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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서 Feb 18. 2023

가까이 앉아 귓속말로 전해주는 이야기 13

고민

이상한 세상을 살아내고 있는 여행자들이여,

모닥불 주위로 모여 앉아 이야기를 나누자.


나는 고민이 많은 성격이다.

걱정이 많다. 늘 최악의 상황을 생각하고 준비하고 싶다.

이 성격은 늘 대비한다는 측면에서 장점이 있고, 없던 고민도 만들어 한다는 측면에서 피곤한 점이 있다. 정답은 없으니, 태어난 그대로 받아들이며 살고 있다.


어떤 가족이 저 먼 지방 소도시에 살다가 서울로 휴가를 떠나게 되었다. 차를 직접 운전해 온 가족이 이동하면서, 차 안에서는 여러 대화가 오간다.

"서울에는 글쎄 사기꾼들이 그렇게 많대."

"눈뜨고도 코베어간다는 곳이래, 어떻게 하지?"

"아이고 큰일이네 큰일이야~"

가족은 서울로 가는 5시간이 넘는 소중한 시간을, 이런 대화를 하면서 허비한다.

고속도로 주변의 아름다운 경치를 감상하면서 얻는 행복, 휴게소에서 먹는 맛있는 간식과 커피 한잔의 즐거움은 모두 잊은지 오래다. 사기꾼이 득시글한 서울이 무서워, 그저 걱정, 고민 뿐인 5시간이 되었다. '서울에서 벌어질 일'은 저 가족이 어떻게 대비할 수 없는 고민이다. 어쩔 수 없는 고민에 아까운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했다. 충분히 행복할 수 있었는데 말이다.


이처럼 고민에도 종류가 있다. 필요하고 발전적인 고민이 있는가 하면, 쓸데없는 시간 낭비 뿐인 고민이 있다. 잘 판단해서, 보다 더 중요한 고민에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하는 것이 내 성장에 도움이 된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는 고민인지, 아닌지 판단은 어떻게 할 수 있을까?


'마스노 슌토' 의 '일상을 심플하게' 라는 책에서 읽은 구절을 통해 이야기해보도록 하자. 개인적으로 많이 깨달을 수 있게 도와준 책이었다. 어쩔 수 없는 고민에 집착하지 말자는 내용을 불교의 관점으로 풀어낸 이야기, 고민에는 크게 세가지가 있다고 한다.


첫번째, 자신의 욕망이나 허세 등으로 생기는 고민이다. 갖고 싶은게 있거나, 휴일인데 놀 거리가 없다던가 하는 고민이다. 이런 고민은 인생을 헛되이 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 없다. 이 같은 고민은 전혀 필요도 가치도 없으니 버리면 그만이다.

물욕은 언제나 우리를 유혹한다. 무언가를 가지고 싶은 마음은 영원히 끊이지 않는다. 특히 그것이 남과의 비교로 인해 일어난 욕망이라면, 그 강렬함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사실, 잘 생각해보면 '꼭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이 대부분이다.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본능적으로 알 수 있다. 쇼핑, 놀이, 음주 등 주로 기본적인 생리적 욕구를 채우는 것들인데, 인간적인 성장이나 발전과는 상관이 없다. 그런 고민을 하면서 머리를 쥐어뜯는 일은 만들지 않는 것이 좋다. 쓸데 없는 고민에 시간을 낭비하지 말자. 


두번째, 자신의 노력으로 해결할 수 있는 고민이다. 컴퓨터가 서툴러 일 진행이 더딘 경우처럼 구체적인 고민이라면 컴퓨터 학원에 다니는 등 자신의 노력으로 없앨 수 있다.

이 부분은 나의 '성장'과 관련이 있다. 책을 읽거나, 학원을 다니거나, 주위 스승에게 물어본다거나 하는 방식으로 해결이 가능한 고민이다. 더 잘하고 싶은데, 더 많이 알고 싶은데, 더 능숙해지고 싶은데 등등 결과적으로 나의 성장을 이끌어줄 수 있는 고민이다. 발전적이고 생산적이다. 위대한 성인들은 이 과정을 통해 수련하고 스스로를 업그레이드 했다. 어떻게 하면 더 나은 내가 될 수 있을지에 대한 깊은 생각. 이런 고민은 많이 하면 할 수록 좋다.



세번째, 자신의 힘이나 노력으로는 어쩔 수 없는 고민이다. 저 사람은 나를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 큰 병에 걸릴지도 모른다.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에서 잘릴 것 같다. 이런 고민은 스스로 어떻게 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런 어쩔 수 없는 고민에만 집착하고 있으면 결국 마음이 피폐해집니다. 그렇게 되지 않으려면, 자연의 흐름에 맡기는 수 밖에 없습니다. 인간의 힘으로 봄을 불러들일 수는 없습니다. 또한 계절이나 자연에 역행할 수도 없습니다. 그렇다면 그 자연의 힘에 맡겨버립시다. 우리 인간에게는 보이지 않는 큰 힘, 그런 큰 힘이 있음을 깨닫는다면 그 고민도 언젠가는 분명히 엷어지리라 믿습니다.

나는 이 파트가 좋다. 이 세번째 스타일의 고민 때문에 많이 힘들었기 때문이다. 지금도 마찬가지고. 이 고민을 극복하기 위해 이런 저런 책을 참 많이도 찾아봤다. 저 위 문구를 잘 보면, '내가 어쩔 수 없는 일에 고민하지 말고 인과의 흐름에 맡기자.' 라는 내용이다. 내 뜻대로, 계획대로 되지 않는 일은 많이 생긴다. 그것이 당연하다. 불교에서 말하는 것처럼 '인생은 무상(無常)'하기 때문이다. 모든 것은 계속 변한다. 심지어 나 조차도 계속 변하고 있다. 그러니 뜻대로 계획대로 되지 않는 건 당연하다. 내 힘으로 어쩔 수 없는거지. 그러니, '자신의 힘이나 노력으로는 어쩔 수 없는 고민'에 대해서는 힘을 쏟지 말자. 그냥 자연의 힘에 맡겨버리자. 그 시간에 두번째 스타일의 고민에 더 힘을 쓴다면, 좀 더 나은 내가 될 수 있다.


기독교의 '평온을 비는 기도'(라인홀트 니버, 신학자) 또한, 이에 대한 이야기를 우리에게 들려준다. 나는 이 문장을 노트에 적어놓고 수시로 펼쳐본다. 나의 '걱정 본능'이 발동하지 않게 도와주는 부적같은 문구다.

주여,
우리에게
우리가 바꿀 수 없는 것을 평온하게 받아들이는 은혜와
바꿔야 할 것을 바꿀 수 있는 용기,
그리고 이 둘을 분별하는 지혜를 허락하소서

저 위 불교의 세가지 고민에 대한 글과 같은 내용이라고 생각한다. 이렇듯 근원적인 가르침은 종교마다 다르지 않다. 오히려 종교를 뛰어넘어 근본을 관통하는 통찰을 남긴다. 진리는 결국 하나인 것이다. 잘 읽고 곱씹어보면 분명 깨닫는 바가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어쩔 수 없는 고민에 집착하지 말자.

그럴 시간에,

현재의 행복을 감사하게 받아들이고,

어제보다 더 나은 내가 되는 것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보자.


당신은 잘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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