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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서 Jun 27. 2021

네, 유럽에 또 혼자 왔습니다 7 (마지막)

2018.05.26 (포르투갈)

7일차


5시 기상, 6시 아침 식사, 6:30 출발

아침은 늘 그렇듯 빵, 커피. 이제 다른거 주면 섭섭할 것 같다.

오늘은 스페인에서 포르투갈로 간다. 출발해서 6시간 동안 포르투갈 파티마로 이동한다. (6시간 버스라니) 

중간에 휴게소에 들렀는데 포르투갈 커피가 아주 싸다. 65센트. 에스프레소 솔로. 커피 얼마냐고 물어봤다가 65유로라고 하는 줄 알고 깜짝놀랐네. 그런데, 커피가 굉장히 맛있다. 몰랐는데, 포르투갈 커피가 유명하다고 한다. 

이 카페에서 패키지 멤버로 같이 온 중년 아주머니 세분이 싸움이 크게 났다. 친구끼리 우정 여행왔다 망한 케이스. 며칠 전부터 티격태격하며 징후가 보였는데, 오늘 드디어 폭발이다. 이년 저년 소리가 카페에 크게 울려퍼졌다. 난감한 가이드 형님은 어쩔 줄 몰라한다. 친구끼리 여행 올때는 정말 굉장히 신중해야 한다. 절친일 경우 더더욱. 내 기억에 아주 강렬히 남은 포르투갈 휴게소였다.


말로만 듣던, 바로 그, 파티마 발현지에 왔다. 나는 개인적으로 미스터리, 초현실 이런 이야기를 좋아한다. 그래서 파티마의 예언 관련 이야기도 너무 잘 알고 있었고, 기대가 굉장히 컸던 방문지였다. 내 기억속의 파티마는 막 그냥 돌무더기 있고, 황량한 그런 곳이었다. (이게 다 MBC '서프라이즈'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는 너무나도 초현대식이다. 초호화 깔끔한 대리석 광장이다. (그냥 누워서 자도 될 정도) 하지만 그래도 여기서 예배 드리는 것도 보고, 과연 그 당시에 진짜 무슨 일이 있었을까 상상하기도 하고 의미있고 뜻깊은 시간이었다.


파티마 발현지 (깔끔)
파티마 발현지의 하늘. 이런 분위기라면 어떤 계시가 내려와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것 같다.


까보나로카 (로카 곶) 땅끝마을로 갔다. 대륙의 서쪽 끝. 유라시아 대륙의 최서단을 밟아봤다. 이 대륙의 끝에서 포르투갈인들은 저 바다 너머 어떤 세상이 있을까 꿈꿨을거다. 드넓은 바다를 바라보고 있노라니 뜻모를 공포감이 들었다. 인류는 바다에서 기원했지만, 나에게 바다는 역시 무서운 존재다.


대륙의 서쪽 끝, 결국 여기까지 와보는구나.


벨레탑 이라고 500년 된 황금의 탑 같은 곳으로 갔다가 정말 5분만에 사진찍고 이동했다. 버스 댈 곳이 없어서 난리였다. 여기 금문교 팀이 만든 425(혁명 날짜, 살라자르 독재자 끝난 날이 4월 25일이라고 한다.) 다리도 예뻤다. 2.2km짜리 리우데자네이루 마리아 상 미니어처도 있다. 


제로니모스 수도원으로 이동했다. 여기 외관이 고딕양식 + 추가적인 양식(마누엘 양식) 으로 유명하다고 한다. 마누엘 양식은 닻 끈 등 항해관련 장식을 뜻한다. 


포르투갈 물가는 굉장히 싸다. 살짝 개발도상국 느낌도 나고, 역시 독재의 끝은 망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긴 나도 축구 이외에는 딱히 생각나는 것이 없으니.


버스로 리스본까지 이동하면서, 가이드분이 '리스본행 야간열차' 라는 영화를 틀어주셨다.


툭툭이(반은 차, 반은 오토바이 같은 이동수단) 타고 젤 높은 동네까지 구경하며 올라가서 전망을 감상했다. 여기도 타일로 도배한 집이 많다. 이슬람 영향으로 보인다. 이슬람의 힘이란. 툭툭이 타길 잘했다. 유명 관광지만 돌다가, 구도심을 가까이서 느낄수 있었다. 걸어서 올라가라고 하면 못갔을 거다. 너무 힘들어서. 툭툭이 운전한 친구는 브라질 사람이란다. 포르투갈 건국관련 설명해주더라. 솔져가 문을 열어서 이슬람 성을 함락하게 도왔다나 뭐라나. 영어가 짧아서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나, 반성한다.


리스본 어딘가 올라가서 본 풍경


해지는 전망을 다 보고 내려와서 저녁을 먹었다. 무슨 대구 으깬거에 밥을 비벼서 먹었다. 후딱 먹고 나왔다.(패키지 여행을 몇번 해보니까, 밥시간에 밥 다먹고 남 기다리고 앉아있을 필요가 없더라.) 포르투갈까지 왔는데 에그타르트를 못먹고 가면 후회할 것 같았다. 마카오가 포르투갈한테서 배운거라니 여기가 원조 맛집인 셈이다. 그래서 에그타르트 사러 근처를 좀 돌아다녔다. 어딘지 모르고 무작정 걸었다. 집결까지 남은 시간은 십분!! 열심히 걸어서 결국 에그타르트 가게를 찾았다. 못돌아가면 어쩌지. 얼른 주문하고 계산했다. 두개 샀다. 맛이 끝내줬다. 레스토랑으로 걸어서 복귀하며 게 눈 감추듯 흡입했다. 



버스타고 호텔로 간다. 이제 내일 한국으로 돌아갈 일만 남았다. 

두번째 유럽 여행의 대단원이 막을 내린다.

나에게 스페인은 이슬람의 나라로 기억될 듯 하다.

이슬람과 기독교의 묘한 뒤섞임이 이 나라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어두운 골목에서 들었던 알함브라의 궁전은 영원히 잊지 못할 것 같다.

이런 귀한 기회를 주신 아내에게 무한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안녕 유럽.

또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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