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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서 Jun 11. 2023

네, 런던에 혼자 왔습니다 2

2023.06.10


2일차


최고기온 - 25
최저기온 - 15
일출 - AM 4:44
일몰 - PM 9:16


비행기 티켓과 숙소만 결정하고 아무것도 계획하지 않았다. 그냥 어슬렁대다 갈 생각이다. 내키는대로 걸어가보면 어떨까 싶다.


숙소는 킹스 크로스역 근처, 어차피 잠만 자는 곳이라 도미토리로 정했다. 도미토리는 대학생 때 배낭여행 다녀온 이후로 처음인데, 나는 견딜 수 있을까. 이것도 실험이다. 나는 어떤 사람인가. 어떤 걸 견디지 못하는가.


교통은 언더그라운드로 여기저기 가기 편하다.

1863년에 운행을 시작한 런던의 언더그라운드(지하철)는 벌써 160년이 되었다.

언더그라운드 로고. 이것만 따라가면 된다.

당시 한국은 '고종'이 즉위한 해였는데, 영국은 지하철이 다녔구나.

한국이 IT강국이라고 하기엔 와이어리스 결제나, 교통카드 상황을 보면 런던보다 한참 뒤쳐졌다.



아침 7:00 숙소를 나섰다. 바람이 차다.

길은 군데군데 쓰레기들로 더럽고, 노숙자가 자주 눈에 보인다. 킹스크로스 역 앞에는 숙취에 찌든 남자들이 웃통을 벗고 비틀거리며 앉아있다. 생각해보니 어제가 금요일이었구나. 불금을 즐긴 젊은이들이 많은가보다.


커피를 마시고 싶다. 유럽의 스타벅스라고 불리는 코스타 커피로 간다.

따뜻한 아메리카노와 크루아상을 주문했다.

가격은 스타벅스와 비슷하다.


크루아상은 사진상으로 맛없어 보이지만, 실제로 먹어보면 생각보다 훨씬 더 맛없다. 상상을 뛰어넘는 스폰지 같은 식감이다. 다행히 커피는 맛있다. 역시 커피전문점에서는 커피만 마시는거다.


런던과 같은 오래된 역사의 도시에 오면 박물관에 가보고 싶다. 요새는 예약 없이는 입장이 불가하다고 한다. 커피 마시면서 대영 박물관 예약했다 14:40

내셔널 갤러리도 내일 예약했다. 6/11 SUN 10:30

책을 좀 읽다가 일어섰다.


소호

소호에 왔다. 내가 상상하던, 깔끔하지만 역사와 전통을 간직한 런던의 느낌이다. 뒷골목에는 힙한 레스토랑들도 많다. 각종 쇼핑 브랜드 들이 총집합했다.

소호 거리
애플스토어 런던 소호점
소호 거리 2
소호 거리 3


나는 여행을 오면 꼭 그 곳에서 쉐이크를 사먹어본다. 이번엔 소호 맥도널드에서 딸기 쉐이크를 주문했다. ‘나 쉐이크야!‘ 라며 노골적으로 달지 않고, 적당히 달곰하여 맛있다.

아 그리고, 맥도널드 키오스크 UI는 세계 공통이었다. 영국 맥도널드 키오스크가 한국과 똑같더라. 그럼 그렇지. 한국의 영리한 개발자들이 그렇게 느리게 설계했을리가 없지.



여기도 특정 종교 선교자가 있네. 종말이 다가온단다. 마이크 소리가 크다. 명동인줄.


리버티백화점

사실 소호에는 여기 보러 왔다.

1875년에 오픈한 백화점인데, 옛 건물 그대로를 간직하고 있어 건축적으로도 가치가 있다. 문양이 독특한 ‘리버티 원단’은 바로 이 곳에서 개발, 판매되었다고 한다.


리버티 백화점
리버티 백화점 입구


실내는 역사와 전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어쩐지 우리나라 옛 목조 주택을 보는 듯 하다.

중정 상단의 채광창은 요새 백화점의 설계 양식과는 다르다
천장은 기와집의 그것과 비슷하다.


나무 계단을 오르면 울리는 삐걱삐걱 소리가 세월을 말해준다.


디테일에 집중하자.

난간
오래된 나무 바닥
계단 장식


아직도 원단을 직접 판매하고 있다.


피카딜리 서커스 광장

어릴 때 종로 피카디리 극장에 자주 갔었는데, 지금은 없어졌지 아마. cgv가 인수했었나 그렇게 알고 있다. 그 피카디리가 이 피카딜리인지는 잘 모르겠다.

