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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서 Jun 04. 2023

어떤 사람을 뽑아야 하는가

'프로젝트 관리자가 알아야 할 97가지'

벌써 10년도 넘은 책이다. 당시에는 아마 'ㅇㅇ하기 위한 100가지' 같은 제목이 유행이었을거다. 나는 이런 제목의 책을 좋아한다. 목차가 정돈된 느낌이 마음에 든다. 무엇보다, 이야기의 구조 자체가 독립되어 있기 때문에 읽기 편하다. 긴 시간 동안 천천히 띄엄띄엄 읽어도 문제없다.



97 Things Every Project Manager Should Know


이 책을 읽던 중 인상 깊은 부분이 있었다.


강한 팀을 만들기 위한 방법을 찾는 이들에게 하고 싶은 저의 충고는
기술이 아닌 재능 있는 사람을 고용하라는 것입니다.
애자일 개발 팀들에 필요한 개발자들을 고용할 때 어떠한 재능을 찾아야 할까요?
바로 다음과 같은 유치원 때 배운 기술들입니다.

• 다른 사람들과 잘 어울리는가?
• 잘 노는가?
• 놀이가 끝났을 때 정리를 하는가?
• 새로운 것에 흥미가 있는가?
• 배우기를 좋아하는가?

저는 기술을 가르칠 수 있습니다. 사실, 애자일 팀 환경에서 기술은 빠르고 쉽게 익힐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어른에게 잘 노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개발자들의 개발실력은 향상한다. 연차와 경험이 쌓이면 기술적 역량은 오른다.

하지만 위와 같은 재능은 결코 연습으로 향상될 수 없다. 타고난 자질과 성향에 가깝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과 잘 어울리고, 잘 노는 것이 회식자리에서 술 많이 마시고, 노래 잘 부르고 분위기 띄우라는 것은 아닐거다. 협업하는 동료들에게 다정하고 대하고, 이야기를 나눌 때 어려움이 없는, ‘친절하고' ,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을 뜻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실력이 좀 좋다고 우쭐대고 남을 폄하하고, 비웃으며, 정색하고, 가르치려고 드는 개발자는 결국 도태되고 만다. 웃음거리가 될 뿐이다. 머지않아 chatGPT로 대체된다. 이 책이 10년 전에 나왔으니, 그 때부터 그렇게 인식되고 있었다.


놀이가 끝났을 때 정리를 하는가도 비슷한 맥락이라고 본다. 실컷 재미를 보고, 그대로 자리를 뜨는 어른들을 많이 보았다. 담배꽁초를 바닥에 버리고, 침을 뱉는 사람들. 한강 공원에 버려진 쓰레기들. 시간을 보내고 떠난 자리를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책임을 다하는 사람. 놀이가 끝나고 정리하는 아이들은 단순히 정리 부분 뿐만이 아니라, 학습,교우관계,생활습관 등 여러 면에서 뛰어난 면을 보인다. 남을 배려하고 친절하며 다정한 것은 당연하다.


새로운 것에 흥미가 있고, 배우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굳이 따로 일을 지시하지 않아도 된다. 왜냐면 스스로 문제를 찾고, 고민하고, 탐구하며, 개선작업을 계획하고 일을 진행하기 때문이다. 끊임 없이 주변을 살펴보며 새로운 것을 탐험한다. 신기술에 관심이 많고, 변화를 잘 받아들인다.

찰스 다윈은 생존에 성공하는 개체는 강한 육체를 가진 것들이 아니라, 변화를 잘 받아들이는 개체 라고 말했다. 새로운 것을 거부하지 않고 도전하는 개체가 결국 살아남아 진화에 성공한다.


다른 사람들과 잘 어울리고, 놀이가 끝나고 정리를 잘 하고, 새로운 것에 흥미를 놓지 않고 늘 배우는 자세로 임하는 것은 대단한 가르침이 아니다. 대학에서 배우는 내용이 아니다.


우리는 이미 유치원에서 모두 배웠다.


