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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서 Aug 25. 2023

미니멀, 떠난 자리를 깨끗하게

흔적 남기지 않기


https://www.choosechicago.com/blog/dining/chicago-coffee-shops-and-cafes/


동료들끼리 카페에 갔다.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사무실로 들어가려고 일어나 정리하고 의자를 제자리에 넣었다. 테이블을 휴지로 닦고, 다른 분들 의자까지 정리하고 있노라니, 동료 한 분이 이해하기 어렵다는 투로 나에게 말했다. "그렇게까지 할 필요 없을텐데. ㅎㅎ" 나는 "아, 그런가요? 제가 괜히 또 ㅎㅎ" 라고 적당히 얼버무렸다.


당시엔 대충 넘어갔지만, 나는 조금 과하다 싶을 정도로 정리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떠난 자리는 최대한 깨끗하게 만들어 놓아야 한다.


애초에 아무 것도 없었던, 그 상태로.


앞선 글에서 여러 번 설명했다시피, 내가 미니멀라이프를 지향하는 데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다. 하지만, 궁극적인 이유는 결국 '삶 이후의 흔적을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위에 이야기한 에피소드처럼 나는 어디에서든 떠나갈 때 자리를 정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게 비단 카페 뿐만이 아니다. 직장도 마찬가지이며 최종적으로는, 아니, '최종적'이라는 한글보다 어쩐지 'Finally'를 쓰고 싶구나. Finally, 인생을 떠날 때의 정리도 생각해야 한다.


떠나간 자리를 깨끗하게.

그 곳이 어디든.


세상을 떠난 사람이 남기는 유품이 너무 많다면,
그건 고통을 남기는 것이며,
추억만 남기는 것이 이별의 선물이다.

- 심플한 정리법, 도미니크 로로


누군가의 솜씨를 보려면 상차림을 보고, 됨됨이를 보려면 설거지를 보라는 말이 있다. 모두가 알고 싶어하는 본질은 마지막에 있는 것이다. 떠난 자리를 보면 알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음식만 잘하는 사람보다, 둿정리 잘 하는 사람을 더 좋아한다.)


단순히 집 안이 깔끔하고, 옷장이 심플한 것을 넘어서는 궁극의 미니멀리즘. 근원적 목표인 '삶 이후의 가벼운 흔적'을 생각한다면 우리는 더욱 더 미니멀리즘에 매진해야 한다. 세상에 왔던 그대로 떠나는 것이 지구에게 바람직한 일이며, 남은 친구와 가족들에게 추억만 남기는 것이 진정 아름다운 모습이다.


무언가를 사들이고, 모으고, 집착한다면 결국 지저분한 흔적을 주변에 남기는 것이 될 수 밖에 없다. 대충 떼어낸 스티커 처럼 말이다. 끈적끈적한 스티커 자국은 지우려 할 수록 때가 타, 더러워진다. 끈적임은 주변에도 안좋은 영향을 끼친다. 번잡스러운 삶의 흔적은 그 어떤 변명으로도 합리화 할 수 없다.


지금 소유한 그 많은 물건들,

모두 꼭 필요한 것들인가?


기독교인은 아니지만, 마음에 드는 성경 구절이 있다.

The Lord is my shephered, I lack nothing.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내게 부족함이 없으리로다.)

- 시편 23


부족함 없는 삶.

꼭 많은 걸 가져야 하는 건 아니다. 그렇다고 아무것도 없이 불쌍하게 괴로워하며 살라는 말은 아니다. 간소한 것과 구질구질한 것은 전혀 다르다.

적당히 가지고 살다가 떠나는 것이 올바른 마음가짐이며, 그것이 삶 이후의 흔적을 가장 적게 남기는 방법이 된다. 물건보다는, 주변의 인연들과 아름다운 추억을 더 많이 만들도록 노력하자. 추억은 공간을 차지하지도 않고, 먼지가 쌓이지도 않는다.


당장 가진 짐을 줄이기 어려운가?

미니멀리즘이 실천하기 어렵고, 버리기 아까운가?

그럴 땐 '삶'을 생각하고, 삶 이후 나의 흔적이 어떨지 상상해보자.

그리고 주변을 둘러보자. 지금 가지고 있는 모든 것들을 떠올려보자.


기본을 중시하는 보이스카우트 규칙 중에 이런 게 있다.

캠프장은 처음 왔을 때보다 더 깨끗하게 해놓고 떠나라.


떠난 자리는 깨끗해야 한다.

그것이 이치에 맞다.

이치에 맞는 것이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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