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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서 Jun 15. 2023

네, 런던에 혼자 왔습니다 6

2023.06.14


6일차


최고기온 - 24
최저기온 - 12
일출 - AM 4:43
일몰 - PM 9:19


06:17에 집을 나선다. 춥다. 일교차 정말 끝내준다. 지하철을 타고 빅토리아 역으로 간다.


재미로 보는, 내 맘대로 내는 통계.

- 이 시간에 지하철은 그래도 많이들 앉아서 잔다. 피곤한가보다.

- 아이폰이 많이 보인다. 갤럭시는 한번도 못봤다. 특히 옥스포드 앞 학생들은 맥북, 아이폰 많다.

- 기아차는 가끔 보인다. 테슬라는 기아 정도의 빈도로 등장. 현대차는 한 두대 본 게 전부. 유럽차가 가장 많고 도요타 포드 자주 보인다. 제네시스는 눈에 불을 켜고 찾아봤지만 단 한 대도 못봤다.

- 스키니 청바지가 많이 보이는데, 설마 다시 돌아오는건가


지하철에서는 this station has no step free access 라고 매 역마다 안내한다. 친절하다. 배려한다. 영어는 step free access라는 세 단어로 표현할 수 있구나. 그 점은 부럽다.


빅토리아 역에 도착. 프레 타 망제에 들른다. 원 블랙 아메리카노. 그리고, 프레 타 망제 뜻은 ready to eat 이라고 한다.


오늘은 투어에 참여한다.

스톤헨지와 같이 거리가 있고, 교통편이 애매한 곳 등을 위해 현지 당일 투어를 신청했다. 새벽 4시에 일어나지 않아도 되서 좋고, 불편한 사람들과 말 섞을 필요도 없다. 가이드 분의 지식에서 배울 수 있어 좋으니 금상첨화다.


따뜻한 커피를 들고, 집합 장소에 10분 전에 와서 기다린다. 시간이 다 되었는데 아직 안 온 사람이 있다. 역시나 지각자 발생. 안절부절하는 가이드를 보고 있자니, 슬슬 패키지 느낌이 난다. 단 하루 짜리 투어지만 패키지는 패키지다.


작은 미니 버스에 탄다. 타자마자 가방으로 버스 자리 맡아 놓는 어르신이 있다. 앉으려고 하니까 ‘여기 자리 있는데?’ 라고 한다. 그러려니 한다.


이윽고 버스는 출발한다. 주변 대화는 듣기 싫지만 들린다.

“여기 영국은 ㅇㅇ ㅇㅇㅇ 하죠?” 라고 주변 사람에게 묻는 어떤 어르신. 하지만 이 질문은 미끼. 나는 알고 있다. 사실은 자기 자랑을 하고 싶은거다.

“아 내가 파리 있을땐 이랬는데 어쩌고저쩌고”

그럼 상대방 어르신은 질세라.

“아 그래요? 내가 북유럽 갔을 땐 말이에요 어쩌고저쩌고.”

“그렇구나, 근데 나는 이 여행 우리 며느리가 보내준건데, 걔가 의사에요. 우리 아들한테 참 잘해~ 글쎄 얼마전 내 생일엔 어쩌고저쩌고”

다들 서로 말을 뱉으려고 혈안이다.

가만있자, 내 이어폰이 어디있더라.


중간에 휴게소에 잠깐 들른다. 깔끔하다.

고속도로 휴게소 실외
고속도로 휴게소 실내


스톤헨지

런던 시내에서 차로 두시간 소요된다.

7대 불가사의 중 하나다. 예전엔 가까이 가서 만질 수 있었다고 하지만, 지금은 관리가 철저하다. 근처에 주차도 불가능하여, 멀리에 차를 대고 버스로 이동해야 한다.


5000년 전 신석기 시대에 만들어졌는데, 여전히 그 용도는 파악 불가 상태이다. 유력 학설 3개는 다음과 같다.

1. 천문관측소 : 농사를 위한 달력으로 이용했다.

