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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서 Jun 16. 2023

네, 런던에 혼자 왔습니다 7

2023.06.15


7일차


최고기온 - 23
최저기온 - 11
일출 - AM 4:43
일몰 - PM 9:19


07:30에 숙소를 나선다. 어제 좀 피곤했었나보다. 아침이니까 잉글리쉬 브랙퍼스트를 먹고싶다. 도대체 뭐길래 음식 이름 앞에 잉글리쉬를 붙인거지. 비싼 레스토랑에는 가고싶지 않다. 킹스 크로스 역 근처, 평범한 로컬 가게로 왔다.

valencia cafe
잉글리쉬 브랙퍼스트


한국에선 맨날 딱딱한 베이컨만 먹었는데, 얘는 부드럽고 쫄깃하다. 소세지는 짠데 또 토스트랑 먹으니까 괜찮다. 배가 고팠었나보다.


양이 많고, 푸짐하다. 튀김이 많아 느끼하다. 영국사람들은 하루 종일 뭘 하길래 아침부터 이렇게 고열량을 섭취하는건가. 이게 바로 산업혁명의 원동력인가.


그리니치 천문대

나는 시간에 관심이 많다. 지구의 시간을 지배하는 곳, 경도 00° 00' 00" 의 그 곳으로 간다.


St Pancras International 기차역에서 기차를 타고 Thameslink 선을 따라 한 시간 간 후. Maze Hill에 내려 20분 정도 걸어가면 도착할 수 있다고 한다.


첫 날이었으면 겁먹고 못갔을텐데, 이젠 뭐 그냥 가본다.

St Pancras International station


어디로 가야하죠 아저씨

어디로 가란 말이냐


그냥 가보면 된다. 실패하면 다시 도전하면 되고.

찾았다. 레인햄 가는거 타면 된다.

레인햄. 조금이따가 출발한다


기차역 한산하다.

플랫폼

다양한 사람들이 타고 내린다. 브롬톤 가지고 출퇴근 하는 사람들도 많던데.

ThamesLink 타야된다


기차에서 책을 읽으려고 가져왔는데, 역시 양장본은 무겁다. 제발 우리나라도 문고본을 내주었으면 좋겠다. 물론 수익 측면에서 이야기하면 할 말 없지만, 어디까지나 독자의 의견이다.


기차 안내 방송을 들아보자. 독특한 엑센트가 재미있다.


메이즈 힐 도착. 어 그런데 기차 문이 안열린다. 에이, 이러지 마세요. 장난치지마요. 어어? 기차가 그냥 출발한다. 저 아직 안 내렸는데요.


여기는 기차가 정차해도 문열림 버튼을 눌러야 문이 열린다. 하아. 괜찮다 또 하나 배웠다. 다음역에 내려서 다시 돌아가면 되지. 여러분은 꼭 열림 버튼 누르세요.


메이즈 힐에서 그리니치 파크로 걸어간다.

그리니치 파크


시간이란 무엇인가


그리니치 천문대

그리니치 천문대

1675년 천문항해술을 연구하기 위해 설립된 기관이다. 무려 ‘왕립’이었다. 왕이 연구소 설립을 지시한 것이다. 배를 타고 세계로 나아가는 꿈을 가진 왕의 의지였다.

우리가 아는 표준시간대인 GMT가 바로 Greenwich Mean Time, 즉 그리니치 표준시를 뜻한다. 서버 시간을 아마 주로 GMT로 하던가.


크리스토퍼 렌, 이 사람은 대체 어디까지 설계한 것인가. (세인트 폴 대성당을 설계한 그 사람 맞다) 그는 그리니치 천문대 일부도 디자인했다. 그는 돔에 진심이었다. 그렇지, 뭔가 하나에 꽃혀서 미친 듯이 집중해야, 작품이 나오는 것이다.

옥타곤 룸, 크리스토퍼 렌 디자인


항해 일지.

이 곳의 최초 설립 목적이 항해술 연구를 위함이었기에 항해 일지도 전시중이다. 생각해보자. 바다 위에서의 시간과 위치는 선원 모두의 목숨이 걸린 중요한 정보다. 이 일지는 귀중한 자산이었을거다. 꾸준한 기록은 결국 역사에 남는다.

기록은 언제나 옳다


1736년에 만든 타임키퍼.

여전히 스프링으로 동작한다.


타임키퍼가 나오기 전에는 이렇게 해시계로 로컬타임을 확인했다.


