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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서 Jan 07. 2023

가까이 앉아 귓속말로 전해주는 이야기 10

간소함


이야기를 나눌 시간이다.

모닥불 주위에 모여보자.


나는 미니멀리즘을 좋아한다.

누군가 나에게 '어떤 종교를 가지고 있느냐' 라고 묻는다면, 반농담으로 '미니멀리즘' 이라고 대답하는 정도니까.


미니멀리즘은 '비우는 것의 미학을 즐기며, 소박하고 단순하며 최소한의 물건들로 삶을 사는 라이프스타일'이라고 한다. 나는 그걸 '간소하게 산다' 라고 표현한다.


나는 주변 환경을 단순하고 깔끔하게 유지하는게 좋다. 굳이 이야기하자면 '어수선하지 않은 환경'에 있으면 마음이 편안하다. 밀도가 낮은 개인 공간은 맑은 정신을 유지하게 해주고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 혼란하게 어지럽혀진 집에서는 제대로 된 휴식을 취할 수 없다. 이건 업무 환경에서도 마찬가지다, 일하는 책상은 반드시 정돈되고 꼭 필요한 물건만 놓여있어야 한다.


업무 환경보다 조금 더 넓은 범위, 일종의 라이프 스타일을 이야기해 보자.

내가 가진 모든 짐의 양을 컴팩트하게 유지하고 싶다. '나의 소유'라고 불리는 물건의 양을 단순하게 가져가고 싶다. 이는 단순한 물건의 문제를 넘어 인간관계, 감정 등 모든 분야에서도 적용될 수 있다. '짐'은 그야말로 내가 짊어진 모든 것을 뜻하니까.


단, 무조건 물건을 줄이라는 것은 아니다.

필요한 것이 있다면 소유하되, 내가 사랑할 수 있는 가장 나에게 적합한 물건으로 단 하나를 가지는 것이다.

옷으로 생각해보자. 잘 떠올려보면 옷이 아무리 많아도 입는 옷은 정해져있다. 당신도 어쩐지 손이 자주 가는 옷이 있을거다. 그 옷들만 추려내 한 곳에 모아놓고 한참 들여다보자. 그러면, 내가 입는 옷에 공통점이 있음을 알게 된다. 결과적으로 몰랐던 내 취향을 파악할 수 있는 것이다. 이는 '내가 어떤 사람인가'를 찾게 되는 과정이기도 하다. 이렇듯 미니멀리즘은 '나를 찾는 과정'과도 관계가 있다.


인간 관계도 마찬가지. 1,000명의 친구가 휴대폰 전화번호로 등록되어 있으면 만족스러운 삶인가? 적당한 관계의 친구 100명과 진정한 친구 1명 중 당신은 어떤 친구를 원하는가? 매일매일이 친구들과의 저녁 약속이지만, 모임을 파하고 돌아오는 길이 어쩐지 공허하지 않은가? 잠시 시간을 들여 잘 생각해보자. 당신의 인간 관계가 쓸데 없이 복잡하고 무거운 건 아닌지. 인간 관계에도 간소함은 필요하다. 불필요한 인간 관계는 과감히 정리하자. '진짜 친구' 몇몇을 곁에 두고 보석처럼 소중히 대한다면, 인생이 풍요로워진다.


정말로 원하는 것을 사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돈? 물론 돈도 중요하다, 나에게 딱 맞는 물건이 비싸다면 그것을 지불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하니까. 하지만 가장 필요한 것은 '원칙'이다. 쓸데 없는 것을 갖지 않는다는 원칙. 굳이 필요하지 않은 것을 소유하지 않는다는 원칙만 잘 지키면, 내 주변에 나에게 어울리는 것들만 남길 수 있다.


법정 스님은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무소유란 아무것도 갖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은 갖지 않는다는 뜻이다.

미니멀리즘이 마치, 아무것도 없이 벌거벗은 채로 살아가는 듯 이해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하나를 소유하더라도, 나한테 어울리는 것으로, 꼭 필요한 것만 소유하는 것이 맞다. 금새 질려서 버려버릴 물건이라면, 애초에 손을 대지 않는 것이 맞다. 지금 좋아보이는 것이 나중에도 좋아보일지는 알 수 없다. 물욕은 결국 사그라든다. 지나가는 일순간의 감정이다. 호르몬 작용에 불과하다. 그러니 물건을 살때는 생각을 하자. 이게 왜 필요한지, 나와 어울리는지, 내 취향과 맞아떨어지는지 고민하고 또 고민하자.


