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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서 Sep 02. 2023

2%의 사람들을 찾았다

나와 같은 결의 친구 찾기


시리즈로 여러 편 연속 발행한 글들이 있다. 주로 여행기인데 기록할 겸 느낀 점을 소소하게 적는다. 그렇게 발행한 글들은 연속성을 띠기 때문에 ‘퍼널 분석’ 비슷한 것을 해볼 수 있다. 퍼널은 이런 거라고 한다.(잘 모르지만, 어디서 주워 들었다)


퍼널 분석

웹 사이트에 유입된 사용자의 여정을 흐름대로 시각화하여 어떤 단계에서 가장 많이 이탈하는지를 알아보기 위한 방법


보통 이런 식으로 분석한다고 한다. (https://twitter.com/hotjar/status/1099992390746718208)



웹사이트 유저 행동분석 기법이긴 하지만, 내 경우에는 이렇게 응용해 보기로 했다. 1편,2편,3편의 연속된 글이 있다고 하자. 이 시리즈를 읽는 사람들의 이탈률을 들여다보는 것이다. 1편을 읽은 사람 중 얼마나 2편을 읽는지, 3편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이탈하지 않고 글을 읽는지를 지표로 확인하면 재미있지 않을까?


전제는, 연속된 흐름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오늘 1편 읽고, 일주일 후에 2편 읽는 것은 의미가 없다. 그건 이탈로 본다. 일일 통계로 봐야 의미 있다. 페이지 뷰 기준이다. 매일 새로 통계가 기록되기 때문에 중복 카운팅일 염려는 없다. 한 번 읽은 글을 굳이 다시 찾아, 1편부터 정주행 할 리도 없다. 뭐 대단한 글이라고 열번, 스무번 반복해 읽을리는 만무하다. 또한, 모수 자체의 볼륨이 커야 한다. 10명, 20명이 읽은 글로는 분석이 어렵다. 마침 얼마 전 쓴 제주도 여행기의 1편이 '다음'이나 '구글'어딘가 포털에 올라 의미있는 뷰를 기록했다. 잘 됐다. 그 시리즈의 퍼널을 분석해보기로 했다. 나는 비즈니스 분석가가 아니라서 전문적인 건 모른다. 틀릴 수도 있다. 어디까지나 순수하게 재미로, 흥미로 보는 숫자다.


내 여행기는 총 5편 짜리였다. 과연 1편을 읽은 사람들은 이후 어떤 패턴을 보일까.

각 글 별 view를 확인해보자.


2023년 ㅇ월 ㅇ일 통계 (단위, view)

1편 : 5,577
2편 : 250
3편 : 175
4편 : 140
5편 : 117


2편에서 이탈률이 확 높아진다. 무려 95%가 이탈했다. 대부분의 유저가 2편까지 오지 않는다. 어떤 이유로 1편으로 우연히 유입된 유저가, ‘에잉 이게 뭐람, 괜히 클릭했네’ 라며 창을 닫고 나간 것이다. 최초 1편으로 유입된 독자 5,577명 중 117명이 최종 5편까지 글을 읽는다.


하루치만 보면 지표로서의 신뢰가 떨어진다. 그렇다면 다른 날은 어떨까.


2023년 △월 △일 통계 (단위, view)

1편 : 6,203
2편 : 434
3편 : 248
4편 : 201
5편 : 146


역시 1편에서 2편으로 넘어가는 전환률이 확 떨어진다. 이 날에는 93%가 이탈했다. 많은 사람들이 1편에 실망을 하고 창을 닫는다. 숫자로 보니 더 명확하다. 역시 무엇이든 숫자로 보아야 한다.


재미있다. 3일치는 봐야지. 에라, 기왕 시작한거 표로 만들어보자. 어째 글이 점점 리포트가 되어가는데, 걱정마세요. 그래프까지 그리진 않겠습니다.


'제주도 여행기' 퍼널


2%

2% 라는 숫자가 보인다.

조사한 모든 날의 '마지막 편까지 읽는 비율'이 일정한 경향성을 띤다. 그럼 의미를 갖는다.

흥미롭다.


내가 쓴 시리즈의 1편을 읽은 사람들 중 대부분(90% 이상)은 2편을 읽고 싶지 않았던 것 같다. 그 중 단 2%가 '음, 뭐 나쁘지 않군' 이라고 생각해주거나, '어? 내 취향인데?' 라고 생각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 부분이 매우 중요하다.


시간을 들여 텍스트를 읽어야 하는, 고된 노동을 감내하면서도 5편까지 읽는 2%의 유저가 있다.


1편,2편,3편,4편을 지나 마지막 5편까지 읽는 사람들.

그 2%를 '나와 결이 맞는 사람들' 이라고 추측한다면 너무 억지인 걸까?


어쩐지, 나는 크로아상을 좋아한다.




나에게 ‘대체 왜 그렇게 열심히 글을 쓰냐’고 묻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나는 ‘세상 어디엔가 나를 찾는 사람이 있을 것 같아서 쓴다’고 대답한다. 몇 명인지는 상관없다. 단 한 명이라도 내가 도움이 된다면, 뭔가 쓰는 이유로 충분하다. 위 분석을 통해 그 사람들이 바로 저 2%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100명 중에 2명 정도는 내 글이 싫지 않은 것이다.

혹시, 어쩌면, 내 글이 마음에 들지도 모른다. 그것으로 충분하다.


글을 써야하는 이유를 숫자로 확인했다.

세상 어디엔가 나를 찾는 사람이 반드시 있다.

그것으로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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