미국에 브로드웨이가 있다면, 영국에는 피카딜리가 있을 정도로 뮤지컬 공연의 중심지라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피카디리 극장을 만든 사람이 피카딜리 이름을 따서 만들었는지도 모르겠다.

이 광장에는 에로스 동상이 있다. 아래 사진 중심에서 약간 왼쪽에 보인다. 젊은이들이 많이 모이는 곳이라고 한다. 실제로도 에로스 동상 주변에 사람들이 바글바글 하더라.

피카디리 광장


‘에로스 동상’ 가까이 가봤다. 아래 사진에서 볼 수 있듯 쓰레기가 잔뜩 있었다. 선진국의 민낯인걸까.



차이나타운

그냥 한 번 가봤다. 인천하고 비슷하다.



버킹엄 궁전

왕이 다음주 생일이라고 리허설 한단다. 통제하고 있더라. 경찰이 잔뜩. 난리 부르스.

왜 아직도 여기 경찰들은 말을 타는걸까


버킹엄을 보는데, 문제가 생겼다

아직 오전인데 핸드폰 배터리가 끝났다. 아마 구글맵을 계속 사용하느라 배터리가 녹았나보다.


나는 구글맵 없이는 어떻게 가야 할 지 전혀 알지 못하는데 어쩌나. 나는 길치 중의 길치다. 이미 오전 중에 걸음수는 20000보가 넘은 상황. 해는 매우 뜨겁고 나는 지쳤다.


혹시 몰라 충전기를 챙겨왔다. 스타벅스를 찾아서 충전해야겠다. 스타벅스 찾아 걷고 또 걸어 겨우 찾아냈다. 들어갔는데. 가방에 유럽 어댑터가 없다. 한국 것만 챙겨왔다. 유럽인걸 잊은거냐. 이 답답한 친구야. 할 수 없지. 숙소로 걸어서 돌아간다. 버킹엄에서는 꽤 멀다. (지하철 탈 껄)


이따가 영국 박물관 관람하려면 구글맵이 필요하다.

남은 5%가 사라지기 전에 숙소로 복귀한다.

해는 왜이리 뜨겁지.


겨우 걸어 숙소에 도착했다.

이제 12시 조금 넘긴 시간인데.

대체 오전에 어딜 다녀온거냐


이 상태로 땡볕을 뚫고, 걸어서 영국 박물관에 가면 아마 쓰러질지도 모른다.

91번 버스를 타자. 어디로 갈지 몰라 불안해서 안탔었는데. 역시 닥치면 하게 된다.


이런 모양 버스다. 실제로는 91번을 탔고, 급하게 타느라 외부 사진은 못 찍었다.


실내는 찍었다.

겨우겨우 입장 예약 시간에 맞춰 도착했는데, 표 검사를 안한다. 전부 자유 입장이다. 아오. 이럴거면 예약 페이지는 왜 운영하시는거죠.


영국 박물관. 사진으로는 그 어마어마한 규모가 표현이 안된다.



도대체 전 세계에서 얼마나 많은 유물들을 훔쳐온거냐. 이미테이션이 섞여 있다고 해도, 이건 너무 심하잖아. 박물관에 이집트 유물이 얼마나 많은지, 이 정도면 이집트는 나라를 통채로 뺏긴 것 같은데?


아래 사진처럼, 유물이 너무 많아서 그냥 황학동 시장처럼 좌판에 펼쳐놨다.


이렇게 엄청난 규모의 박물관이, 너무 더웠다. 관람객들은 땀을 뻘뻘 흘리며 손부채질을 했다. 그래서 몇몇 관리 직원들이 선풍기를 틀어놨는데. 글쎄 그게

반갑다

대우 제품이었다.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대우전자’도 고대 유물로 취급받아 여기에 전시된 걸까. 타국에서 고생이 많다.


힘들어서 걸어서 복귀는 도저히 못하겠다. 가장 가까운 역이 어디더라.

결국 지하철 탔다.
지하철 모양은 이렇습니다. 오래됐어요.


점심을 제대로 안먹어서 오다가 중국 음식점에 들렀다. beef soup noodle 시켰다. 옆에 한자로 ’우육탕면‘이라고 써 있었다. (맞겠지?) 면이 산더미처럼 나와서 먹다가 남겼다. 두 끼는 먹겠더라. 맛은 밍밍했다.

우육탕면


들어와서 씻고 쉬었다. 쉬면서 글을 썼다. 매일 쓰는게 쉽지 않다. 와이파이도 느려서 사진 업로드가 계속 실패한다. 퀄리티는 과감히 양보하고 기록하는 것에 중점을 둬야겠다.


내일은 좀 적당히 걸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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