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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서 May 20. 2023

그 일을 계속 그냥 하세요

당신 탓이 아닙니다

드라마 ‘스토브리그’를 좋아한다.

굉장히 많이, 반복 관람했다.

나에게 의미가 있는 작품이다.

한 때, 주인공 백승수 단장에 많이 감정이입 됐었다. 당시 나의 상황과 비슷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결국, 안되는 건 안되는 거구나 라고 포기했지만. 포기 당했다고 하는게 적당한 표현일까. 아무튼 그 당시 많은 위로가 되었다.


이 글을 쓰며, 오랜만에 당시 기록했던 문서 들을 열어서 확인했다. 나는 메신저 내용까지도 뉘앙스를 잊지 않기 위해 기록해 놓는다. 내 기준으로 임의 가공한 기록은 신빙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 당시 배웠던 교훈이 떠올라 두번,세번 상기하려고 재차 기록한다.


사람이 가장 무섭다.


백승수 단장은, '사람을 함부로 믿으면 안된다'는 간단하고도 근본적인 원칙을 여러 번의 실패로 깨닫고 결국 그렇게 차가운 사람이 되었던 것은 아닐까.



주인공 백승수 단장 역의 남궁민 배우는 연기력은 물론이거니와, 캐릭터를 해석하는 능력, 좋은 작품을 알아보는 판단력 등 기본적으로 스마트한 사람인 듯 하다. 그래서 나에겐 믿고 보는 배우가 되었다. 믿고 보는 배우가 생기면, 쉽고 간단한 원칙으로 감상할 작품을 고를 수 있어 매우 편하다. '보는 시간이 아까운' 작품을 걸러낼 수 있다는 것은 대단한 축복이다.


'스토브리그' 속, 또 하나의 주목할 만한 배우는 극중 '권경민'역의 오정세 배우 였다. 권경민 상무는 주인공 백승수 단장을 끊임없이 괴롭히는 '성과주의'와 '권위주의'의 전형인 인물이다. 극중 그의 태도가, 내가 못마땅해 싸우는 현실의 C레벨들과 너무도 맞닿아 있어서 소름이 끼쳤다. 대표적으로 아래와 같은 대사가 나를 자극했다.

https://now.rememberapp.co.kr/2022/10/26/23081/


'윗사람 들이받는 것보다 아랫사람 찍어 누르는 게 훨씬 쉬워'

곱씹을 수록 끔찍한 말이다.


각설하고.


오정세 배우가 나온 작품은 그 동안 본 적이 없었는데, '스토브리그'에서 처음 만나고 깊은 인상을 받았다. 기본적으로 '잘 들리는' 발성과 발음, 캐릭터의 서사를 끌고가는 연기력까지. 애초에 권경민은 단순한 악역이 아니었기에, 표현하기 쉽지 않았을 텐데. 다른 배우가 맡았더라면 큰 일 날 뻔 했다. 오정세 배우였기에 소화가 가능하지 않았을까.


그는 단순히 '연기파 배우'로 퉁치기엔 뭔가 아쉬운 아우라가 있었다.


그의 백상 예술대상 수상 소감을 듣고 더욱 더 팬이 되었다. 아마 2020년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으로 남우조연상을 수상했던 모양인데, 소감이 참 세련됐다. 외모가 깎아놓은 조각처럼 잘생겼다고 멋진게 아니다. 바로 이런 사람이 멋진거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사람을 좋아하는 기준이 되는 '평소에 깊은 고민을 해왔던 것'이 느껴져서 좋았다. 한 번 만나서 이야기 해 보고 싶을 정도로, 어떤 사람인지 궁금하다.


감상해보자. (3분 47초 소요)

https://youtu.be/LmgWxezH7cc


지치지 마시고 포기하지 마시고
여러분들이 무엇을 하던 간에
그 일을 계속 그냥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자책하지 마십시오, 여러분 탓이 아닙니다.

여러분들의 동백꽃이 꼭 활짝 피기를 응원합니다.


나도 그랬다.

어떤 프로젝트는 멋지게 오픈해서 팀원 분들과 다 같이 박수를 쳤고,

어떤 프로젝트는 제대로 런칭도 못한채 망했고,

심지어 어떤 조직에서는 면팀장 당하기도 했다.


오정세 님의 수상 소감에서 많은 위로와 공감을 받는다.

고맙습니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 힘든 것은,

결코 당신 탓이 아닙니다.

자책할 필요 없습니다.


포기하지 마세요.

그 일을 계속 그냥 하세요.

여러분들의 동백꽃이 꼭 활짝 피기를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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