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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서 Feb 11. 2023

스포티파이의 애자일 조직이 실패했다고?



"스포티파이 애자일 조직이 실패했다네요?“

누군가 나에게 말했다.

스퀏이라 불리던 조직 구조, 각종 애자일의 레퍼런스가 되었던 스포티파이 조직문화가 사실은 제대로 구동하지 않았다고?


나는 안타까웠다.
좋은 실험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는 법. ‘실패’라는 단어 하나로 결론내기엔 아쉬웠다.


또 다른 한편으로, 궁금해졌다.

왜 실패했지? 무엇을 개선하면 되지?


그러기 위해선 먼저 스포티파이를 좀 알아보고 싶었다. 마침 넷플릭스에 스포티파이의 흥망성쇠를 다룬 쇼가 있었다. '플레이리스트'를 관람했다.

https://www.netflix.com/kr/title/81186296


오랜만에 활기찬 스타트업의 열정과 도전을 보니, 다시 한번 재미있게 일하고픈 생각이 들었다. 저렇게 신나게 일하면 좋은 결과가 나오는 건 당연하지. 소니뮤직 등 대기업 중심의 거대한 카르텔에 맞서,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하는 과정 그 자체가 하나의 신화였다. 스포티파이를 단순히 옹호하는 쪽이 아닌, 나름 객관적으로 음원산업을 바라보고 제작한 작품이다. 스포티파이도 결국 사업이기에, 음악가들을 착취하는 구조로 수익을 낼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참 아이러니했다. 혹시 궁금하신 분들은 관람 추천합니다.


그 유명한 '스포티파이의 애자일 조직 실험은 실패'라고 하는 문서의 내용을 내 기준으로 들여다봤다. (나는 전문적인 내용은 모른다.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경험에 기반한 낙서다) 다음 번역본을 참고했다.

https://news.hada.io/topic?id=2191



1. 매트릭스 관리는 잘못된 문제(Wrong Problem)를 해결함

기술밴드장과 개별 제품의 PM이 따로 존재하는 구조에서, 엔지니어링 측면에서 개발자들을 케어하고 의사결정에 도움을 줄 테크니컬 리더를 무시했던 듯 하다. 개발 밴드장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단일 프로덕트를 담당하는 TL을 이야기 한다. PM이 프로덕트의 주요 의사결정을 한다고 해도 결국 엔지니어가 아니기 때문에 개발자들에게 일일이 물어보고 의사소통해야 하는 불합리한 구조일 수 밖에 없다. 프론트팀, 백엔드팀, 테스트팀, QA팀들과 협업하여 업무를 진행하려면 기술 베이스의 소통 능력을 갖추고, 주요 태스크에 대한 의사결정을 진행할 테크니컬 리더가 있어야 했지만, PM이 혼자 다 처리 해야 했던 건 아닐까. 소통 복잡도는 늘어났고, 결정은 일관되지 않았을 것이며, 그러다 장애도 많이 발생했을거다.

믿을만한 TL의 상주 여부는 PM에게 굉장히 중요하며, 특히 매트릭스 조직에서는 PM과 동등한 레벨의 의사결정 권한을 갖는 뛰어난 기술 담당자가 독립적으로 존재해야 한다. IT서비스 제품을 생산하고 유지하는데는 기술문제가 항상 주요 이슈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제품의 특성에 좌지우지되는 각종 의사결정은 단순히 기술 측면에서 바라볼 수 없다. 사업과 소통하고 유저 관점에서 방향을 잡기 위해서는 하나의 '제품'에 오너 의식을 가진 테크니컬 리더가 반드시 필요하다. 개발자의 성장과 마인드 케어, 개발 관련으로 소통하는 방법 등을 일반 제품 PM이 도와주기엔, 그 요구하는 역량의 범위가 다르다.


2. 팀의 자율성에 의존

넷플릭스 '플레이리스트'에 잘 묘사되었지만, 스포티파이는 초기 매우매우 극단적인 자율성을 추구하는 문화를 구축했다. 아마 서비스 복잡도가 높아지고, 부서가 계속 늘어나는 상황에서는 문제가 심각해졌을거다. 팀간 자유도는 결국 사일로로 이어지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공통 서비스 혹은 그레이 영역에 대한 교통정리는 쉽지 않았을테고, 개발 방식이나, 서비스 정책 등에 대한 전사 방향 얼라인에 많은 리소스가 들어간다. 전사 우선순위 조정 과정에서 큰 싸움이 일어날 가능성도 높다. 팀간의 협업은 결코 자율성에 맡겨서는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다. 비대한 조직일수록. 원칙과 방향을 정하고 일정 부분 그에 따르도록 해야 큰 조직은 굴러간다. 대기업이 하기 싫어서 일을 그렇게 못하는게 아니다. 아래 그림을 보자. 조직이 비대해질수록 적절한 관리와 통제가 필요한 이유다.

user를 team으로 치환하면, 조직 복잡도가 높아질 수록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한 커넥션의 수가 급격히 많아지는 걸 알 수 있다. 이러면 배가 산으로 간다.


