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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서 May 06. 2023

투명인간이 되는 법

인비저블

문득 '서점에 가야겠다' 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 있다.

특별한 계기나 도화선은 없다. 그냥 든다.

그럴 땐, 대충 걸치고 교보문고로 간다.


뭐 대단한걸 하러 가는 건 아니다.

책 냄새를 맡으러 가는데, 그게 주된 이유라고 하면 너무 이상취향 같네.

요새 어떤 책들이 나왔고, 사람들에게 읽히고 있는지 궁금해서 간다.

(사실은 책 냄새 맡으러 가는게 맞다.)


얼마 전, 문득 생각이 들어 교보문고에 갔다.

'인기있는 책을 순위별로 진열해둔 곳'에 가서 죽 둘러보는데,

눈을 딱 잡아 끄는 책이 있었다.


제목은 '인비저블'


다른 사람들에게 주목받지도, 명예를 얻지도, 권력을 얻지도 않지만 자기 방면에서 묵묵히 일하며 성과를 내는 뛰어난 사람들을 '인비저블'이라 칭하고 그에 대한 이야기를 펼쳐가는 책이다.



앞에 나서서 주목받지 않는다. 투명인간으로 존재하며, 조용히 일하는 뛰어난 사람.

어쩐지 내가 지향하는 인간상 같다. 읽어보았다.

주요 내용을 잊기 싫어 정리한다.


모든 인비저블은 다음의 세 가지 특성을 공통적으로 갖추고 있다고 한다.

1. 타인의 인정에 연연하지 않는 태도

2. 치밀성

3. 무거운 책임감


타인의 인정에 연연하지 않는 태도

인비저블의 가장 큰 특징이다. 이들은 금전적 보상이나 타인의 인정 등 외적 동기를 무시한다. 유난히 돈에 초연한 태도를 보인다면 인비저블일 가능성이 높다. 그들은 돈 때문에 일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타인이 칭송하도록 그럴듯하게 광파는 일도 싫어한다. 남들에게 인정받기 위해 일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들은 그런 세속적인 것들에 무관심한 태도를 취한다.


'자기 홍보'의 시대라고들 한다. 난 자기 홍보를 못한다. 게다가 반골 기질이 심하다. 인정할 수 없는 권위의 강압과 통제에 대해 자주 반발하곤 한다. 주로 낙하산 혹은 고인물 임원들이 그 타겟이 된다. 이건 어쩔 수 없다. 고쳐지지 않을 것 같다. 그래서 타인, 특히 리스펙 없는 권력자의 인정은 바라지 않는다.


인기나 명성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사회 전반에 자리잡았다. 인스타그램의 ’좋아요‘나 유튜브 조회수가 그 척도가 되곤 한다. 나 같은 사람이 설 자리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하지만, 일 자체에서 보람을 느끼고 스스로의 성장과 타인을 돕는 행위에서 가치를 느끼면 된다.


캘리포니아 대학 심리학 교수인 소냐 류보머스키 박사는 이렇게 말했다.

외부의 인정을 추구하지 않는 것은 매우 뛰어난 능력이며,
서로 마주 보고 사는 삶을 영위할 수 있게 해 준다.


내적 기준에 의해 만족감을 얻으면 행복해질 수 있다. 그것이 지금까지 인류가 믿어온 종교의 일관된 가르침이기도 하다.


노스다코타 메리 대학의 성서학 교수 리로이 휘젱가는 이렇게 말한다.

행복이 외적 포상이 아닌 내면에서 비롯된다는 거은 많은 종교의 핵심 요소입니다.
기독교에서 가르치는 것은 현대 심리학과 상당히 유사합니다.
세속에 속한 것들, 흔히 말하는 돈, 섹스, 권력은 지상에서조차 심원하고 영원한 행복을 안겨주지 못하지만 이웃을 돕고 내재적 보상을 추구하는 사람들,
즉 인비저블은 늘 흡족하고 행복할 것이라고 말이지요.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 성공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과소평가해서는 안된다.

좋아하는 일을 한다면, 타인의 인정이나 세속적 보상 따위는 필요 없어진다. 인비저블들은 남들의 인정을 받는 일에는 시큰둥하다. 더군다나 그것이 존경할 수 없는 권위라면 더더욱. 앞에 나서서 광을 팔고, 그럴듯한 헛소리로 박수를 받는 일 따위에는 관심이 없다. 오히려 남을 돕고, 스스로 판단하는 가치를 이루는 것에 맹목적일만큼 집착한다.


