제 구동하는 트램


거리공연도 한창이다. (노래가 신나더라)

거리 공연


길이 끝이 없다. 2km라고 했던가.


저녁9시 무지 춥다. 가지고 온 옷을 전부 껴입었다.

이스탄불 사람들은 퇴근하면 전부 여기로 오나보다.


내가 방문한 날로부터 정확히 이틀 후, 바로 이 이스티클랄 거리에서 폭탄 테러가 일어났다.

https://www.khan.co.kr/world/mideast-africa/article/202211140826001

그 어떤 이유로도 무고한 시민을 대상으로 테러를 일어켜서는 안된다. 시민과 관광객은 죄가 없다.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등산열차(피에르로티)를 탔다.

등산 열차


유럽에서 두번째로 생긴 등산열차(첫째는 헝가리 부다페스트고 두번째가 이스탄불)로 150년 역사를 자랑한다. 실제로 앞쪽 마크에 150이라고 찍혀있다.

오래되어 보인다.


요렇게 이동한다고 한다. (언덕을 오르내리는 열차)


다리에 가서 야경을 찍어봤다. 저 멀리 블루모스크 사원이 보인다.


숙소로 이동한다.

오늘은 하루만 묵는 호텔이 아니다. 이틀을 지낼 호텔이다. 이틀을 묵는다는 사실만으로도 마음이 조급해지지 않고 여유가 생긴다. 캐리어를 바로 정리하지 않고 펼쳐놓을 수 있어서 좋다. (작은 것에도 기쁨을 느낄 수 있게 만들어주는 패키지 여행의 매력)

오늘의 호텔 (풀맨)


객실 컨디션이 좋다.


패키지 여행에 대한 생각.

정해진 약속 집합 시간에 늦었으면서 사과한마디 없이 낄낄대며 들어오는 사람부터, 고요한 버스 안에서 딱딱 손톱을 깎는 사람 , 버스안에서 기침을 사방팔방에 하면서 터키에선 마스크 안해서 좋다며 큰 소리로 떠들던 모녀, 맨발을 올려놓고 발 각질을 다듬는 사람까지 있었다.(그걸 버스 바닥에 후후 불어버리는 모습을 차라리 보지 않았다면 좋았으련만) 전망대에 올라 본인이 잘 보이는 자리로 꾸역꾸역 들어와 이미 그 자리에 있던 사람을 강제로 밀어내는 행동은 귀여운 수준이다. 여행내내 사진전문가 복장을 하고(등산복에 그 조끼는 무엇) 무법자 처럼 휘젓고 다니던 노인분 덕분에 사진을 취미로 가진 분들에 대한 없던 편견까지 생길 지경이다.

이런 다양한 사람들과 한 팀이 되어 열흘에 가까운 여행을 함께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물론 그들도 내가 마음에 들지 않았겠지. 당연하다. 개인 취향과 성향은 엄연히 다른 법이니까.)


하지만, 모두 감당해야 할 부분이다.

왜냐면, 패키지여행은 그 싼 가격만큼 무례한 사람들과 일정기간 강제로 함께해야하는 대가를 치뤄야 하는 법이기 때문이다. 이미 모두가 알고 참여하는 것이다. 단, 그 인내의 역치가 본인이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냐는 것은 또 다른 얘기지만. 특히 이번 여행에서 견디기 힘든 상황이 많았던 것은, 아마 나이가 들며 나의 참을성이 줄어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결국 다양성을 인정하지 못한 내 탓이다.


역시, 혼자 여행을 오면 이래저래 생각이 많아진다.

그게바로 내가 여행을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씻고

책을 읽다가

잠들었다.



https://brunch.co.kr/@dontgiveup/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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