아래 어린이를 보자. 이 어린이는 이미 알고 있다. 공중 도덕이 어떤 것인지 명확히 인지하고 있다. 남의 물건을 함부로 가져가면 안된다는 것을 안다. 보는 눈이 없어도 양심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다. 이 어린이 처럼 행동하는 게 쉬울까? 이 쉬운 것을 못하는 어른들이 쌔고 쌨다. 이건 단지 '물건을 훔치는 행위'에 국한된 이야기는 아니다. 양심을 지키는 것은 어렵지 않다. 우리는 이 모든 것들을 이미 유치원에서 다 배웠다.


https://youtu.be/jZzBF49zWLw

어린이가 어른보다 낫다


아래 영상도 보자. 키오스크를 때려 부수는 건 어른이다. 하지만, 어린이는 올바르게 행동한다. 우리는 왜 이 영상을 보고 감동하는가? 우리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https://youtu.be/QE8edMC86oc


기술만으로 사람을 채용해선 안된다. 이미 그런 시대는 지나고 있다. 위 어린이들 같은 태도와 성정을 갖춘 사람을 찾아내야 한다. 적절한 기술에, 훌륭한 태도를 갖춘 사람을 뽑아, 팀에 극진히 모셔야 한다.


그런 A급 인재들이 모인 팀은 어떠한 관리조차 필요하지 않다. 스스로 동작하여 멋진 제품을 만들어 낼 테니까 말이다.


‘어른’이라 불릴 수 없는,

나이만 먹은 동물과 같은 무례한 사람들이 판치는 이 혼란한 시대에, 좋은 태도를 갖춘 사람을 찾는 것은 물론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리더라면, 리더의 자리를 맡은 사람이라면, 끝까지 타협하지 말고 찾아야 한다. 좋은 태도를 갖춘 사람을 찾아 팀에 모시는 것이 리더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기 때문이다.


얼마 전, 'ABOUT Empathy'라는 과학 강연회에 참석했다. '미래세대와 공감지능에 대해 공감하다' 라는 주제로 이루어진 이 강연에는, KAIST 뇌인지과학과 정재승 교수 와 중동고 철학과목 안광보 교사 가 연사로 참여했다.


안광복 교사는 이렇게 이야기 한다.

사람은 LOGOS'지성' , PATHOS'감성' , ETHOS'품성' 이 세가지로 구성된다. 지성은 공부나 학습을 통해서 능력을 높일 수 있지만, 감성과 품성은 공부만으로는 향상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어떤 인간이 훌륭한가? 라고 했을 때, 지성,감성,품성이 골고루 발달해야만 한다. 아래 그림의 물통을 사람이라고 보자. 지성,감성,품성은 물통을 이루는 나무판이다. 물을 얼마나 높이 채울 수 있을까? 결국 가장 낮은 나무판자의 높이만큼만 물을 채울 수 있다. 지성이 아무리 훌륭해도 감성,품성이 모자라면 물은 결코 채워지지 않는다. '부족한 인간'으로 남는 것이다.


ABOUT Empathy, 안광복 교사 강연 중 (PROJECT PLANET)


정재승 교수의 강의도 비슷했다.

카이스트에서는 어떤 사람을 뽑을까? 트랜드는 어떨까?

정재승 교수의 말에 의하면 요새 카이스트에서는 학문적인 능력보다, 사회적 소통 능력이 있고 협력적인 사람을 우선 뽑는다고 한다. 모든 연구는 '협력'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을 인재로 판단하고 채용해 성장시키는 것이다. 공감능력이 뛰어난 그들이 결국 리더가 되어, 다음 세대를 이끌어 나갈 것이다.


급하다고 아무나 대충 뽑고 채용하면 안된다.

절대 안된다.

무책임한 최악의 행위다.


일이 많고 바빠 죽겠는데, 어서 채용해야 하는데, 이상할 정도로 지원자가 없는가?

그렇다면 잠시 채용 공고를 닫아두고, 회사 내부를 둘러보자.

문화가 어떤지, 리더들의 수준은 어떤지 둘러보자.

그 누구도 쓰레기통에 제 발로 걸어 들어오고 싶어하지 않는다.


쓰레기통을 청소하듯 문화를 고쳐보자.

같이 일하고 싶은 문화를 만들면, 결이 비슷한 분들이 모여든다.

공감 능력이 훌륭한 사람들이 모이면, 멋진 제품이 탄생한다.


급하다고 아무나 대충 뽑고 채용하면 안된다.

기술보다, 좋은 태도를 갖춘 사람을 극진히 모셔야 한다.

그들이 팀의 미래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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