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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서 Jan 01. 2024

주변 사람들에게 내 브런치를 알려줘도 되는 이유

사람들은 당신 글에 관심 없다


내 브런치, 주변사람들한테 알려줘도 될까?


내가 이렇게 끼적거리는 글을 지인들에게 알려줄까 말까 고민하던 때가 있었다. 아무래도 창피하기도 했고, 내 생각을 읽은 그들이 나에게 실망하고, 분노하지 않을까 걱정했기 때문이다. 소중한 무언가가 달아나버릴 것 같았다. 그래서 몇몇 소수의 친구들에게만 내가 글을 쓴다는 걸 공유하고 브런치 주소를 알려주었다.


그런데 괜한 걱정이었다.


주변 지인들은 생각보다 내 글에 관심이 없었다.


물론 처음에는 '오오!! 직접 글을 쓰는거야? 대단한데? 잘 읽을게!' 라고 반가운 척하는 모양새를 취하지만. 나중에 대화해보면 내 글에는 아예 관심이 없었던 경우가 태반이었다. 아마 지금 이 글도 읽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기에, 내 글을 읽고 “잘 읽고 있어요. 그 시리즈는 언제 올라오나 알람을 기다릴 정도라니까요” 라는 반응을 해 주는 사람은 정말 고맙다. 물론, 진짜 읽는지 알 방법은 없지만, 그만큼 내 생각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지금은 그냥 대화중에 자연스럽게 글 쓰기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알려준다. '나 이런 글을 쓰고 있다.' 라고 말하면 대부분 주소를 알려달라고 한다. 읽고 싶다고. 하지만, 나는 안다. 대부분은 읽지 않을 거라는 걸.


내 글을 읽는 주변 사람은 생각보다 적다


위 깨달음을 얻기까지 참 많은 시간을 보냈다. 남들 눈치도 많이 보고, 좋은 사람으로 비춰지려고 노력도 많이 했다. 눈치를 보며 글을 자꾸 수정했다. 일종의 ‘자기검열’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사람들은 내 글에 별 관심이 없다는 걸.


홀가분하다.


나는 그저 나 좋고, 편한 걸 쓰면 된다. 남들 눈치 볼 필요 없이 내 생각을 기록하면 된다. 그래서 요새는 마음 편하게 쓴다. 읽고 싶은 사람은 읽겠지. 어차피 대부분은 관심 없을테니. 설사 읽고나서 나에게 실망하더라도 뭐 어때, 그런 인연은 어차피 끊어진다. 가면을 쓰고 만나는 관계는 어차피 오래 못간다. 연극은 결국 끝나니까.


이 글을 통해 하고 싶은 말은 이거다.


그러니 여러분도 걱정말고 마음껏 글을 쓰시라.

그리고 친한 분들께 글을 쓰고 있다는 것을 알리시라. 생각보다 그들은 당신의 글에 관심이 없을테니 걱정말고 쓰면 된다. 아니, 애초에 글을 읽는 사람 자체가 별로 없다. 사람들은 글을 읽지 않는 것이다. 혹시 내 글 보고 실망하면 어쩌지, 혹시 나 손절 당하는거 아냐? 라는 걱정할 필요도 없다. 하고 싶은 말 마음껏 써도 된다는 거다. (그렇다고 비난하고, 뒷담화하고, 욕하는 글 쓰라는 건 아닙니다.)


혹시 운이 좋아서, 알려준 10명 중 단 1명이라도 당신 글에 관심을 가져주고 생각에 동의해준다면, 당신은 드디어 결이 맞는 사람을 찾은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죽을 때 까지 단 한 명도 찾지 못하는, '말이 통하는 사람'을 발견한 것이다. ‘파장이 일치하는 사람’이라고 표현해도 되려나. 그 얼마나 행운이고, 기뻐할 일인가.


