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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서 Aug 18. 2023

제주도에 왔지만, 호텔에만 있겠습니다 1

20230817


친구 가족이 우리도 데려가 준다고 한다. 알다시피 ‘같이 여행을 가자‘고 말해준다는 건 웬만한 결심 없이는 힘든 일이다. 게다가 나처럼 괴팍한 성격의 사람이 속해있는 가족을 데려가준다니. 이렇게 고마울 수가 있나. 얼씨구나 하고 따라나선다. 그렇게 다시 제주도에 간다.


이번엔 나 혼자 가는 게 아니라서 하루 종일 걷기는 어렵겠다. 이번에는 아무것도 안하고 호텔에서 그냥 쉬다가 오려고 한다. 이렇다 할 계획도 없다. 회사에, 학교에, 생활에 지친 나와 친구의 가족이 쉴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아내는 일이 있어, 공항에서 따로 만나기로 했다. 아들과 둘이서 집을 나선다. 이번 여행도 각자 백팩만 메고 떠난다. 간소하고 편하다. 짐을 부치러 줄을 설 필요도 없고, 수하물 받느라 피곤한 몸으로 빙글빙글 돌아가는 컨베이어 벨트 앞에 서 있을 필요도 없다. 각자 등에 멘, 자기 몫의 가방만 잘 챙기면 된다. 크고 무거운 가방을 메고 씩씩하게 걷는 아들의 뒷모습이 듬직하다.


김포공항은 인산인해다. 평일에 제주도 가는 사람이 이렇게 많구나. 하긴 나도 그 중 하나니까. 아들이 출출하다고 한다. 음료수랑 간단한 빵 몇개 사서 먹는다. 비싸다. 공항 물가는 바깥이랑 다르구나.


아내와 만났다. 검색대를 통과하고, 비행기를 기다린다. 오늘의 비행기.

잘 부탁합니다


평일 저녁 제주행 비행기는 빈 자리가 많다. 절반 정도 좌석은 비어있다. 덕분에 여유있게 여행할 수 있었다. 어쩐지 기내 공기도 쾌적하다. 기분 탓인가.


몇 번 비행기가 크게 흔들렸지만, 무사히 제주도에 도착했다. 제주도는 시원할 줄 알았는데 역시 덥구나. 먼저 도착해있던 친구 가족이 공항까지 픽업하러 와줬다. 두 배로 고맙다. 짐을 차에 싣고 숙소로 간다.


그랜드 하얏트 제주


'그랜드 하얏트 제주'가 정식 명칭이라고 하는데, 나는 처음 들어봤다. 하얏트 호텔은 유명한 체인이고, 제주도에 있다면 대충 만들진 않았겠지. 라는 생각이었다. 막상 와보니 기가 막히구나. 이런데가 있었다니.


로비


하르방


라운지


방으로 올라가는데 뭔가 번쩍번쩍하다. 고급스럽게 신경을 많이 썼다. 이렇게까지 했다고? 어디서 많이

본 듯 한 느낌인데, 뭐더라. 이건 며칠 더 지켜보고 알아봐야겠다.


방이 좋다.


일단, 객실이 넓고 층고가 높아 탁 트인 느낌이다. 방 자체에 여백이 많고 여유가 있다. 다닥다닥 가구들이 밀집한 구조의 호텔에만 가보다가 이런 곳에 오니 답답하지 않다. 호텔보다는 휴양지 리조트 느낌이다. 어디 안 다니고, 호텔에만 쭉 있다가 가도 좋겠다.


숙소에 오면서 하나로마트에 들렀다. 저녁을 못 먹어서 몇가지 음식들을 사왔다. 사온 회랑 음식들을 친구들과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런 호사를 누려도 되나 싶다. 친구 덕분에 좋은 경험 하는구나.


전망이 좋다.


즐겁게 식사를 한 후, 친구 가족이 방으로 돌아갔다. 불을 끄고 멍하니 야경을 바라본다. CG같은 풍경을 보고 있노라니 새삼 비현실적이다. 역시 세상은 시뮬레이션인게 확실하다.


제주도에 오느라 피곤했나보다.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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