돈과 명성, 이미지에 종속된 사람들은 결국 불행해질 수 밖에 없다. 남과 비교하는 외적 기준은 결코 도달할 수 없는 높은 곳에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다가가면 다가갈 수록 높아진다. 젊었을 때는 어느정도 노력으로 관심과 인정을 받을 수 있다. 돈과 명성, 그리고 적당한 젊음이 결합하면 마치 성공한 듯한 기분이 든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


이건 '돈이 필요 없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돈은 당연히 필요하다. 게다가 중요하다. 나도 돈을 좋아한다. 기본적인 의식주를 해결하지 못하는데 무슨 얼어죽을 내적 보상이고 성장이란 말인가. 단지, 돈을 행복의 척도 혹은 인생의 방향을 결정하는 주요 원칙으로 삼아선 곤란하다는, 그런 뜻이다.


인비저블들은 무거운 책임감을 등에 짊어지고, 타협할 수 없는 꼼꼼함으로 자신의 일에 대한 확신을 갖고 일한다. 스스로의 가치가 명확하여 그에 대한 자부심도 있다. 자신의 노력을 존중한다. 이를 통해 진실하고 장기적인 내적 보상을 맛본다. 진정한 행복이다.


다시 말하지만, 외부의 동기(돈,권력,인정,관심)가 아니다.

일 자체로부터 성취감을 얻는 것이 특징이다.



치밀성과 책임감

하지만 그들은 힘들다. 막중한 책임감을 스스로 안고 있는 데다가, 꼼꼼한 성격 탓에 결코 대충 타협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들은 누가 시켜서 일하지 않는다. 책임감 때문에 그냥 대충 두고 볼 수 없다. 도저히 참을 수 없기에 누가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나서서 일을 처리한다. 외부의 인정에 연연하지 않는 태도에 꼼꼼한 치밀성이 결합하면 묘한 매력을 만들어낸다. 이들은 스스로 성취해 성장하기 위해 탁월성을 지향한다.


노트르담 대학 경영학 교수 티모시 저지는 논문에서 이렇게 말했다.

신중하고 주의 깊고, 자제력이 강하며 깔끔하고 조직적인,
다시 말해 치밀성을 갖췄는지 여부가
한 사람의 성공 여부를 내다볼 수 있는 핵심 예측 변수 중 하나이다.


그래서, 그들은 외부에서 보기에 조용하지만 성실한 사람으로 비춰진다.

 

네바다 대학 경영대학원 교수인 브렛 시몬스는 그의 수강생들에게 이렇게 강조한다.

제일 성실한 사람을 고용하십시오.



자기목적적 인간

결국 인비저블은 '자기목적적 인간'이다. 외적 목적에 동기부여 되지 않고, 내적 동기에 큰 자극을 받는다. 늘 자제한다. 스스로의 원칙과 규율에 입각하여 행동하며, 그것을 통해 가치를 얻는다. 가치를 얻으면 성장하고, 발전하며 행복을 느낀다. 나태하고 방만하고 세속적인 주변의 유혹에 초연하며, 자신의 길을 묵묵히 걸어간다. '인비저블'에서는 자기목적적 인간을 이렇게 표현한다.

자기목적적사람은 물질적 욕구가 거의 없고 쾌락이나 안락함, 권력, 명성을 원하지도 않는다.
왜냐하면 그들이 하는 일 자체가 그들에게는 이미 보상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남들과 달리 반복된 일상을 유지하도록 부추기는 외적 보상에 의존하지 않는다.
그들은 주체적이고 자율적이다.
외부의 보상이나 협박에 쉽게 조정되거나 굴복하지 않는다.
동시에 주변인들과도 더욱 깊은 관계를 맺는데,
삶의 파도에 온전히 몸을 담그고 있기 때문이다.


위와 같이 자기목적적 인간, 즉 '인비저블'이 되면 투명인간이 될 수 있다.

투명인간은 타인에게 보여지는 것이 없다. 그래서 겉치레에 무관심하다.

명품이나 잘생긴 외모, 권력, 돈 은 보여지지 않기에 투명인간에게는 아무 의미가 없다.

투명인간은 스스로의 '행동'으로만 무언가를 이룰 수 있다.


타인의 인정에 연연하지 않는 태도와, 꼼꼼하고 성실한 치밀성, 거기에 타인을 위한다는 책임감을 갖춘다면

우리는 인비저블이 될 수 있다.


그런 삶을 산다면 진실되고 장기적인 내적 보상. 즉, '행복'을 경험할 수 있다.

모든 종교가 수천년간 그렇게 가르쳐왔다.

우리도 인비저블이 되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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