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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서 Jan 27. 2024

전기차, 지금 사도 되나요

내연기관의 미래는?


전기차 판매량이 감소하고 있다.

주변에서도 더 이상 전기차를 구매한다는 이야기가 들리지 않는다. 오히려 하이브리드차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 체감된다. 나 또한 기왕 산다면 하이브리드는 어떨까 하고 고민하고 있으니말이다.


하이브리드차 판매 대폭 증가, 전기차 판매 감소


왜 전기차에 선뜻 손이 안갈까, 생각해봤다.


왜 나에겐 전기차가 매력적이지 않은가.




충전의 불편함

나는 미니멀라이프를 원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출근하는 옷도 한 종류만 정해놓고 입는다. 옷 고르는 고민하는데 시간을 뺏기고, 에너지를 낭비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도 아침 시간이 많이 절약되고, 덕분에 홀가분한 기분으로 출근할 수 있다. 그런 내가 보기에 전기차 라이프는 미니멀하지 않다.


단독주택에 거주하며, 개인 충전기기가 따로 있는 경우라면 전기차를 소유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만 그렇지 않은 상황이라면 이야기가 좀 불편해진다.

주유소에 가서 5분안에 주유가 끝나는 내연기관차와 달리, 전기차는 일단 비어있는 충전소를 찾아야 하고, 한참(적어도 수십분)을 충전해야 한다. 게다가 운이 나쁠 경우에는 충전소에서 줄을 서야 한다. 기약없이 기다려야 한다.


심지어 충전소를 전기 트럭이 점령한 탓에, 일반 전기차들은 충전할 자리를 찾지 못할 지경이라는 이야기들도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직접 기자가 가봤나보다
충전소의 80%를 전기 트럭이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전기 트럭 판매 대수는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당연히, 충전은 앞으로도 더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충전하고 싶을 때 충전할 수 없다는 것은 치명적인 일이다. 충전소를 찾고, 자리가 있나 둘러보고, 눈치싸움하면서 기다리고, 정작 충전을 시작해도 수십분이 걸린다. 이 모든 것을, 내연기관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충전이라는 족쇄


주유소에서 줄을 서야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게다가 전기차는 겨울에 효율이 떨어지는데, 추운 길거리에서 충전소를 찾으려 전전긍긍하고 싶지는 않다. 그런 고민할 에너지와 시간이 너무 아깝다. 전기차를 소유한다면, 간결한 인생은 꿈꿀 수 없다.

모든 것이 스트레스가 된다




날씨

기본적으로 고온이나 저온에 취약한 배터리의 특성을 아직 극복하지 못한 상황에서 ‘전기차 구매’는 특히 위험할 수 있다. 더군다나 한국의 날씨는 그야말로 극과 극을 오가는 수준 아니던가. 말로 설명하는 것보다 최근 미국의 상황을 보자.

https://www.chosun.com/international/international_general/2024/01/18/K3FWJAH5OFDNPE3TGKN5WWXJVA/

더 이상의 설명은 생략한다.




안전

전기차 사고 시, '배터리 열폭주' 현상으로 인한 화재발생의 위험은 이미 뉴스에도 여러 건 소개된 바 있다. 최근에도 단순 교각 추돌사고였지만, 열폭주로 인해 급격한 화재가 발생, 운전자가 빠져나오지 못하고 사망하는 안타까운 사고가 있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https://www.ajunews.com/view/20240123093019689




처치 곤란한 중고 전기차

일부 얼리어답터들이 흥미로 사던 시기는 끝났다. 살 사람은 거의 다 샀다. 초기 전기차의 배터리 보증기간 만료가 다가오고 있다. 이제 중고 떠넘기기의 시간이다. 하지만, 충전식 배터리가 전부인 전자기기를 수천만원에 중고로 구매하기는 꺼려진다. 배터리 잔존 수명에 대한 의문을 해소하지 못하는 것이다. 하다못해 핸드폰을 중고로 살 때도 배터리 효율을 확인하는 우리가 아니던가.

전기차의 중고 시세 하락률은 압도적이다


'배터리 보증이 있잖아. 어차피 보증 기간 내에 효율 떨어지면 교체하면 되잖아?' 라고 항변하지만, 수천만원짜리 중고차를 사면서 그런 것 까지 고려하고 싶지는 않다. 중고차로 전기차를 떠안고 몇 년 안에 배터리를 교체해야 한다면, 그 전까지는 떨어진 효율의 배터리로 짧은 주행거리를, 충전을 걱정하며 전전긍긍 운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당신은 그러고 싶은가? 중고 전기차를 떠안고 싶은지?




세계 각국의 전기차 전략 수정

각국 완성차 업체들은 전기차에 대한 투자 및 생산 계획을 번복하고 있다. 관련 기사를 보자. (https://www.nocutnews.co.kr/news/6036406)

각국의 전기차 전환 번복


- 미국 대표 완성차업체인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는 최근 전기차 생산능력 확충이 추가로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하고 수십억 달러 규모의 관련 투자를 연기했다. 세계 5위 자동차업체인 GM은 내년 중반까지 전기차 40만대를 생산하겠다는 계획을 철회하고, 향후 전기차 생산 목표를 제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에 더해 일본 혼다와 2027년부터 대중적 전기차(affordable EVs)를 만든다는 계획도 백지화했다.


- 포드는 SK온과 미국 켄터키주에 지으려는 두 번째 배터리 공장 가동을 연기하는 등 계획된 전기차 투자액 가운데 120억달러(약 16조2600억원)를 축소한다고 발표했다.


