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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서 Aug 02. 2023

1일 1명언, 왜 하냐면

반복의 힘


변명한번 들어보실?


아내에게, 이전 팀원들에게 소명하는 글입니다.


사회생활을 시작한 초창기부터, 주변에서 좋은 어른을 찾으려고 부단히 노력했다. 어른에게 인생의 지침을 얻고 싶었고, 방향이 헷갈릴 때는 조언을 구하고 싶었다. 힘들 때는 만나서 하소연하고, 술도 한 잔 얻어먹고 싶은 생각도 있었다. 찾으려고 정말 많이 노력했다. 내 인간관계는 회사가 전부였기에, 업무를 하면서 만나는 새로운 어른(주로 상사들)들을 유심히 살펴봤고, 커피챗을 하자고 말씀도 드리며 꾸준하게 끊임없이 좋은 어른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실패했다.


결국 나는 책에 기댈 수 밖에 없었다. 도서관에는 좋은 어른들이 많이 있었다. 비록 면대면으로 직접 대화를 할 수는 없었지만, 그들이 정성스럽게 기록해 놓은 문장들로 부족한 부분을 메우려 노력했다. 수천년에 살았던 어른, 수백년 전에 살았던 형님과도 대화할 수 있었다. 나는 시간을 넘었다. 공간도 건넜다. 시공간을 초월해 좋은 어른을 찾은 것이다. 덕분에 많이 성장했다. 고 믿는다.


그런 의미에서 '명언'을 좋아한다.


지적으로 훌륭한 사람들, 끊임없는 노력을 통해 높은 수준에 도달한 사람들이 나 같은 사람을 위해 남겨놓은 '세상에 널리 알려진 말'.


명언을 좋아해서 자주 찾아 읽곤 한다. 수십년, 수백년 길면 수천년 전에 누군가 했던 말이 지금까지 전해지고 있다는 것은 반드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시공간을 넘어서는, 본질이 담겨있는 문장은 그 어떤 감언이설 보다 가치있는 인류의 보물이라고 생각한다. 반드시 지키고 후대에 전해야 하는 진귀한 유물이다.


혼자만 읽고 느끼긴 아까워서 회사 후배들에게도 공유하고 싶었다. 이전 회사에서 슬랙에 하루 한 번 명언을 공유한 적이 있었는데, 결국 '아재'라는 오명을 뒤집어 쓴 채 쓸쓸하게 퇴장해야 했다. 다들 내 맘 같진 않았다. 하지만 이해한다. 당연하다. 누군가에겐 내가 매일 올리는 명언이 아래 처럼 느껴질 수 있으니 말이다.


아직 적응이 힘든, 어르신 카톡짤


그래서 나는 요새 인스타그램에 하루에 한 번씩 명언을 올린다. 하루도 빠지지 않고 루틴으로 삼고 있다. 하루에 하나씩 올리는데, 벌써 반년이 훌쩍 넘었다. 아내는 그런 나에게, '대체 왜 그러는거냐'고 묻는다. 아마 내가 저 위 어르신 카톡짤을 매일 만들고 있는 것으로 보이나보다. 그럴 수 있다. 당연하다. 하지만, 나는 어쩐지 설명할 수 없다. '꾸준한 반복', 예로부터 내려오는 정신수양의 방법 아니던가. 그저 매일매일 할 뿐이다. 시간을 초월해, 훌륭한 어른에게 매일 한 마디씩 좋은 말을 듣는다고 생각하니 성장하는 기분도 든다. 사실 개중에는 별 쓸데 없는 것 같은 문장도 있다. '배가 고플땐, 밥을 먹어라' 같은 식이다. 하지만 열흘을 올리면, 그 중에 하나씩 정신이 번쩍 드는 깨달음이 반드시 있더라. 그걸로 충분하다. 나는 그것으로 발전한다.


수백,수천년 전 수행자들은 나무 아래에 앉아 혼자 끙끙 앓으며 깨닫기 위해 노력했다. 당시엔 가르침을 주는 어른을 주변에서 찾기 어려웠다. 그러다가 훌륭한 어른이 어딘가에 있다는 소문을 들으면, 그의 좋은 말씀을 듣기 위해 수 개월을 걸어 성인을 찾아가 설교를 듣곤 했다. 원하는 답을 찾지 못하면 다시 수소문하여 훌륭한 어른을 찾아야만 했다. 또 다시 수 개월을 걸었겠지. 아니면 나무 아래에 다시 자리를 잡던가. 하지만 요새는 그럴 필요가 없다. 인터넷을 열면 많은 좋은 가르침이 정리되어 있고, 도서관에 가면 그들의 이야기가 섹션별로 차곡차곡 쌓여있다. 배우고 수양하기 좋은 환경이다. 조금만 노력하면 끊임없이 성장할 수 있다. 왜 사는지, 무엇을 위해 사는지 아주 조금이나마 깨달을 수 있다.


딱 1년만 1일 1명언을 올려볼 생각이다. 누구도 나에게 강요하지 않는다. 365개의 명언 중에 단 36개만 좋은 말씀을 찾아도 그걸로 충분하다. 아니 혹시 아는가. 단 한개의 문장으로 큰 깨달음을 얻어 열반에 오를 수 있을지.


오늘은 어떤 어른의 한 마디를 올려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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