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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서 Jan 28. 2023

백로그 관리자의 운명

JIRA로 일하나요?


“지라를 사용하나요?”

IT서비스 분야에서 일하는 많은 사람들이 회사를 선택할 때 궁금해 하는 질문이다. 왜냐면 협업 툴은 문화 그 자체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IT기업들이 요새 핫한 협업 툴을 끊임없이 리서치하고 도입하는 것은 다 이유가 있다. 업계에 통용되는 툴을 써야, 내부 조직원들의 성장, 심지어 이직에까지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커리어 측면에서 보자면, 슬랙으로 소통하고 노션으로 협업하는 등의 경험은 그래서 더욱 소중하다. 보통 지라가 기본이 된다. 많은 IT기업에서 지라를 사용한다. IT개발 관계자들과 소통하며 업무를 진행하기에는 지라만한 툴이 없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지라를 사용하긴 하지만, 이름만 사용하는 경우도 많다. 지라를 단순한 게시판(?) 처럼 사용하는 거다. 칸반보드에 100개 가까운 티켓을 Doing에 쭉 달아놓고 쓴다. 스크롤을 몇 번 내려야 될 정도. 관리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순수한 상태. 당연히 관리자는 없다.


그렇게 쓰는 것도 괜찮다.

의미 있다. 정답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금 더 잘 써보고 싶다면, 개선하면 된다.

지라 티켓을 꼼꼼하게 작성하지 않는 상황을 7가지 항목별로 살펴봤다.


1. Summary

축약된 단어의 나열 수준으로 작성되어 있다. 그래서 가독성이 낮다. ‘ㅇㅇ 개선’, ‘ㅇㅇ 대응’ 이런 느낌이다. Summary만 읽어선 대체 무엇을 하는 티켓인지 알 수 없다. 어떤 티켓은 Summary에 ‘C레벨 지시 사항’ 또는 ‘긴급’ 이라고만 덜렁 작성되어 있기도 하다. 서머리는 '제목'이 아니다. 아래 사전을 보면 알수 있지만 '요약'이다. Summary만 보고도 내용을 알 수 있도록 정성들여 작성해야 한다. 영화판에도 '한줄평'이라는 카테고리가 아예 따로 있지 않은가. 우리도 할 수 있다. 적어도 '무엇을 어떻게 한다' 정도의 서술형으로라도 작성해보자.

Summary는 '요약'


2. Assignee

Assignee가 비어있거나 혹은 명확하지 않다. 어싸이니만 봐서는 누가 담당자인지 제대로 알 수 없다. 예를 들면 개발은 마이클이 하고 있는데, 정작 크리스에게 맵핑이 되어 있다.  이런 경우는 일하는 방식이 좀 묘한 케이스다. 크리스는 개발자였지만, PPT에 내용을 정리해서 실제 개발하는 마이클(외주 개발사)에게 넘기고, 마이클은 명령대로 소스를 수정하고, 크리스에게 리뷰를 받는다. 머지 후 커밋, 배포는 크리스가 하는 구조. 코딩은 마이클이 하지만 Assingee는 크리스. 왜냐면 크리스는 개발자이자 ‘관리자’니까. ‘현업 담당자‘ 느낌이랄까. (업무 방식의 문제라고도 볼 수 있다) 크리스는 코워커 정도로 입력해놓으면 적당하다. 아니면 별도의 티켓을 발행하던지. 이 경우 진짜 어싸이니를 찾기 위해서는 직접 물어봐야 한다. 리소스가 낭비된다.


3. Story Point

예상되는 투입 리소스가 입력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Estiamted도 Story Point도. 일이 얼마나 걸릴지에 대한 볼륨 파악 및 예측은 없다. 그냥 ‘누가 뭘 하고 있다‘라고 보고하면, 이후에는 신경쓰지 않는 상황일 가능성이 높다. 잘 살펴보면 수 개월 동안 ‘ㅇㅇ 개선’이라는 제목으로 썩고 있는 티켓들도 많이 있을거다. 이 경우 티켓을 보고 일의 사이즈를 파악할 수 없다. 개발자에게 따로 물어봐야 한다. '얼마나 걸려요?' 불필요한 커뮤니케이션이 늘어만 간다.


