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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서 Jun 17. 2023

네, 런던에 혼자 왔습니다 8

2023.06.16


8일차


최고기온 - 27
최저기온 - 12
일출 - AM 4:43
일몰 - PM 9:20


07:30 숙소를 나선다. 웬만하면 여기 사람들 출근 시간에 맞춰서 움직인다. 그래야 뭔가 배운다.

사우스 켄싱턴으로 간다. 세상 모든 동식물이 모여있을 그 곳. 뉴욕, 파리와 함께 세계 3대 자연사 박물관으로 손꼽히는 런던 자연사 박물관으로 간다.


뮤지컬도 고민해봤지만, 나는 아무래도 공연보다는 런던이 아니면 절대 볼 수 없는 박물관이 더 끌렸나보다.


서대문에도 자연사 박물관이 있는데, 거기도 많은 동식물이 있었다. 런던은 대체 얼마나 더 큰 걸까.


아직 입장 시간이 아니다. 박물관 앞 스타벅스에서 아침 겸 커피를 마신다. 왜 스타벅스냐면, 여기선 충전할 수 있으니까.

아메리카노, 크로아상, 신문


지하철 가판대 무료 신문을 하나 가져왔다. 여기는 무슨 얘기들을 하나.

보리스 전 총리의 파티게이트 리포트가 나온 모양인데, 그 얘기가 1면이다.


영국 총리였던 보리스가 코로나 시국에 방역지침을 무시하고 와인 파티를 했다는 이유로 총리직에서 물러나는 일이 있었다. 그는 관련해서 거짓말도 했다. 이른바 파티게이트. 얼마전 그는 의원직에서도 사퇴했다. 코로나 시국에 모여서 술을 마셨다는 이유만으로 말이다. 맘에든다. 이런 식의 결정이 부럽기도 하고. 그에 비해 한국은.


Natural History Museum (자연사 박물관)

1881년에 지어진 건물로 빅토리아 양식의 전형이다. 개관도 물론 1881년. 영화 ’박물관이 살아있다’의 배경이 된 곳이기도 하다.

자연사 박물관, 벌써 입장 대기줄이 길다


전시실은 크게 생물을 전시하는 라이프 갤러리(Life Galleries)와 무생물을 전시하는 어스 갤러리(Earth Galleries)로 나누어진다.


입구에 들어서면 바로 보이는 공중의 고래뼈


4가지 zone으로 구성되어 있다.

Blue zone : 공룡 및 포유류, 파충류 동물 관련

Green zone : 조류, 어류, 광물등 전반적인 것들

Orange zone : 곤충 및 다윈에 대한 것들

Red zone : 지구의 운동을 다룬 지구관


일단 Titanosaur를 보러 간다. 공룡은 언제나 흥미롭다. 다 보긴 힘드니, 오늘은 공룡을 최대한 보고싶다.


Titanosaur의 처음 발견된 뼈 조각이다. 크다. 발견자의 전율이 느껴진다.

허벅지 뼈 일부분이 이정도


전체적인 모습은 이렇다.

Titanosaur


이렇게 큰 동물이 살아서 지나간다면, 어떤 두려움이 들까. 압도적인 경외감?


움직이는 랩터

싸운다


건물 자체도 보자. 1881년에 자연사 박물관을 위해 지어진 건물이다. 전시물도 전시물이지만 건물 자체의 가치도 엄청나다.

회랑의 아치
천장을 보자. 아름답다
이렇게 넓은 공간을 저 정도의 기둥만으로 구현했다


티라노사우르스와 트리케라톱스의 머리뼈가 나란히 놓여있다.

사실은 뒷 벽의 아치가 더 아름답다.


움직이는 티라노사우르스


인간이 지구의 지배자가 될 수 있었던 건, 엄지 손가락 때문이었다. 물건을 쥐고, 검지와 함께 쓰면 작은 것을 집을 수 있는 엄지. 근데, 공룡 이름은 기억 안나는데, 엄지모양의 스파이크가 있었다고 한다. 인류는 큰일 날 뻔 했다.

