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0.08 (뉴욕)
9일차
날이 개서 화창하다. 뉴욕의 가을이 본격적이다. 하늘이 파랗고 유독 높아보인다. 준비하고 일찍 호텔을 나선다. 아침 공기가 차다. 비온 뒤라 상쾌하다.
지하철을 탄다. 다운타운이라고 불리는 맨해튼 아래쪽으로 간다. 1번선이니까 1호선이라고 불러도 되나.
9/11 추모공원
미국은 어딜가도 메모리얼 들이 있는데, 사고 희생자와 참전용사에 대한 추모와 기념은 이들에게 중요한 가치로 보인다. 군인들에 대한 예우는 그 무엇보다 우선한다. 그것이 미국을 지탱하는 힘이 아닐까. 9/11 희생자들을 위해 세계무역센터 자리에 새로 건물을 올리지 않고, 추모 공원을 건립했다. 부동산 가치 따위는 희생자들을 위해 과감히 포기한다. 멋지다.
우리는 어떤가.
월 스트리트
기온이 갑자기 떨어졌다. 꽤 춥다. 프레타망제 들어와서 스프랑 커피 등 몇가지 사놓고 좀 쉰다.
월 스트리트
여기가 세계 금융의 중심인가요. 기축통화 가지셔서
좋겠습니다. 부럽습니다.
뉴욕 증권거래소
이스트 강에 유람선 타러 가보자.
유람선 타러 Pier 17로
강변에서 한가롭게 노니는 분들을 보자니 너무 부럽구나. 이런 환경에서 여유롭게 사는 건 어떤 기분일까.
선착장 앞에서 저 멀리 브루클린 브릿지가 보인다.
서울엔 한강이 있다곤 하지만, 이스트 강을 보니 부러운 건 사실이다. 고속도로와 아파트들이 차지한 한강을 조금 다른 방식으로 다듬었다면 어땠을까 싶다. 이미 늦은 걸 후회해도 소용없다만.
유람선 탑승
오늘 탈 배, 잘 부탁합니다.
한국인 관광객이 참 많다.
자유의 여신상
좋은 건 좀 더 가까이 보자.
햄버거
배 타니 출출하다. 하선 후, 햄버거를 먹는다. 아들 픽. 성공.
페리를 타고 브루클린으로 건너간다
pier11에서 ER라인 페리를 탑승한다. 왜 우리나라는 이렇게 강을 건너는 페리를 운영하기 어려운걸까. 폭우로 인한 강 수위 변화 때문이라고 하지만, 아쉽구나.
브루클린에 들어왔다.
브루클린 브릿지는 건축적으로도 가치가 크다. 깊은 이스트 강물 속으로 거대한 구조물을 올리기 위해 잠수하듯 물을 막고 공사를 진행했다. 잠수병에 대한 정보가 없던 시절이라, 많은 사람이 건설 도중 희생되었다.
브루클린은 영화 ‘인턴’의 무대. 여기 분위기가 맘에 든다. 폐공장만 남아있던 동네가 힙해지는 과정, 어느 나라나 비슷한 스토리가 있다.
아이스크림 하나 먹고 쉰다.
브루클린 브릿지를 걸어서 건넌다. 맨해튼으로 다시 들어간다. 한강 다리를 건너 본적이 있다면 알겠지만, 사람에 대힌 고려가 전혀 되어 있지 않은 다리를 걸어서 건너기란 어렵고 불쾌하다. 위험하기까지 하다.
브루클린 브릿지는 인도와 차도 간에 높이 차를 두었다. 덕분에 걷기 좋은 다리가 되었다. 걷는 사람의 눈에 차가 보이지 않아 마음이 편안하고, 시야가 탁 트인다. 설계 시에 이런 고려가 되었다는 게 정말 대단하다.
그 오래 전에 이런 다리을 건설했다니 놀랍고 놀랍다.
소호로 걸어왔다.
쇼핑의 거리. 각종 브랜드들이 즐비하다. 쇼핑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천국. 아들이 농구를 열심히 해서
농구화 하나 사주려고 나이키 들어가서 구경했다. 그런데 아들이 말했다. “꼭 여기서 살 필요가 있나? 한국에서 사면 되잖아.“ 맞다. 아들 말이 맞지. 나보다 낫구나. 뉴욕에 와서 굳이 쇼핑할 필요는 없지. 오늘도 아들에게 한 수 배운다.
호텔로 돌아와서 저녁을 먹는다. 저녁은 컵라면과 포장해 온 감자, 윙 뭐 그런건데 간단히 먹고 쉬려고 한다. 이따가 늦은 밤 투어버스를 타러 가기 때문이다. 2층버스를 타고 뉴욕을 돌며 야경을 관람할 예정이다.
투어버스
2층 버스 상단에 앉아 달리며 뉴욕의 밤 경치를 감상한다. 타임스퀘어에서 다운타운을 한시간 가량 돈다. 밤 공기가 찬데다가, 달리는 버스 2층에 있다보니 굉장히 춥다.
춥다. 엄청 춥다. 진짜 춥다. 근데 경치는 아름답다.
자정이 다 되어, 버스는 멈췄다.
그런데도, 뉴욕은 여전히 불야성이다. 이 많은 사람들은 대체 여기서 무얼 하는 걸까. 뉴욕은 정말 잠들지 않는걸까.
호텔로 돌아왔다.
씻고,쓰고,쉬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