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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서 May 31. 2023

마이 웨이

걸어온 길을 뒤돌아보면


이전 회사에서는 회식이 끝나면 종종 노래방에 갔다. 권위적인 부장의 비위를 맞추던 차과장들이 앞장서서 팀원들을 노래방으로 이끌곤 했다. 팀장이었나 부장이었나, 아무튼 술이 얼큰하게 취해 마이크를 독차지하고 '마이 웨이'를 불렀다.


툭하면 팀원들에게 호통을 치던 그는, 꽥꽥 소리를 지르며 '마이 웨이'를 열창했다. 부르면서 자아도취에 빠졌다. 노래방의 더러운 쇼파, 빙글빙글 돌아가는 싸구려 조명, 끈적끈적한 테이블 위에 놓여있던 맥주와 새우깡. 좁은 방 안에서 쩌렁쩌렁 울리는 '마이 웨이', 거기에 무기력하게 앉아있던 팀원들의 분위기가 더해져, 기괴한 풍경을 자아냈다.


그 이후, 나에게 '마이 웨이'는 혐오의 음악에 가까웠다.

(프랭크 시나트라 님께는 죄송하지만)


하지만 얼마 전, 아름다운 '마이 웨이' 연주를 듣고 생각을 고쳐먹기로 했다.


2014년 11월 열린, 바이올리니스트 고 김남윤 선생의 정년퇴임 음악회 영상이었다.

제자들의 헌정 연주(깜짝 선물)이었다고 한다.

'헌정'이란 단어는 이런 곳에 쓰이면 참 잘 어울린다.


나는 이 분의 행적이나 업적은 잘 모른다. 평소에 어떤 인성을 가졌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후배들이 이런 연주회를 준비해주었다면, 그 존경의 깊이는 어느정도 짐작할 수 있으리라.


첫 소절에서 왈칵 터지는 그의 눈물에서 우리는 무엇을 깨달을 수 있을까.


한 사람이 걸어온 인생 그 자체에서 오는 깊은 공감과 존경.

이윽고 감동은 바로 그 지점에서 우리를 울린다.


7분 9초의 영상입니다. 근데 다 보세요. 연주가 워낙 좋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TRgDc6LwYco



어릴 때는 잘 몰랐다.

마이 웨이 라는 노래에는 말로 형언할 수 없는 그 무언가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서야.

나이가 들어서 그걸 어렴풋이 느낀다.


마이 웨이.

한 번 뒤돌아 봐야겠다.

나는 내 방식대로 잘 걸어가고 있는걸까?

당신은 어떻습니까?



술취한 중년 부장님이 고성을 지르며 부르는 마이 웨이가 아닌,

프랭크 시나트라의 원곡 'My way'가 얼마나 좋은 노래인지 한 번 감상해 보시기 바랍니다.

1971년 프랭크 시나트라의 은퇴 콘서트에서 직접 부른 영상입니다.

가사 속에, 클래식하지만 세월을 관통하는 가르침이 있습니다.

https://youtu.be/VbPfTnjkL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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