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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서 Jan 11. 2024

녹색 사막의 확산을 막아라

국민 대표 스포츠?


한국에서 골프의 인기가 높다.

단순히 골프가 좋아서 하는 사람도 많지만, 일종의 통과의례나 성인식 개념 처럼, ‘나이가 되고 직급이 되면 결국 골프를 쳐야 한다’는 논리로 말하는 사람도 있다. 관심이 있어서 시작하는 게 아니라, 쳐야 되니까 시작하는 느낌이랄까. 어쨌든 인기있다.


인스타그램에 골프치는 사진을 올리는 것도 유행이다. 골프는 허세(?)의 피라미드에 외제차, 시계, 사치품 등과 함께 빠지지 않는 단골 손님이다. 그래서인지 골프웨어 시장도 발달해서 고가의 골프 용품이나 의류가 날개돋힌 듯 팔린다. 목표는 결국 인스타그램인 듯 한데, 골프장에 옷을 여러벌 가져가서 갈아입으며 사진을 찍는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골프장은 비싸니까, 마치 여러번 온 듯 사진을 올리려고 그런 짓을 하는 것이다. 맙소사.


나는 골프를 치는 사람들에 대해 별 생각이 없다. 각자의 삶이 있으니, 좋아하는 취미를 즐기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골프라는 행위 자체에는 별로 호감이 없다. 여기서 내가 ‘행위’ 라고 부르는 이유는, 골프는 스포츠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사전적 의미를 논하는 것은 아니다. 당연히 사전에는 골프가 스포츠라고 설명되어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야구를 스포츠라 생각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 이유인데, 게임 자체가 신체를 단련하는 방식의 '달리기'와 연관이 없기 때문이다. 스포츠란, 뛰는 행위 기반의 '육체 수련'이 결국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방식으로 표출되어야 한다는, 내 개인적인 스포츠에 대한 생각과도 연관이 있다. 한 회, 혹은 한 턴이 끝나면 담배 피고 짜장면 먹고, 의자에 앉아서 껌 씹으며 진행 할 수 있는 건 그냥 '게임'이라고 부르는게 어떨까 한다. 게임도 나쁘지 않다. 재밌으면 된거지.


아무튼.

이런 기사를 읽었다.

https://v.daum.net/v/20231220172407580


대체 왜 이렇게 골프장을 많이 만드는지 나는 잘 이해가 안간다. 심지어 지리산 정상에 산을 깎아 골프장을 만든단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172207#home


지리산이 아래와 같이 흉측한 모습으로 깎여나갔다.
오직 골프장을 만들기 위해서.


전남 구례군이 지난 2월부터 소나무 1만600여그루의 벌채를 허가한 구례군 산동면 좌사리 벌목 현장


나무 한 그루가 자라는데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한지 아는가? 골프장을 만들려고, 소나무 1만 600여 그루를 잘라냈다고 한다. 골프 치려고 말이다. 이제 다들 미쳐서, 갈 데까지 간 건가 싶다.


체육관도 산 깎아서 만들고, 수영장도 산 깎아서 만드는데 왜 골프장만 갖고 난리야!? 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비율을 보자. 전국의 체육시설에서 골프장의 비율은 0.98%에 불과하다. 1%도 안된다. 하지만 면적으로 살펴보면 전체 체육시설 면적 중 골프장이 차지하는 면적은 89.7%이다. 사실상 우리나라 대부분의 체육시설 공간을, 갯수로는 1%도 안되는 '골프장'이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왜 면적 이야기를 하냐면, 골프장은 일부의 사람들만 이용하는 시설이기 때문이다. 골프는 단위면적당 이용객 수가 극단적으로 작다. 서민이 이용하기엔 가격이 비싸고, 한 골프장에서 동시에 수백명이 골프를 칠 수 없기 때문인데, 그 소수의 인원을 위해 89.7%의 땅을 골프장으로 만드는 건 좀 이상하다.


수영장이나 놀이공원, 체육시설 등은 '공공성'이라는 걸 갖고 있다. 합리적인 가격으로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며, 체력을 증진하고 여가를 즐기는 시설이라는 뜻이다. 어느정도 공공을 위한 목적을 갖고 만들어진 시설들이다. 하지만 골프는? 적어도 중산층 이상이 할 수 있는 고가의 취미인데다가, 이야기 한 것처럼 단위면적당 이용객 수는 극히 작은데 점유면적은 어마어마하게 넓다. 아래 그림을 보자.