- 전기차에 대한 선호가 낮아지자 미국 렌터카 브랜드 허츠는 보유 차량의 전기차 전환 속도를 늦추기로 했다. 허츠는 현재 전기차 5만대를 운행 중이지만 예상보다 수리비용이 높고, 테슬라의 지속적 가격인하 정책으로 재판매 가치도 폭락해 전기차 전환을 망설이고 있다고 미국 CNBC 방송 등이 전했다. 이에 따라 허츠는 테슬라로부터 10만대, GM으로부터 17만5천대의 전기차를 구매할 계획을 보류 중이다.



또한 각국에서는 전기차 전환에 우려를 표하며, '내연차 판매 중지' 시기를 늦추는 등 기존 정책에 변화를 주고 있다. 이는 자국 내연 차량 업체들에 대한 보호이기도 하며, 충전 인프라 이슈를 결국 완벽히 해결할 수 없다는 불안의 표현이기도 하다.

https://www.chosun.com/economy/auto/2023/09/22/6FBQ6PE7ONH7HAGR33GKDVR25U/


'일본 업체들의 느린 전동화 전환이 현명해 보인다.'
(미국 자동차 전문지 오토모티브뉴스)


일본은 전기차 전환이 느려서 온갖 비웃음을 받았었다. 전기차 만들 기술이 없다느니, 언제적 내연기관 고집이냐느니, 한물 갔다느니, 다들 한국의 전기차 생산을 치켜세우며 일본을 비웃었다. 하지만 이제 미국에서는 이런 평가가 나오기 시작했다. '전기차는 시기상조로, 일본 업체들이 현명한 판단을 한 것 같다'는 것이다.

미국은 이런 평가를 내놓기 시작했다


"제품이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수요가 지속가능하지 않다면 전기차를 서둘러서는 안 된다"
- 사토 고지, 도요타 CEO
고객들이 정말로 전기차를 선택할 때 전기차를 적기에 공급할 것
- 히로세 이치로, 마쓰다 CTO


2023년 전기차 판매 목표의 51%밖에 달성하지 못한(~9월) 국내 완성차 업체 중 하나는 불안한 분위기를 느꼈는지, 갑자기 가격을 낮추고 보조금을 추가 지급 한다고 홍보했다. (잘 될지는 모르겠다만)

https://www.hani.co.kr/arti/economy/car/1110068.html


늘 그렇듯, 정부지원 보조금으로 자동차 제조사들만 노난 케이스가 아닐까 싶다.

이미 뽑아먹을 보조금은 완성차 회사들이 다 가져갔다.

우리 세금은 보통 이렇게 증발하곤 한다.




소프트웨어 경쟁력은?

전기차를 만드는 기술은 기존 내연기관에 비해 단순하다. 그래서 전통적인 완성차 업체들과 신생 전기차 업체들이 마음껏 경쟁할 수 있다. 중국의 전기차 퀄리티가 많이 좋아진 이유이기도 하다. (주문 생산도 얼마든지 가능)


앞으로의 싸움은 하드웨어 보다는 소프트웨어에서 결판 날 가능성이 높다. 하드웨어는 다른 차량에서 쓴 전장 업체 것 똑같이 가져다 쓰면 되지만, 소프트웨어는 그럴 수 없기 때문이다. 한번 소프트웨어에서 종속되면 영원히 '을'의 위치에 머물테니 함부로 타사의 소프트웨어를 가져다 이식할 수도 없다. ’의존성‘은 무서운 것이다.


오래 전, 한국 굴지의 완성차 회사 관계자와 이야기 할 일이 있었다. 당시 테슬라는 스타트업 분위기의 초창기였는데, 나는 완성차 업체 관계자에게 테슬라의 소프트웨어 파워가 기대된다고, 테슬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었다.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소프트웨어? 참 답답하시네. 자동차는 실제로 움직이는 쇳덩어리에요. 사람의 안전과 직결되는 소비재라구요. AS는 어쩌려구요? 소프트웨어로는 품질이나 안전면에서 절대 기존 완성차를 뛰어넘을 수 없어요. 우린 수 십년의 경험이 있습니다. 자동차 아무나 만드는 줄 아세요? 테슬라가 대체 무슨 차를 만들어봤다고. 그거, 어차피 금방 사그라들 일시적인 작은 이슈입니다. 우린 걱정 안해요.“


지금 어떻게 되었는가.

기존 한국 완성차 업체의 '덕지덕지 기능을 붙이는' , '외주에게 전부 맡겨놓는' , '윗분 눈치보기 급급한 상명하복 워터폴'의 소프트웨어 개발 방식으로 어디까지 경쟁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일본보다 먼저 전기차 시장에 뛰어든 선점 효과는 이제 슬슬 힘을 잃고 있다.)


발등에 불이 떨어져 부랴부랴 개발자를 채용하고 있지만,

급하게 대규모로 채용하면 결국 지인추천 낙하산으로 들어온 B급/C급 개발자들만 우글우글대는 슬픈 상황이 발생할 뿐이다.

무턱대고 B급/C급/등외급 개발자를 '많이'만 채용한다고 될 일은 아닐텐데.

(개발자의 규모와 좋은 제품은 아무런 상관이 없다.)

한국 제조 전기차에 대한 불신이 더욱 더 깊어지는 이유이다.

뭐, 전문가들이니 알아서 잘 하시겠지. 아무튼 매우 기대되는 시장이다.


앞으로 전기차 판매가 어떤 추이를 보일지, 흥미롭다.

계속 지켜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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