저기 엄지모양


누군가는 연구하여 기록을 남긴다. 기록은 인류 발전의 원동력이다.

뭐라도 써보자


공헌을 세운 인물들에 대한 감사도 역시나 잊지않는다.

고생들하셨습니다. 덕분에 잘 봤습니다.


그래도 솔직히 건물이 더 재밌다. 천장과 기둥 디테일을 보라. 아름답다 아름다워. 박물관 건축에 이렇게까지 정성을 들였다고?


한국에서 박물관은 ‘조용히 해야 하는 곳’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여기는 그렇지 않아보인다. 많은 어린이들이 단체로 방문해 서로 재밌게 웃고 떠들며 관람한다. 어린이들은 손에 노트와 연필을 들고 작품 앞 바닥에 앉아 열심히 적고, 때로는 그린다. 좋은 경험이리라.


찰스 다윈은 여기선 거의 신적인 존재다.

찰스 다윈

그는 이렇게 말했다. 위 석상 옆에 새겨져있다.

생각의 자유는 과학의 발전을 따르는 인간의 마음의 점진적인 조명에 의해 가장 잘 촉진된다.


다윈의 책 초판

초판!!


도서관에 들어가보고 싶었지만 출입 안되더라. 저 안에는 어떤 책이 있을까.


 그 시대에 이렇게 넓고 거대한 홀을 만들었다.


Victoria and Albert Museum

근처에 있는 빅토리아 앤 알버트 박물관으로 간다. 빅토리아 여왕과 그 남편 알버트의 이름을 딴 디자인 미술관이라고 한다.

Victoria and Albert Museum


여기는 사람 별로 없고 한가하다. 나는 오히려 이 쪽이 좋았다. 나는 사람 많은 곳을 싫어하는 게 맞다. 대영박물관이 황학동 시장 느낌이라면, 여기는 미술 갤러리 분위기가 짙다.


부처에 관련된 작품이 많아서 좋았다.


한국 섹션이 있다고 해서 왔다.

왜 우리는 전통 공예품 아닌 이런 퓨전? 머시기가 놓여 있는가. 물론 유명 작가의 작품인 건 알겠다. 하지만, 영국의 시민들과 해외의 관관객들은 여기 전시된 물건들로 한국을 떠올릴텐데, 한국 전통과는 특별히 관계없는 디자인 작품들이 놓여 있어 당황스러웠다.

이것들이 한국을 대표하는 작품이나 물건이 맞는가?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노트. 정리를 참 잘하셨네요.

다 빈치의 노트


어마어마한 크기의 정교한 작품들

저 아래 사람을 보면 기둥의 사이즈를 짐작할 수 있다. 기둥에 정교한 조각이 빼곡하다.
이 많은 작품들은 어디서 왔을까


무슨 재밌는 책을 읽길래 행복한 표정인가요


박물관 내에 도서관이 따로 마련되어 있다. (내셔널 아트 라이브러리)

빼곡한 책들


우리는 도심 접근성이 좋은 곳에 위치한, 이렇게 크고 높은 방에서 조용히 미술작품을 경험할 수 있는가? 그것도 무료로 말이다.

우리나라의 어린이들은 경함하지 못할, 그 예술적 안목과 미적 감각의 차이는 10년 20년을 거쳐 어떻게 나타날 것인가.


이 방 전부가 라파엘의 그림이다. 누구나, 쾌적하고 편하게, 언제나,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라파엘의 방


생각이 많아졌다. 걷고 싶다. 그린 파크까지 걸어간다. 40분 정도 걸었는데, 해가 뜨겁다. 정말 덥다. 더 걷다간 컨디션이 안 좋아질 것 같다.


그린 파크에서 지하철을 타고 숙소로 간다.


저녁은 테스코에서 사왔다.

Butter Chicken with Pllau Rice 라고 적혀있다.

내 저녁


살짝 뜯어서, 쌀 쪽에 물을 한숟가락 넣고 전자레인지에 4:30 돌리란다.

짠.

완성

맛있다.

인도에 온 줄.


씻고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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