2. 고인돌 : 무덤이다.

3. 성지순례지 (종교) : 교회처럼 이용했다.



이런 모양의 환상열석 구조는 영국 전역에 많다는데, 한국의 고인돌 비슷한 역할이지 않을까 싶다.


혹시나 분위기가 궁금한 사람을 위해 동영상을 올립니다. (클릭하지 마세요. 데이터는 소중합니다)

스톤 헨지 가까이


역시나 꼬꼬마들이 단체로 관람을 왔다. 이런게 진짜 체험학습이지.


배가 고파, 스테이크 파스티 하나 먹는다. 영국식 만두? 같은 건데 저 안에 고기 볶은 게 들어있다. 짜다.

파스티


코츠월드

한국으로 치면 경주에 온 것 같은 느낌이다. 영국 전통가옥이 모여 있는 동네다.


지난 글에서 이야기 한 것처럼 그 지역의 건축재료가 동네 톤을 만든다. 이 동네는 아래 사진의 집처럼 꿀색 석회암이 많다. 그걸로 집을 지으니 동네 톤이 이렇게 일관되게 형성되었고, 결국 관광지가 되었다.


이 동네는 일본인이 많이 찾아와서 유명해졌다고 한다. 일왕이 아래 사진 속 스완호텔에 와서 묵었다.

스완 호텔

그 다음 한국인들이, 그 다음 다른 동남아 국가로 이어지는 아시아 유행의 연쇄효과. 늘 일본이 선두에 서는 문화 주도권. 뭔가 씁쓸하면서도 부인할 수 없구나.


포드 자동차의 헨리 포드가 여기 놀러왔다가 아래 사진 속 저 집을 보고 ‘미국에 사서 가져가고 싶다’ 고 했다.


’사는 거‘랑 ‘가져가는 거’ 이 둘은 완전히 다른 얘기다. 그 소식을 들은 지역 귀족들이 돈을 모아 저 집을 매입, 수리 후 국가에 귀속 시켰다고 한다. 부자들의 애국이란 그런거다. 자비를 들여서라도 나라를 지키고자 하는 태도. 고위층, 부자, 귀족들 중에는 대가 끊겨 멸문된 가문도 많은데, 그 이유는 귀족 가문 남자들이 제1차, 2차 세계대전에 앞서서 참전 후 전사하였기 때문이라고 한다. 리더의 희생, 거기서 진정한 존경이 나온다.


우리나라는 어떤 상황인가.


HUFFKINS

덥다. 길가에 카페에 들어왔다. 1890년 부터 영업했다고 한다. (맞아?)

Huffkins


애프터눈 티는 혼자 온 나같은 사람에게는 오버다. 아주 간소화 한 메뉴가 있다. 플레인 스콘 하나에 티 한잔. 오후에 차 마시면 그게 애프터눈 티잖는가. 내 맘대로.

간단히


위 사진 맨 왼쪽에 있는 클로츠 크림은 터키 카이막과 똑같이 만든 크림으로 빵에 발라 먹는다. 카이막보다는 버터쪽에 더 가깝다. 난 평소에 스콘을 좋아하는데, 이 스콘은 폭신폭신하다. 고소하고 부드럽다. 스타벅스 스콘은 왜 그런거지.


옥스포드

1100년대에 만들어진 학교. 당시 영국은 대학이 없었다. 귀족들은 프랑스 대학에 진학해 공부하는 게 일반적이었는데, 그래서 돈이 없는 똑똑한 학생들은 수도원으로 모여들었다.

옥스포드 거리


얼마 안 있어 인재 유출이 우려된 영국은 프랑스 유학 금지령을 내리는데, 그때부터 수도원이 본격적으로 칼리지의 형태를 띄기 시작했다. 초기엔 신학, 법학, 의학을 가르쳤다. 역대 영국 수상의 70%가 옥스포드 출신, 그 중 40%가 크라이스트 처치 컬리지 출신이다.