갯수로는 1%가 안되는데, 면적은 전체의 89.7%인 기형적 점유율


골프장은 위와 같이 그저 산을 깎아 자연 경관을 해치는 수준에 머무르지 않는다. 주변 생태계를 모조리 파괴한다. 바로 '농약' 때문인데, 아니 농사짓는 것도 아닌데 왜 골프장에 농약을 뿌리겠어? 라고 생각할 수 있다. 농약을 ‘많이’ 뿌리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골프장은 극소수 종류의 식물만 자라야 함(잔디)

2. 공이 잘 날아가고, 잘 굴러가도록 그 잔디를 일정한 길이로 유지해야 함

3. 그래서 주기적으로 잔디를 짧게 깎아줌(자주)

4. 잘린 잎들은 너무 잘아서, 쉽게 청소할 수 없기 때문에 골프장 전체에 대치(thatch)라는 층을 이루게 됨(쌓임)

5. 이 대치(thatch)층에 각종 곤충 등 생물이 서식하며 병충해의 온상이 됨

6. 잔디를 망치는 병충해를 막고자 엄청난 약의 농약을 뿌림

7. 또한, 극소수의 잡초도 용납할 수 없기 때문에 독한 제초제를 주기적으로 뿌림

8. 농약과 제초제로 인해 근처 생태계가 박살남 (지하수 오염, 바닷가 근처일 경우 해양 파괴 등)


https://www.shinailbo.co.kr/news/articleView.html?idxno=1766676


농약과 제초제를 들이 붓고, 생태계를 박살내어 만든 아름다운 잔디 위를 걸어가며, '골프장에 오니까 공기도 자연도 참 좋구만~' 이라고 신나게 떠들어댄다. 환경 지킨답시고 전기 카트 타고 농약파티 골프장 라운딩을 돌고 있는 아이러니. 실제로 골프장 근처 강의 하류에서는 물고기 폐사등이 문제가 되고 있으며, 바닷가에 골프장이 있는 경우 근처 양식장에서 폐사 사건이 일어난다.


골프장을 위해 갈려나간 숲에서 살던 동물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오죽하면 골프장을 '녹색 사막'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보기에만 푸를 뿐, 생명체가 살지 못하는 최악의 환경. 그런 '녹색 사막'이 피부병처럼 대한민국에 점점 퍼져나가고 있다.


심지어 군대도 골프장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는데, 전국에 무려 27개의 군 골프장이 운영중이다. 골프와 국방력이 무슨 상관인지 모르겠거니와 더 웃긴건 그걸 또 ‘간부급’들만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체력증진을 위해서 군 골프장 운영한다며? 체력증진은 사병들이 해야지 왜 간부들만 이용하는 건지? 너무 한결같아서 이젠 헛웃음이 나온다. ‘서울의 봄’ 영화 속 군 부조리가 허구가 아니었네.

https://n.news.naver.com/article/008/0004444654?sid=102


미국이나 중국처럼 땅이 너무 넓어서 어찌할 줄 모르는 나라에서 골프장을 백개 천개 만드는 건 내가 상관할 바가 아니다. 하지만, 한국은 좁다.


- 골프장 수 : 한국, 세계 8위
- 국가 면적 대비 골프장 수 : 한국, 세계 3위

출처 : 영국왕실골프협회, ‘골프 어라운드 더 월드 2021’ 보고서


국가 면적 대비 골프장 수가 한국이 세계 3위다. 좁디좁은 나라에서 극소수의 사람들을 위해 멀쩡한 산을 깎고, 농약을 들이부어가면서 골프장을 늘려야 하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저 위에 기사를 보면, 골프장 많이 만들려고 법까지 개정하려는 모양이던데,

민간 골프장 활성화를 목표로 규제 개선도 추진한다. 먼저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하도록 체육시설법 등을 개정하고, 산지용지 제한 완화를 위해서는 산지관리법령 개정을 추진한다.


대체 왜 이러는 걸까.

그냥 이해가 안가서 조사해 봤다.

왜 멀쩡한 산과 들을 망가뜨리며 골프장을 늘리는 건지,

정리해도 이해가 안가는 건 어쩔 수 없구나.


한국은 대체 어디로 향하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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