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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서 Nov 29. 2022

네, 터키에 혼자 왔습니다 7

2022.11.11 (이스탄불)


7일차


5:30/6:30/7:30

(5:30기상/6:30조식/7:30출발)


5:30 기상. 누가 만들었는지 모르지만, 패키지 상품 특유의 일찍 일어나는 일정 정책은 아주 적절하다. 어차피 시차때문에 눈이 일찍 떠지기 때문에 적절하고, 좀 더 많은 것을 보고자하는 한국 여행객의 요구에 정확히 들어맞아서 더욱 적절하다. 그래서 일찍 일어나는 것에 대해 아무도 불만없이 잘 따른다.


조식은 빵,스프,에그스크램블,소시지,커피다. 커피가 있다는 사실 만으로도 충분하다.

식당 좌석에 전등이 안들어와서 음식의 윤곽만 보며 먹을 수 밖에 없었다. 새벽부터 전등을 고쳐달라고 하기도 싫었고, 불이 들어오는 자리를 차지하느라 아등바등 진상 짓을 하는 건 더더욱 싫었다. 그냥 움직이기 위한 영양분을 입에 넣으면 그만이다. (내가 먹은 게 음식은 맞겠지)


이스탄불의 아침은 여전히 춥다.

가벼운 패딩을 입고 스카프를 두른다.


피에르로띠

케이블카를 타고 언덕위에 올라 멋진 전망을 즐긴다.

해가 뜬다. 신유럽과 구유럽을 가르는 골든혼 바다를 바라본다.

언덕 위 카페에서 차이티를 마시며 아름다운 전망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터키인들이 사랑하는 그 홍차. 맞다.)


앞 글에 이야기 했듯, 이 패키지 상품에는 많은 한국 팀이 동시에 움직인다. 그래서 팀끼리 경쟁을 하며 불편한 상황들이 만들어진다. 이 곳에서도 마찬가지 였다. 몇 분 차이로 먼저 도착한 팀이 카페의 자리를 모두 차지하고 앉아있다. 결국 늦은 나머지 팀은 주변을 걸으며 시간을 보낼 수 밖에 없다. (우리도 느긋하게 앉아서 차를 마시고 싶지만 자리가 없다.) 이런 상황이니 어떻게든 빨리 이동해 자리를 선점하고자 하는 투어팀들의 열망이 이해가 간다. 고작 몇 분 차이로 한 시간 이상 여행의 퀄리티가 달라진다. 상대적 박탈은 생각보다 상실감이 크다.


운이 좋다.

주변을 걷고 있는데, 마침 한 팀이 카페 자리를 뜬다. 사진을 찍으러 가나보다. 앉았다. 고양이가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괜찮다. 어차피 나는 혼자다. 의자는 하나면 충분하다.

안녕, 반가워.


따뜻한 햇살을 맞을 수 있는 자리에 앉았다. 운이 좋다.

차이티를 마시고 숨을 깊게 들이쉬니 이보다 좋을 수 없다. 편안하다. 공기가 상쾌하다. 하루 종일 여기 앉아 책만 읽고 싶다.

카페에서 바라본 골든혼


선물샵 쇼핑(패키지 필수)을 왔다.

석류, 다프니 비누(월계수/머리감는 비누), 장미오일을 파는 곳이다. 구경만 했다.


돌마바체 궁전

터키의 베르사유 궁전이라 불리며 화려함의 극치를 자랑하는 돌마바체 궁전에 왔다. 1856년에 완공까지 13년이 걸린 곳이다. 31대부터 36대 술탄까지 이 곳에 거주했다고 한다.

화려한 입구의 건축양식, 정말 베르사유 궁전 같네.


장식 하나하나가 섬세함의 과잉이다.


24톤의 금을 사용해 내부를 장식했다고 하니, 사치의 끝판왕이라고 불릴만 하다.

초대 대통령, 터키의 영웅 케말파샤가 임종을 맞이하면서 이곳을 박물관으로 변경하라는 유언을 남겼다. 이런 아름다운 곳을 술탄들만 차지하고 누리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는 뜻이었겠지. 시민에게 돌려주라는 큰 뜻으로 이해한다. (존경받을만 하구만)

바다와 바로 연결된 궁전 내부


작은 오디오 시스템을 나눠주었다. 한국어 설명이 구체적이고 친절하게 되어있더라. 귀에 가까이 대고 들으면서 궁전 내부를 돌아볼 수 있었다. 오디오 가이드를 들으며 투어를 하니, 훨씬 의미있는 시간이 되었다.

