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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서 Feb 04. 2023

이게 그렇게 어려워?

교만한 자의 반성문

먼저, 나는 이 글의 작성자와 아무런 관계가 없음을 밝힙니다.


위 글을 웹에서 읽고 뒤통수를 맞은 듯 충격을 받았다. 


내가 바로, 저 글에 쓰인 ‘어떤 일을 해야하는지 알기만 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담당자들에게 ‘문제를 그대로 방관하는 것은 서비스를 사랑하지 않는 것이다’ 라고 공공연히 이야기하는 사람이었다. 나는 교만한 태도 그 자체였다.


나는 반성한다.

그런 태도로 생각해선 안됐었다.

저 위에 캡쳐된 글처럼, 어떤 일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아는 것과 그 일을 실제로 하는 것에는 큰 간격이 있기 때문이다.


보통 리더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바로,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알기만 하는 사람들이다.


팀원들이 일을 안하고, 진행이 더디고, 다들 불평불만만 늘어놓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리더가 실무를 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 일을 해보면 절대 쉽지 않다. 타 부서와 협조 및 협의, 각종 문서 작성, 코드 구현, 테스트, 그 중간중간 실무자를 귀찮게하는 운영성 업무 등 갖가지 인터럽트들. 심지어 ‘ㅇㅇ씨! 잠깐 내 자리로 와서 이것 좀 설명해봐요‘ 라고 묻는 상급자의 질문까지도 인터럽트에 들어간다. 분명히 지라 티켓에 상세히 기술해 놨는데, 상급자는 읽을 생각을 안한다. (저런 리더는 말로 설명해줘도 못알아먹을 가능성이 높다.)


참고로,
요새 실무자들이 재택을 원하는 이유 중, "리더 혹은 상급자의 쓸데없는 방해를 받지 않아서" 라는 대답이 꽤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프린터 설정, 와이파이 오류 해결, 연말정산 신청 이런건 좀 알아서 하세요. 게다가 농담따먹기까지. 상급자의 쓸데 없는 농담에 웃어주는 것도 다 인터럽트에 들어간다. 하급자는 농담하지 않는다.


코드 한 줄을 고치는 것, 정책을 정리하는 것 등이 리더가 생각하는 것처럼 쉽지 않을 수 있다. 

그 일을 본인이 하지 않으면 절대 알 수 없다.


말로만 떠드는 건 쉽다. “여기랑 얘기해서, 그거 정리해서, 정책 확정하고, 구현 해서 리얼에 반영하세요. 쉽죠? 반드시 장애 없게 하시고. 티켓 만들어서 어싸인 해 놓을테니까, 진행하세요.”

리더는 이렇게 얘기하고 자신이 마치 그 일을 해내기라도 한 것처럼 착각한다. 뿌듯하고, 본인 성과로 삼고 싶다. 하지만 일은 실무자가 한다. 실제로 해 보면 그렇게 쉽지 않다. 모든 일은 그렇다.


나도 그렇게 착각했었다.

어리석고 교만한 자세였다.


일이 진행되려면 얼마나 힘들지, 짐작하고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 

수많은 어려운 난관을 헤쳐나갈 실무자를 믿고 지원해줘야 한다. ‘뭐하고 있는거야? 놀고 있는거 아냐? 아니 저게 뭐가 그렇게 어렵다고, 내가 시킨 건 도대체 왜 안하고 저러는거야?’ 라는 생각은 위험하다. 애초에 신뢰따윈 없는 상태. 모든 감정은 상호 작용이다. 신뢰가 없다면, 존경과 배려는 기대하지 마시길.


몇 년전 어떤 리더에게 들었던 이야기가 생각난다. “당신들 프로 아냐? 프로라면 10개 씩 프로젝트 동시에 진행하고 운영도 같이 처리하고 해야 되는거 아냐?!?” 라는 식의 멘트였는데. 잊을 수 없는 대화였다. (그 리더는 실무를 놓고 입으로만 떠든지 10년도 더 된 사람이었다.)


실제로 해보면 그렇게 쉽지 않다. 

모든 일이 그렇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머릿속에 각인하기 위해 다시 한번 읊어본다.

무슨 일이든 멀리서 보면 단순하고 쉬워보인다.
어떤 것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아는 것과 그것을 실제로 하는 것에는 큰 간격이 있다.
멀리서 쉬워 보인다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안다고 해서, 마치 자신이 그 일을 해내기라도 한 것처럼 착각하고 그렇지 못한 것을 비난하는 일은 교만한 태도이다.


교만한 사람은 성장하지 못한다.

존경은 기대할 수 조차 없다.

오늘도 크게 배우고 반성한다.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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