4. Epic, Label, Link 등

티켓 사이의 분류, 관계나 연관은 연결되어 있지 않다. 모두 독립적으로 따로 움직인다. 티켓들 사이의 연관관계는 추후 귀중한 기록이 되어 팀의 자산으로 남을 수 있지만, 아무도 관리하지 않는다. 레이블은 몇가지 있지만, 개인 취향에 따라 등록해 놓은 상태. 똑같은 내용이지만 여러 개의 레이블이 등록된 경우도 많다. 에픽 타입은 아마 사용하지 않거나, 사용한다면 무분별하게 생성되어 수 많은 에픽이 난립해 있을 가능성이 높다. (에픽 선정의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5. 내용

내용이 가장 중요하다. 나머지는 형식일 뿐. 가장 중요한 티켓의 내용은 대부분 짧은 몇 문장(혹은 단어의 나열)으로 이루어져 있을 가능성이 높다. Summary를 그대로 ‘내용’에 복사해 붙여넣기가 일반적이다.

Summary : ㅇㅇ 고도화
내용 : ㅇㅇ 고도화

이렇게 말이다. 이래가지고선 무슨 티켓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아니면 외부 요청 메일을 그대로 내용에 복붙했을 거다. (혹은 메신저 대화 내용을 그대로 복붙하는 경우도 있다) 왜냐면 귀찮으니까. 아무도 신경쓰지 않으니까. 결국 내용이 궁금하다면, 티켓 담당자를 찾아서 개인적으로 물어봐야 한다. '이게 대체 뭐하는 티켓이에요?' 누군가는 물어보고, 누군가는 답해야 한다. 그게 다 리소스 낭비다.


6. 티켓 등록 기준

개인 취향(맘대로 한다는 뜻이다) 티켓으로 등록하는 사람도 있고, 그냥 메일로만 일하는 사람도 있고, 메신저로 일하는 사람도 있고. 나는 Only 전화통화로만 일한다는 사람도 있다. 다양성이 극단에 달해 체계를 잡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취향이니까 존중해 주시죠?) 물론 모든 일에 티켓을 발행할 순 없다. 바쁜데 당연하다. 간단한 문의 전화 한 통화 응대한 것까지 티켓을 작성할 순 없지. 원칙을 정해야 한다. 이때 지라 기준의 업무 진행 프로세스를 정립한다면 큰 도움이 된다.



7. 리더십

이 부분이 가장 중요하다. 아마 이런 조직의 리더는 '지라로 일한다'에 대한 개념이나 태도가 갖춰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리더가 혼자 지라에 티켓을 생성하고, 마음대로 어싸이니를 지정한 후, "홍길동 대리, 티켓 따놨으니 처리하세요" 식의 업무 진행. 관리자. 지시하는 역할. 그러니까 To-Do에 100개씩 백로그가 쌓이는거다.

업무의 배경, 상황, 목적 등을 설명한 후 설득을 통해 구성원의 동의와 공감대를 얻은 후, 작업자가 직접 할 일을 구상하고 티켓을 생성/진행해야 하는게 근본인데.

1~6번 상황인 조직의 리더가 그렇게 할 가능성은 0에 수렴한다.(이런걸 '플래닝'이라고 하지만, 리더 머리속에서만 홀로 진행하는 플래닝은 아무런 의미가 없지. 까라면 까. 그것 뿐인거다)

리더가 '티켓까지 내가 직접 따서 배정했으니, 나는 정말 열심히 일하는 리더야. 우리팀은 지라로 일하는 완벽한 애자일 조직이군, 훗' 이라고 만족감을 느끼는 사이, 어싸이니로 지정 당한 팀원은 어리둥절할 뿐이다. '리더가 하고 싶은 일'이라고 공감없이 지시하고 티켓을 기관총처럼 남발/난사하면 결과물은 뻔하다. 지시당한 일만 하는 조직에서는, 고만고만한 퀄리티밖에 나오지 않는다. 말그대로 티켓을 '쳐내는데' 급급하다.


이 외에도 ‘지라로 일한다’고 하기에 부족한 경우의 상황이 많을테다.
(스프린트의 경우는 위 모든 기본적인 조건들이 어느정도 충족되어야 시도해볼만 하므로 논외로 한다)

하지만, 그 누구도 악의를 가지고 누락하는 건 아니다.

몰라서 안하는 거고, 챙겨줄 사람이 없어서 못하는 거다.


혹시, 여러분의 조직에도 위과 같은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가?

언제나 개선할 여지는 충분히 있다.

한 번 해보자.

아무 것도 안하는 것보다는 낫다.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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