돌고래 해시계

저 꼬리가 맞닿는 부분의 그림자가 시간인데, 맞춰보니 정확했다.


그러다가 결국 인터내셔널 타임을 측정하기 위해 본초자오선을 두게 된다.


저 선이 바로 Meridian Line. 본초자오선이다.

경도 0.

바닥에 길게 난 선


이런 문구가 써 있다.

You are now standing on the Prime Meridian of the world, as defined by Airy's telescope and agreed by international convention in 1884.


내 오른발은 동경, 왼발은 서경을 딛고 서 있다. 이 선은 세계 시간의 기준이 된다. 바닥에 잘 보면 Seoul 동경 127도 가 표시되어 있다.

동경, 서경은 결국 인간이 만든 것


별과 시간은 긴밀한 관계가 있다. 선원들은 하늘을 보고 시간과 방향을 쟀고, 농부들은 별의 위치로 계절을 가늠했다. 이들은 이미 1893년에 이 정도 규모의 천체 망원경을 제작해 하늘을 관측했다.

1893년 제작된 천체망원경


그리니치 천문대에서 바라본 런던시내


이들은 시간에 진심이었다. 시간이야말로 모든 것의 시작이자 끝이다. ‘시간’이라는 단어도 너무 인간 중심이라 창피하지만, 세상을 이해하려면 시간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리고 이들은 저 먼 옛날부터 그걸 알고 있었다.


그리니치 마켓에 가서 뭐 좀 먹어야겠다. 그리로 이동하자.


어디서든 꼬꼬마 일행을 볼 수 있다. 부럽다. 저런 형광조끼는 좋은 아이디어 같다.


그리니치 마켙


시장 내 푸드트럭에서 스파이시 포크 온 라이스를 주문했다. 제육덮밥 맛이다. 이게 얼마만에 먹는 밥인가. 달다 달아.


쇼디치로 가보자.

두번 갈아타야되네. 이러다 런던 지하철 노선 다 타보겠다. (그래봤자 맨날 타는 것만 탐)


쇼디치

런던의 성수동이란다. 동네가 힙하다고 한다. 하여간 갖다 붙이긴 참 잘한다.


빈티지 옷가게, 그래피티 들이 많아 눈이 어지러울 정도다. 잘 모르겠다. 지저분한거랑 힙한거 어떻게 구분해야 하나. 힙을 느껴야만 한다. 집중하자.

힙1
힙2
힙3

힙이란 무엇인가.

깨닫기 실패.


사실은 이거 보러왔다.

뱅크시.


혹시 여기 가시는 분은 길 찾느라 뙤약볕 아래에서 헤매지 마시고 구글맵에 Shoreditch Banksy Graffiti 조회하시면 정확하게 위치 가르쳐줍니다. 정확한 명칭은 Banksy's 'Designated Graffiti Area' 지만, 대충 쳐도 나옵니다. 한글로 ‘쇼디치 뱅크시’ 조회해도 다정한 구글님은 친절하게 알려줍니다.

뱅크시의 그래피티

그래피티는 거리낙서로 알고 있다. 지하철역이나 건축물의 벽면에 자유롭게 그림을 그리거나, 긁고, 새기는 문화인데, 뱅크시의 그래피티는 위 사진처럼 유리로 보호해 놨더라. 이젠 전혀 자유롭지 않아 보인다. 그래피티란 무엇인가? 저게 맞는가?


나는 한 시대에 족적을 남긴 사람들을 좋아하는데,  그들은 자기 분야에서 어떤 특별한 것을 갖고 있을까. 정말 궁금하다. 실력이 좋다고 반드시 성공하는 것이 아니라면, 결국 행운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걸까.


플랫 아이언

가성비가 좋은 스테이크 집으로 알려져 있다. 지점이 많은 프랜차이즈. 마침 숙소 근처에도 가게가 있더라. 저녁을 먹으러 간다.

기본 셋팅


기본 스테이크에 시금치 뭐시기 주문했다.

고기는 신선하다. 육즙도 풍부하다. 익힘 정도가 적절하다. 밑간도 잘 돼 있다. 좀 작은 크기가 아쉽다.


자리에서 계산하면 영수증과 새끼손톱만한 중식도 모형을 준다. 그걸 카운터로 가져가면 작은 아이스크림을 받을 수 있다.


숙소에 가서 컵라면 하나 더 먹고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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