옥스포드 거리


해리포터 촬영지로 유명하지만, 정작 학생들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더 자랑스러워 한다고 한다. 당시 재직하던 교수가 옥스포드 총장의 딸을 위해 쓴 소설이 바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총장 딸의 이름이 앨리스였다고 한다.

옥스포드 거리


해리포터는 옥스포드와 딱히 관계가 없으니. 아무래도 선배님의 작품에 더 애정이 가는 건 인지상정. 하지만 수익창출은 해리포터 덕분이라는 아이러니. 이 곳에서 아인슈타인이 2년동안 강의했다고 한다.


크라이스트 처치 컬리지

옥스포드에서 가장 큰 컬리지 채플

해리포터 월드에서 슬리데린, 그리핀도르 처럼 학생들이 나눠지는 시스템은 옥스포드에서 차용한 것이다. 옥스포드에도 여러 컬리지들이 있고(39개), 이 크라이스트 처치 컬리지도 그 중 하나이다. 다양한 컬리지에서 다양한 전공의 학생들이 나뉘어 공부하며, 때로는 함께 모여 토론하고 경쟁하며 인재를 양성시키는 구조. 정말 부럽다.

크라이스트 처치 컬리지


옥스포드에선 학생들을 가운을 입고 다닌다고 ’가우너‘ 라고 부른다. (마을 사람들은 타운에 살아서 타우너) 해리포터는 컬리지 학생들이 가운을 입고 다니는 것도 그대로 소설에 적용했다.


이 손 때 묻은 건물에서 전통을 느낄 수 있다. 학생들의 자부심은 말 해 무엇하랴.


해리포터 1편에서 에서 맥고나걸 교수가 학생들을 맞이하던 그 계단


크라이스트 처치 홀

해리포터의 연회장을 촬영한 그 식당. 지금도 크라이스트 처치 컬리지 학생들은 여기서 식사를 한다.

바로 그 식당

분위기를 좀 더 느낄 분은 아래 영상을 보세요.


탐 쿼드 중간의 저 탑은 크리스토퍼 렌이 설계했다. 세인트 폴의 설계자 그 렌이 맞다.

탐 쿼드 (교내 광장)


도시 전체가 대학이다.


보들리안 라이브러리

영문성경, 셜록홈즈 등 수 많은 초판들이 있는 곳이다. 옥스포드에는 이런 엄청난 도서관들이 흩어져 있다. 사진 속 건물은 지금은 열람실로 사용중이다.

보들리안 라이브러리


셸도니언 극장

옥스퍼드 학생들이 졸업식을 진행하는 곳이다. 전통을 지키기 위해 지금도 라틴어로 진행된다니, 그 자부심이 엄청나다. (하지만 요즘 옥스포드 학생들은 라틴어 못알아 듣는게 함정)

셸도니언 극장


이제 런던 시내로 돌아간다.

돌아가는 길에 끝없는 대초원을 보았다. 매일 시내에만 있어서 잘 몰랐는데, 영국이 참 큰 나라구나 싶다.


저녁 먹으려고 파이브 가이즈에 왔다. (햄사모 여러분 제가 한번 와봤습니다.)


그 유명한 무한리필 땅콩


치즈 버거

맛은 특별하진 않았다. 크고 양도 많고 육즙도 좋은데, 이상하게 별로 맛이 없다. 간이 좀 덜 된 느낌. 뭘까. 기대가 너무 컸나보다. 한국에 이번에 오픈한다던데, 거긴 좀 다르리라 믿는다. 한국인의 저력을 믿습니다.


저녁 8:40 빅토리아 역 플랫폼은 사람들로 가득이다. 이런 지하철은 런던와서 처음타보네. 퇴근 시간이라서 그런가보다. 런던 직장인들의 삶도 녹록치 않구나.


드디어 킹스크로스역 도착. 며칠 있었다고 또 반갑네. 저녁 9시가 넘었는데, 대낮처럼 환한건 당췌 적응이 안된다.

저녁 9시 킹스크로스 역


오늘 하루가 길다.

이제 좀 쉬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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