3. 협업은 가정된 역량이었을 뿐

2번과 비슷한 맥락의 문제였다고 생각한다. 극단적으로 자유도가 높은 팀 문화에서 협업을 진행하기는 쉽지 않다. 게다가 팀간 문제를 조율해줄 조직이 따로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자연스러운 해결을 기대하긴 어렵다. '모두 나이스하게 협업하겠지' 라는 생각은 환상일 뿐이다. 조직이 비대해지면 위에서 이야기한대로 인간의 선의만으로 협업체계가 동작하지 않기 때문이다. 당장 본인 팀의 KPI가 걸린 일인데, 허허 웃으며 양보만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회사 안의 그 누구도 악의를 갖고 사일로를 만들고 카르텔을 구축하진 않는다. 상황이 그렇게 만들 뿐. 결국 3번도 어느정도 매니징해줄 적절한 통제가 없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4. 신화는 변경하기 어려움

일단 외부에 Best Practice로 알려진다던가, 뭔가 그럴듯한 개념으로 전파된다면 고치기 힘들어진다. 실패를 인정한다는 것이 결국 존재를 부정당하는 급의 상황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신화가 된 많은 성공 스토리들이 결국 안좋은 결과로 끝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근본부터 고민하고 뒤집어 엎을 수 있는 개혁은 쉽지 않다. 문제 의식을 갖고 스스로를 붕괴시킬 수 있는 문화가 중요한 이유다. 반드시 붕괴하란건 아니고, 그 정도의 자기 객관화가 필요하다는 정도의 이야기.


문제가 저렇다면, 보완 후 도전해 볼 수 있다는 뜻 아닐까?

위 내용 중 현재 내가 처한 상황에 비추어 봤을 때 공감가는 부분은 2번과 3번이었다.

조직이 커지며 팀간 자율성에 의존하던 문화가 악영향을 끼친 것이다.


그렇다면, 조직이 커질 수록 왜 낭비가 많아지는가?

이 부분은 '대기업' 기준으로 생각해볼 수 있는 주제인데, 영국의 역사학자 파킨슨씨가 이미 잘 연구해 놓으셨다. 바로 '파킨슨의 법칙'이다.


파킨슨 법칙이란 영국의 역사학자 파킨슨이 제창한 사회생태학적 법칙으로 ‘사람은 상위 직급으로 올라 가기 위해 부하직원의 수를 늘릴 필요가 있으므로 조직 구성원의 수는 업무량의 유무나 경중에 관계없이 일정한 비율로 증가한다’라는 현상을 수학적 법칙으로 정리한 것이다.


맞다. 바로 대기업에서 조직장 혹은 임원들이 자리보전을 위해 하는 일들이 결국 조직의 비대화에 따른 리소스 낭비를 불러 일으키는 것이다. 자기 팀 영역 확장을 위해 보직을 만들고, 지인들을 마구마구 데려와 앉힌다. 일단 뽑고 본다. 광을 팔기 위해 조직을 크게 만든다. 그러면 결국, 팀간 커뮤니케이션 복잡도가 급증하고, 자율성은 사일로가 되고, 조직간 전쟁이 벌어지며, 회사는 관료화되고, 성장이 정체되어 결국 '망한다'는 이야기.


스포티파이의 도전과 실험은 쓸데없는 일이 아니었던 것 만큼은 확실하다. 우리는 실수하며 성장한다. 스포티파이도 위와 같은 다양하고 재미있는 결과를 얻으며 자라났겠지. 적어도 뭐라도 얻은게 있잖은가. 그럼 된거다. IT서비스 기업의 문화 고도화에 일조했으니 그걸로도 이미 충분하다.


스포티파이의 애자일 조직 실험이 실패했냐구요?

저는 그것이 실패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나저나 스포티파이가 궁금해서 정리한 글인데,

갑자기 남의 일 같지 않아 씁쓸해졌다.

우리 조직은 어떻게 해야 할까?

이미 '파킨슨의 법칙'에 옭아 매인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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