그래서, 주기적으로 주변의 물건을 정리하는 이벤트가 필요하다. 나는 정기적으로 50리터 쓰레기 봉투를 펼쳐놓고 불필요한 물건들을 정리한다. 그런 이벤트를 주기적으로 진행하면, 불필요한 물건이 주변에 넘쳐흐르는 것을 방지할 수 있으며, 미니멀리즘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한번 환기시켜 태도를 바로잡을 수 있다.


위에 이야기한 '물건'과 '소유' 중심의 미니멀리즘 이해와 더불어 '정신'과 '삶의 태도'에 대해서도 미니멀리즘을 적용할 수 있다. 어떤 결정을 하고, 인간 관계를 갖고, 마음가짐을 바르게 유지하는 데에도 미니멀리즘의 원칙은 유용하다.


우리는 일관되게 살아야 한다.

미니멀리즘은 일관된 삶의 원칙으로 적합하다.



거절의 순간에서도 미니멀리즘이 동작한다. 누군가 당신에게 선물을 준다거나, 호의를 베푼다고 가정하자. 거절하지 못하면 '짐'이 늘어난다. '부채'가 쌓인다. 거절 할 때 마음이 복잡하고, 어지럽고, 미안한 마음에 어쩔 줄 모르겠다면.  No, Thanks 의 자세를 잊지말자. '선의는 고맙지만 난 필요 없어' 라는 태도를 취하는거다. 밝은 미소를 지으며, No Thanks. 그러면 마음 편하게 거절할 수 있다. 미니멀리즘에 입각해 판단한다면, 불필요한 물건을 받거나, 불편한 약속을 잡거나 하는 고통을 피할 수 있다.  


무언가를 결정할때도 최대한 심플한 원칙을 세워놓으면 쉽고 빠르게 판단을 내릴 수 있다. 원칙은 사람마다 다르고, 나한테 맞는 원칙은 계속 찾아나가면 된다. 단 복잡하지 않아야 한다. '소박하고 단순하며 간결한 삶을 살겠다.' 라는 원칙도 좋다.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잘 알고 있다면, 원칙 또한 세울 수 있다. 쉽고 간단하면 머릿속에 항상 새겨놓고 사용할 수 있다. 삶의 원칙에 대해 늘 고민해보자. 당신 인생의 원칙이 되는 단 한 문장은 무엇인가.


조금 더 자세히 이야기해보자.

한정된 목적은 인생을 간결하게 한다.

'미니멀리즘' 처럼 하나의 확실한 대원칙을 인생의 기본 태도록 정해놓는다면, 살아가면서 이런 저련 결정을 할 때 확실한 도움이 된다. 무엇이든 '미니멀리즘'에 입각해서 선택하면 되니까. 사고싶은 것이 있어서 우물쭈물 한다거나, 인간 관계를 이어가야 할지 고민한다거나, 집안 인테리어, 옷을 입는 스타일, 말할 때의 태도, 심지어 먹는 것 까지도 모두 '미니멀리즘'을 기반으로 고민하고 선택한다면 삶이 한결 심플해진다.

그런 부차적인 고민에 들어갈 에너지를 나의 성장에 쏟는다면,

더욱 멋진 사람이 될 수 있다.


그렇다고 구질구질하게 생활하라는 건 아니다. 물건 하나를 살 때는 당신이 지불할 수 있는 한도에서 가장 비싼 것을 고르면 후회가 없을꺼다. 가치있는 것에는 돈을 아끼지 말고, 가장 품질이 좋은 것을 딱 하나 장만하도록 하자. 나와 함께 10년 이상을 보낼 친구를 곁에 둔다고 생각하자. 싼 것을 두 세개 쟁여놔봤자, 결국에는 손이 가지 않아 골치 아픈 짐이 될 뿐이다. 생각만하면 설레고 마음이 두근거리는 그런 스토리가 있는 소중한 물건을 보유하자. 그게 미니멀리즘을 유지하는 원동력이다.


류시화 시인이 쓴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 이라는 책에 아래와 같은 좋은 구절이 있다.

물건에 집착하고 싶을 때마다, 읽어보며 마음을 가다듬었다.

'이 세상에 네 것은 아무것도 없다. 모든 것은 잠시 머물렀다가 제 갈 길을 갈 뿐이다.'


항상 가볍게, 간소하게 주변을 정돈하자.

소유하고 있는 어떤 물건때문에 신경쓰이고 답답하다면, 그냥 버리자.

무언가를 사면서 마음 한켠이 불편하다면, 사지말자.

인생도 마찬가지.

단순한 기본 원칙을 가지고 삶을 간결하게 이끌어가보자.

그렇게 건강한 자세로 하루하루 지내면,

언젠가 멋진 사람이 되어있음을 스스로 발견할 수 있다.


간소하게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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