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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서 Jun 12. 2023

네, 런던에 혼자 왔습니다 3

2023.06.11


3일차


최고기온 - 26
최저기온 - 17
일출 - AM 4:44
일몰 - PM 9:17


여유 있게 일어나려고 했는데 시차때문인가. 새벽부터 눈이 떠진다.

오늘은 06:30에 숙소를 나선다.

나는 어떤 여행을 좋아하는가. 일단 지금은 이렇게

혼자 다니는 게 좋다. 생각해보니 어제는 가족들과 통화한 것 외에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17번 버스를 타고 St Paul’s Cathedral 로 이동한다. 한 번 타보니까 버스가 편하고 좋다. 지하철은 사람 너무 많고 역까지 멀다. 지하철 역사가 워낙 깊어서 핸드폰도 자주 먹통이 된다.

지하철 탑승구까지 이렇게 한참을 내려간다.


여기 사람들은 그냥 그러려니 받아들이나 보다. 그것도 사는 방법이겠지.


아무튼,

버스에서 내리니까 바로 어마어마한 건축물이 보인다. 세인트폴 대성당. 여긴 날 잡고 따로 오겠다.

세인트폴 대성당


도시 자체의 색감이 다르다.

건축물을 지을 때 사용한 돌, 나무 등이 각각 지역의 특성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바야흐로 ‘서울과 다른’ 이 색감을 통해, 나는 낯선 곳에 왔음을 다시한번 절절히 느낀다.


밀레니엄 브릿지

테이트 모던 뮤지엄과 세인트폴 대성당을 잇는 다리로, 별다를 게 없는 그냥 다리다.


가는 길에 초등학생 정도 되는 아이들이 엄청나게 큰 백팩을 짊어지고 신나게 떠들며 이동하고 있다. 문득 아들 생각이 났다. 내 아들도 언젠간 저렇게 즐거운 여행을 했으면 좋겠다.

너희 어디가니


런던 브릿지 쪽으로 템즈 강가를 따라 걷는다. 아침 일찍이라 사람이 없어 고요하다. 벤치에 앉아서 가만히 있으니 세상 좋다. 템즈강 가까이에 가보니 물이 더럽다. 강폭과 수질, 모든 면에서 한강이 참 대단하다고 새삼 느낀다. 역시 외국에 나오면 애국자가 되는건가. 한강 만세다.


고요한 템즈강


깨끗하진 않다.


완벽하게 강변길이 이어지지 않는다. 중간중간 도심으로 들어왔다가 다시 강변으로 올라가야 한다.


확실히 이런 대도시의 번잡함은 사람을 센치하게 만드는 면이 있다. 특히나 혼자 덩그러니 서 있는 사람일 경우 더 심하다. 타국에서 온 사람은 말해 무엇하랴.


런던 브릿지

얘도 그냥 다리다. 뭐 로마시대에 어쩌고 하는데, 어차피 로마때 지어진 다리는 사라졌다.

버로 마켓은 가봤더니 아직 오픈 전이다. 나중에 와봐야지. 다리를 건너가본다. 더럽다.

런던 브릿지
런던 브릿지를 건넌다. 이젠 쓰레기들이 익숙할 지경이다.


런던 탑

성곽이랑 파수대가 있다. 왕비 엔블린이 마녀로 몰려 처형당한 바로 그 곳이다. (헨리 8세 정말 대단) 세계문화유산이라는데 잘 모르겠다.

바닥 블럭으로 역사를 짐작할 수 있다.


타워 브릿지

사진으로 많이 본 바로 그 곳.


다리 위로 올라, 건너본다.

인도가 넓어서 좋다.


여기가 그 다리 중간에 올라가는 부분, 접합부인가본데, 잘 되려나. 뭔가 어설픈데.


타워 브릿지를 건너고, 근처에서 좀 쉬기로 한다. 많이 걸었다. 마침 넓은 공원이 있다. 근처 작은 카페에서 커피랑 크로아상 하나 사서 앉는다. 두개 다 해서 5파운드.

빵이 기가 막히게 맛있다. 커피도 적당히 고소하고 뜨겁다. 타워브릿지 앞은 커피랑 빵이 맛있구나.


패키지 여행을 왔다면, 이렇게 템즈 강변을 따라 걸을 수도, 타워 브릿지 앞 공원에서 커피와 크로아상을 먹으며 가만히 쉴 수도 없었겠지.


내셔널 갤러리로 이동하려니 구글맵께서 언더그라운드가 아니라 기차를 타란다. 내가 생각하기에도 근본없는 동선이다. 동에서 서를 가로지르다니. 이래서 여행 계획이 중요한가보다. 하지만 이번 여행은 무계획이 계획이므로 이것 또한 의미있다. (자기합리화) 마음 내키는대로 간다.