오스만의 건축양식과 생활상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화려했다. (나는 이슬람에 대해 큰 오해를 하고 있었구나.) 내부는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 있어 눈으로만 담았다.

궁의 외부


궁 내부 술탄의 집무실은 어마어마했다. 규모면에서나 디테일한 장식면에서나 혀를 내두를 정도로 잘 꾸며놓은(돈을 많이 쓴) 장소였다. 그 동안 내가 너무 기독교 문화만 접했었나보다, 이슬람 문화의 아름다움(세공 기술 등)과 화려한 느낌(아치홀 장식 등)도 나름대로 충분히 매력 있더라. (물론 베르샤유를 너무 따라하긴 했다.)


궁 앞에서 유람선을 탄다. (20분 정도)

정박한 배들


우리가 탈 배가 들어온다.


배를 타고 바다 위에서 궁의 전체적인 모습을 본다.


자세히 보면, 갈라타다리 위에서 많은 사람들이 낚시 중이다. 고등어를 잡는 사람들인데, 그들이 잡은 고등어는 고등어 케밥의 재료가 된다.

다리 위가 잘 안보이네. 나는 사진에 소질이 없다.


점심

오늘의 점심은 바로바로 또 케밥. 에티도다르 케밥이다.

저건 소고기라는데, 햄같은 식감이다. 갈아놓은 고기인건가.


밥 먹고 나왔는데, 식당 앞에 바로 콘스탄티노플 성벽이 있다. 어딜가도 수천년의 유적이다.

성벽의 잔해


톱카프 궁전

31대부터 36대부터까지 술탄들이 돌마바흐체 궁전에서 살았다면, 그 이전에는 어디서 살았을까? 6대부터 31대까지 바로 이 톱카프 궁전에서 거주했다. 돌마바흐체가 이슬람보다는 중세유럽의 화려한 분위기였다면, 톱카프야 말로 이슬람 문화의 진수를 볼 수 있는 건축물이었다. 참고로 '톱카프'는 '대포 문'을 뜻한다. 과거 해협쪽에 대포가 놓여있던 것에서 유래한 이름이라고 한다.

궁전 입구 줄이 길다.


이 톱카프 궁전에 살던 31대 술탄이 여기가 너무 구리다고 새로 지어서 옮긴게 바로 돌마바체 궁전이라고 한다. 근데 진짜 뭔가 정돈되지 않은 느낌이 강하다. 일관된 디자인 방향(?)은 보이지 않고, 통일감이 없다. 아니면 내가 이슬람 건축 디자인에 대해 잘 몰라서 일 수도 있겠다. 일단 문외한이 보기엔 그렇다.


저 앞에 나무는 사진으로 다시 봐도 좀 그렇다.



침대와 의자(금을 참 좋아하는 듯)


나무들이 전체적으로 관리가 잘 안되는 듯


바닥 장식에 진심이구나


이게 이슬람 양식인건가


왕좌 같은데, 편의 보다는 화려함을 택한 듯


저 앞에 기관총을 든 보안요원이 보인다. 가방 검사는 당연하다.


확실히 오래 된 티가 난다


이제부터 톱카프 궁전의 주방 구역이다. 술탄(왕)들은 음식에 진심이라, 주방 요리사만 200명이 상주했다고 한다. 과연 이건 사치일까 아닐까.

건물 전체가 주방이다.


요리에 사용된 다양한 솥 들


국회의사당 (화려하게 만드는 건 예나 지금이나)


하렘

여성들만 사는 곳이었던 하렘. 남자는 출입이 불가했다. 오직 술탄(왕)만이 출입할 수 있는 유일한 남자였다고 한다.


작은 도시처럼 꾸며놨다.

철저하게 폐쇄적이다.

하렘 내부의 화장실


하렘의 세면대


골목 자체도 높고 폐쇄적이다. 감옥이라고 부르면 과한 것일까


하렘에는 거울이 없었다고 한다. 여자들끼리만 모여 살다보니 서로 미모로 경쟁하고 싸움이 나고 살인이 일어나는 상황이 반복되었기 때문에, 거울을 아예 없앴다고 한다. 단 한 곳, 왕과 연회를 즐기는 장소에만 거울이 하나 있었는데, 바로 아래 사진의 거울이다.

유일한 거울. 주변 타일의 화려한 무늬를 보라.


하렘, 왕의 침대.

생각보다 침대가 많이 낮다. 이 정도면 온돌문화에 가까운거 아닐까.

