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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서 Aug 12. 2023

할 줄 아는 선배의 매력

내 주변의 '매버릭' 찾기


’탑건 : 매버릭‘ 을 재미있게 봤다. 탐 크루즈가 다시 한번 주연을 맡은 명작의 귀환에 감동받았다. 작품 자체의 탄탄함에도 물론 감탄했다. 2022년 박스오피스 15억 달러로, 역대 10억 달러 돌파 영화에 이름을 올렸으니 오락성은 굳이 말해 무엇하랴.


영화의 주인공 ‘매버릭’은 리빙 레전드 그 자체다. 얼큰히 취해 붉어진 얼굴로 소주 잔을 들고, ‘내가 예전엔 말야~ 날라다녔단 말이지~’ 하며 썰만 풀어제끼는 그런 꼰대류가 아니다. 다르다. 뭐가 다르냐면,


그는 후배들에게 직접 보여준다.


직접 시연해준다. 매버릭은 교관이다. 선생님이라고 대충 말로만 때우려 하지 않고, 실제로 직접 한다. 몸소 보여준다. 전투기 기동 기술부터 작전 시뮬레이션까지. 그것도 아주아주 잘한다. 뛰어나다.


탑건: 매버릭


관객은 그런 멋진 어른에게 감동받는다. 매버릭이 강의실에서 대충 입으로 떠드는 일장연설로 감동을 주고, 감화된 팀원들의 사기가 충천하여 작전에 빵! 성공하는 스토리였다면 이 영화는 흥행하지 않았을 것이다. ‘할 줄 아는 선배’가 직접 보여줌으로서, 영화는 그렇게 결말의 당위성을 얻는다.


직접 행동으로 보여주는, 할 줄 아는, 선배의 매력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그런 선배는 리스펙을 구걸하지 않는다. 직책과 권력으로 찍어누를 필요도 없다. 누구나 좋아하는 사람이니까. 아, 누구나는 아니구나. ’탑건‘의 주인공 ‘매버릭’과 사이가 안 좋은 사람이 있다. 바로 그의 상급자. 그는 상급자와 늘 싸운다. 징계를 받는다. 그 점에 주목하자.


여하튼.

탑건의 주인공 매버릭은 ‘할 줄 아는 선배’의 매력을 영화속에서 마음껏 발산한다.

(혹시 안 보신 분은 한번 보세요. 1편과 2편을 순서대로 관람하면 좋습니다.)



회사에서는 어떤가.

외주업체 관리자로만 일하는 선배, 말로만 떠들고 지적하고 시키기만 하는 선배들을 보며 우리는 무슨 생각을 하는가. '그렇게 맘에 안들면, 니가 직접 한 번 해보든가' 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오게 만드는 리더들을 바라보며, 우리는 절대로 그렇게 되지 않겠다 라고 다짐해보지만 마음 한 켠이 헛헛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예전 내가 신입시절 만났던 팀장이 기억난다.

그는 30대 초반부터 운이 좋게 리더가 되어, 10년이 넘게 ‘관리자’ 역할만 하는 사람이었다. 시키는 건 좋아하고, 실무는 해 본적이 거의 없다. 관리자로만 수십년. 그러다보니, 잘 하는 건 ‘지적’과 ‘질책’ 뿐. 실무자들의 고충과 어려움은 잘 이해하지 못했다. 해 본 적이 없으니, 당연히 ‘할 줄 몰랐다.‘ 아! 할 줄 아는게 있었다. 임원들과 골프장에 가서 같이 라운딩을 했다는 자랑을 할 줄 알았다. 새로산 골프웨어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할 줄도 알았는데, 글쎄 얼마나 설명을 잘 했는지 그 화려한 패턴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물론, '할 줄 모른다'고 리더가 될 수 없는 건 아니다. 리더는 직접 일해서 성과를 내는 사람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할 줄 모르면 '모른다'고 솔직히 인정해야 하는데, 대부분의 리더들이 알량한 자존심으로 '할 줄 안다'고 박박 우겨대기 때문에 문제가 생긴다. 팀원들은 그 부분에서 절망하는 것이다. 더 무서운 건? 책 한권만 읽은 사람이 가장 무섭다고 했던가. 조금 업무 파악을 했다고 '마치 다 아는 것처럼' 행동하는 리더들이다. 마이크로매니징은 바로 그 착각에서 비롯된 태도다. 할 줄 모르면 모른다고 솔직히 인정하고 위임하고 믿어주면 되는데, 그런 성숙한 사람을 찾기는 매우 힘들다.


직접 할 줄 아는 선배는 다르다.

윗선에 대한 알랑방구, 정치 보다는 팀원들에 대한 걱정과 보살핌이 먼저다.