기차는 타 본적 없지만, 도전.

10분을 헤매다 역무원에게 물어보고 탈 수 있었다.

기차는 요런 모양이다.


채링크로스 역에 무사히 도착했다.

이제 내셔널 갤러리로 걸어간다.


내셔널 갤러리

여기도 예약한 e티켓은 검사를 안한다. 이 동네 트랜드인가보다.

아침 일찍 왔더니, 아무도 없는 전시장에서 홀로 감상하는 호사를 누린다.

전세내고 본다.

이 동네 주민들이 부럽다. 대충 걸어오면 어마어마한 명화들을 매일 볼 수 있잖아. 어떤 그림이 있는지 같이 살펴보자.

르누아르, The Umbrellas, 1881
모네, Snow Scene at Argenteuil, 1875
세잔, Hillside in Provence, about 1890-2
고흐, Sunflowers, 1888
고갱, Harvest: Le Pouldu, 1890
피카소, Fruit Dish, Bottle and Violin, 1914
미켈란젤로, The Entombment (or Christ being carried to his Tomb), about 1500-1
레오나르도 다 빈치, The Virgin of the Rocks, about 1491-1508


위 그림들을 눈 앞에서 보고 있자니, 그 위대함에 절로 겸손해졌다. 퇴근하면서 이 미술관에 들러, 그림

앞에 앉아 멍하니 보고 있으면 스트레스가 풀릴 것 같다.


앞에 가장 오래 앉아있었던 건 바로 이 그림이다. 마음에 들었다. 한참을 바라보다 일어났다. 나른하고 따뜻한 오후의 평화가 느껴져서 좋았다. 작가가 누구인진 확인 안했다. 그냥 모른 채 보는게 좋았다. 세상에는 그런 것들이 있다.


트라팔가 광장

여긴 또 무슨 일인가. 이것도 다음주 영국 왕 생일과 관련이 있는건지. 팬스로 둘러쳐진, 출입이 금지된, 이런 모양이더라.

어째 죄다 공사중이냐.


배터리가 30% 남았다. 오늘은 잊지 않고 충전한다. 근데 여기는 USB 단자가 있네.


런던 아이

쭉 걸어내려가본다. 런던 아이를 지난다. 크다.


빅벤

저 큰 시계가 먼 옛날 일반 시민들에게 얼마나 큰 도움을 주었을지 짐작 가능하다.

그나저나 여기는 관광객들이 어마어마 하구나. 주말이라 그런건지.


점심 시간이 지났다. 빅벤 바로 앞에 있는 레스토랑에 왔다. ’트래디셔널 오리지널 피쉬앤칩스‘ 라고 외부 입간판에 적어놨더라.

이런 분위기

자신이 있는 모양인데, 그렇다면 피쉬앤칩스를 먹어보자.

선글라스와 사이즈를 비교해보자. 엄청 크다.


동태전의 식감에 생선가스의 맛을 더했다. 근데 양이 너무 많다. 이걸 한 사람이 다 먹는다고?


해롯 백화점

런던의 진짜 부유한 고소득 전문직들은 이리로 쇼핑온다고 한다. 바로 해롯 백화점. 1차, 2차 세계대전 때도 오픈하고 영업을 했었다니, 그 역사는 인정이다.

궁금했다. 어떤 사람들이 오는지 보고 싶었다. 그들은 어떤 느낌과 분위기를 갖고 있을지.

그래서 지하철을 두번이나 갈아타는 수고를 들여 먼 곳 까지 왔다.


근데 그냥 그랬다. 내 환상 혹은 기대가 너무 컸나보다. 오히려 동양,아랍 사람들이 훨씬 더 많은 듯하다.

에르메스, 샤넬이 그냥 매대에 나와있다. 통제없이 자유롭게 물건을 만지고 들어볼 수 있다. 이게 맞지.

에르메스
샤넬

어디서 많이 본 공간 구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 백화점의 럭셔리 브랜드 공간, 매장 배치를 어디서 가져왔나 했더니, 런던이나 파리에서 복사해 왔겠구나.

백화점이라기보다는 전시장이나 미술관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쪽 사람들은 식기류나 침구류에 진심인 듯.


백화점 내 서점에 다양한 종류의 책들이 많아서 보는 눈이 즐거웠다.


지하철을 타고 숙소로 복귀했다.

오다가 생각하니, 오늘도 제대로 된 대화를 한번도 안했구나 싶다. 내일은 아무나 붙잡고 길이라도 물아봐야겠다.


오늘 저녁으로 몇가지 사서 들어왔다.


씻고, 먹었다.

이제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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