왕의 침대


하렘, 왕의 연회장


하렘의 역사와 배경, 생활상에 대한 설명을 가이드분께 들으며 관람을 했다. 패키지 여행(특히 유럽)의 가장 큰 장점은 배경지식이 풍부한 가이드의 설명을 실시간으로 들으며 문화재를 관람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20명 가까운 사람이 한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야 하는 상황에서 하렘처럼 길이 좁은 곳은 최악의 장소다. 오고가는 사람을 생각하면 한 줄로 서서 가야하는 통로. 사람은 외국인들부터 어마어마하게 많다. 20명이 한 줄로 서 있다보니 뒤쪽은 설명을 들을 수 없다. 결국 이야기는 들리지 않고, 앞 사람 쫓아가기 바쁘다. 사진에 진심인 사람들이 길막을 시작하면 뒷 사람은 더 뒤쳐진다. 겨우 쫓아가서 1초 보고 3초 사진찍고 뛰어서 따라가면 이미 다음 설명은 끝나있고. 또 반복. 이러니 아등바등 앞자리에 서려고 밀치고 뛰고 배려없이 이기적으로 움직일 수 밖에 없지. 이런 투어는 3명에서 5명이면 적당할 텐데. 그건 또 수지타산이 안맞으려나. 여하튼 나는 설명은 거의 듣지 못했다. 애를 쓰며 밀치고 따라다니는 것은 도저히 하기 싫더라.


무늬에 진심인 이슬람


콘스탄티노플을 무너뜨린 오스만 제국의 군사력이 늘 궁금했다. 당시에 뛰어나 기술력을 자랑했던 유럽 기독군대를 이길 수 있었던 그들의 무기는 과연 무엇이었을까. 그들의 각종 무기를 전시해 놨길래, 사진을 많이 찍었다.

갑옷과 투구, 가슴과 배쪽에 덧댄 철판이 인상깊다.


다양한 총. 실제로는 총보다 칼과 활을 더 많이 사용했다고 한다.





이스탄불 고고학 박물관

카데시조약 원본 : 이거 원본 맞나, 아닌 것 같은데. 가이드분은 원본이라고 했지만, 플라스틱 같은 느낌이 드는 건 왜일까. 이게 어마어마한 유물인 이유는. 이 것이 세계 최초의 성문 평화조약이기 때문이다. 무려 3,300년전 히타이트와 이집트가 16년간 싸우다가 맺은 평화조약을 글로 써 남긴 조약문의 원본이다. 3,300년 전 조상들도 이렇게 평화를 위해 싸움을 멈췄는데, 지금 지구촌은 어떤까? 우리는 과연 발전하고 나아졌다고 볼 수 있을까?

카데시조약 원본 (원본 맞나? 흠)


전부 로마 유물들

대리석 관


관 열었더니 미이라

대리석 관 내부에, 장기와 뼈가 매우 잘 보존되어 있다.


알렉산더대왕 무덤

바로바로바로 그 대단한 알렉산더 대왕의 관이다. 시신은 발견 못했다는데 이 관은 과연 진짜일까?

알렉산더 대왕의 대리석 관


알렉산더 대왕의 활약이 섬세한 조각으로 표현되어 있다.


로마 사람들, 메두사를 참 좋아한다. (정형돈,정준하가 보이는 건 내 착각일까)


블루모스크

해가 지는 블루 모스크


아래 사진처럼 차에 창문을 다 열어놓고 다녀도 안훔쳐간단다.

아니 뇌물도 좋아하고, 공무원들 부패도 많다고 하지 않았었나. 도대체 뭐가 진실인거지. 뭔가 자꾸 상충되는 것들이 입력되니까 이 나라를 정형화할 수가 없구나. 하긴, 그것 조차 내 선입견이겠지. 반성합니다.

차 창문을 다 열어놓고 다닌다. 문도 안잠근다고 한다.


저녁은 식당 타마라에서 케밥. 닭봉에 밥이다. 또 닭이다. 한국도 치킨을 좋아하지만, 터키도 만만치 않다. 이래서 형제의 나란가보다.

밥, 야채, 닭


호텔로 이동한다.

호텔 근처에 210이라고 적힌 큰 아웃렛매장이 있다고 구경 다녀오라고 가이드분이 말씀해주셨는데, 걸어가기엔 너무 멀다. 어차피 나는 쇼핑은 안할꺼니 안갈란다.


방에서 책 읽다가 잤다.



https://brunch.co.kr/@dontgiveup/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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