‘할 줄 아는 선배’는, 단순히 시스템을 만들어 놓기만 하면 끝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리더들은 릴리즈 후 윗선에 보고해서 성과로 인정받는 것만, 딱 거기까지만 생각한다. 면당하지 않고 자리를 보전해야 하기 때문이다 . '할 줄 아는 선배'는 다르다. 직접 제품 운영을 해 봤기에, 오픈 이후 팀원들이 겪을 상황이 눈에 선하다.


'할 줄 아는 선배'는 제품의 지속 성장을 위한 조건을 명확히 숙지하고 있다. 운영에 대한 팀원의 고충을 누구보다 잘 이해한다. 그래서 팀원들이 평소에 무얼 하는지, 어떤 어려움으로 좌절하고 있는지 고민과 걱정이 많다. 그 하루하루가 쌓여 팀원 하나하나 성장의 밑거름이 되고, 그 팀원들이 제품을 지켜주기 때문이다. 또한, 좋은 사람들을 모시기 위해 최선을 다 한다. B급,C급,등외급들이 비집고 들어오지 못하게 한다. 대충 뽑지 않는다. 당연히 낙하산 인사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본인과 친한 주변인들에게 더 가혹할 가능성이 높다. 좋은 사람들과 일하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그래서 그들은 윗선에 소신있게 할 말을 한다. 임원들이 시키는대로 움직이는 꼭두각시 인형이 아니라 스스로 생각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결과는 좋지 않은 경우가 많다. 특히 대한민국처럼 상명하복, 수직체계의 끝판왕급 환경에서는 더욱 상황이 어렵다. '할 줄 아는' 선배는 윗선과 많이 다투고, 금새 보직에서 물러난다. 어쩔 수 없다. 정치력으로 올라간, 낙하산 임원들과 실장급들이 가득한 회사에서는, 그런 식의 실무 중심 태도는 오래 버티기 힘들다. B급 임원들은, 시키는 대로 닥치고 실행할 말 잘 듣는 C급 리더를 원하기 때문이다.


정치꾼/낙하산/고인물 보직자들은, ‘회사의 방향성과 맞지 않는다’ , ‘큰 그림을 보지 못한다’ 는 드립 등을 날리며 ‘할 줄 아는 선배‘들을 싹둑싹둑 쳐낸다. 사실, 낙하산들에겐 ‘방향성’과 ‘큰 그림’을 설명할 수 있는 논리도 근거도 없다. 기껏해야 ‘윗선의 의지’ 정도. '부사장님 관심사항이니까 진행해' 같은거다. 납득시킬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 ‘내가 하고 싶어서 시킨건데, 쓸 데 없는 소리 하니까 잘라버렸어’ 라고 말하면 솔직하기라도 하지. 쯧쯧.


‘할 줄 아는 선배’들은 결국 눈엣가시가 되고 만다.

결론은 뻔하다, 팀은 망가지고 제품은 방향을 잃는다. 팀원은 성장하지 못하고 불만은 쌓이고 이탈자가 많아진다. 이탈하지 않는다면 대부분 드러눕는다. 남는 것은 그저그런 B급,C급,등외급 사람들 뿐. 지속 가능하지 않은 팀의 최후는 멸망이 아니다. 침체와 정체다.


(https://www.youtube.com/watch?v=c0_ejQQcrwI)


직접 할 줄 아는 사람은 절대 입으로만 떠들지 않는다. '내가 해봐서 아는데' , '나때는 말이야' 라고 말하지 않는다. 그냥 직접 한다. 행동으로 보여준다. 산출물을 낸다. 선배가 행동하면, 후배는 자연스럽게 보고 배울 수 밖에 없다. 물론 이건 A급들로 팀이 잘 꾸려졌을 때의 이야기다. B급,C급,등외급은 절대 배우고 성장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팀에 혹시 '할 줄 아는 선배'가 불운하게 합류하게 되었다면. 선배, 얼른 도망가시라. 조직을 바꾸겠다는 그런 공명심은 필요없어요. 폐급 조직은 그렇게 쉽게 바뀌지 않습니다. 좋은 환경을 찾아가세요.


최고위 보직자부터 실무를 아는 사람으로 앉혀야 한다. 그러면 조직내에 실무 중심의 문화가 전파되고, 일하기 좋은 분위기가 확산되며, 인재들이 모여드는 환경이 정착된다. 훌륭한 사람들이 모여 괜찮은 팀을 만든다. 좋은 팀이 구성되었다면, 제품은 자연스럽게 잘 될 수 밖에 없다.


주변에 혹시,

실제로 할 줄 아는 선배가 있는가?

있다면 당신은 엄청난 행운아다. 많이 따라하고 배우자.

반드시 성장할 수 있다.


그리고,

우리도 꼭 그런 선배가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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