그러니. 몰래, 지인들에게 알리지 않고, 골방에 틀어박혀 글을 쓰지 마시라. 그렇게 숨어서 글을 쓰면 주제가 자연스럽게 뒷담화 쪽으로 흐르고, 어딘지 모르게 음침하고 어두운 분위기를 띄게 된다. 숨어서 쓰면, 누군가 아는 사람이 혹시 이 글을 읽지 않을까, 들킬까, 전전긍긍하며, 결국 스스로 원하지 않는 엉뚱한 방향의 글을 쓰게 된다.


정약용 선생은 글을 쓰는 것에 대해 이런 말을 남겼다.

다산 정약용
편지를 한 장 쓸 때는
두 번, 세 번 읽어보면서
이 편지가 사통오달한 번화가에 떨어져
나의 원수가 펴보더라도
내가 죄를 얻지 않을 것인가를
생각하면서 써야 하고,

또 이 편지가 수백 년 동안 전해져서
안목 있는 많은 사람들의 눈에 띄더라도
조롱 받지 않을 만한 편지인가를
생각해 본 뒤에야
비로소 봉해야 하는데,
이것이 바로 군자가 삼가는 바다.


숨기지 말아야 한다.

그래야 위 처럼 생각하고 글을 쓸 수 있다. 숨어서 몰래 쓰면, 원수에게 죄를 짓는 글이 되고, 나중에 조롱받는 글이 된다. 친구들이 내 글을 읽을 것이라고, 당연하게 생각하고 글을 써야 한다. 그래야 추하고 지저분한 글을 쓰지 않게 된다.


<주의>

어쩔 수 없이 관계 맺고 있는 직장 동료는 예외다. 나를 사랑하고, 아끼며,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알리라는 뜻이지, 먹고 살기위해 엮인 현 직장 동료에게 알리라는 건 아니다. 직장은 싫은 사람들과도 어쩔 수 없이 어울려야 하는 곳이다. 그러니, 정보 공유는 최대한 자제하라. 상사에게 일부러 책잡힐 필요는 없다. ('블라인드'가 괜히 인기있는게 아니다.) 글쓰기가 당장의 밥벌이보다 중요한 건 아니다. 직장의 부조리가 꼴보기 싫어도 어쩔 수 없이 다녀야 하는 게 우리네 인생 아니던가. 현직장에는 알리지 말자. 그리고 직장 문화의 부조리에 대해 쓰는 것을 주저하지 말자. 나쁜건 바꾸자고 쓰자. 그래야 조금씩 바뀐다. 그래야 우리 후배들은 좋은 세상에서 일할 수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나는 이기는 길이 무엇인지, 또 지는 길이 무엇인지 분명히 말할 수 있다.
반드시 이기는 길도 있고, 또한 지는 길도 있다.

이기는 길은 모든 사람이 공개적으로 정부에 옳은 소리로 비판해야 하겠지만,
그렇게 못하는 사람은 투표를 해서 나쁜 정당에 투표를 하지 않으면 된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나쁜 신문을 보지 않고, 또 집회에 나가고 하면 힘이 커진다.
작게는 인터넷에 글을 올리면 된다.
하려고 하면 너무 많다.
하다못해 담벼락을 쳐다보고 욕을 할 수도 있다.


직장 문화 부조리, 해결해야 할 사회문제, 기성세대 권력남용, 정치사법 부패 등은 우리 후배들을 위해 반드시 처리해야 한다. 그래야 행복한 세상이 된다. 그러려면 '작게는 인터넷에 글을 올리면 된다.' 쓰고 또 쓰면 조금씩 알려지고, 공론화 된다.


단, 직장의 얼간이 상사들과 일부러 적대적 관계를 만들 필요는 없다. 불이익 당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언젠간 헤어질 인연이 대부분이잖는가. 현 직장에, 글을 쓴다는 것을 굳이 알릴 필요는 없다. 악당들과 SNS로 소통하는 히어로는 없다.



사람들은 생각보다 내 글에 관심이 없다. 알려줘도 어차피 안 읽는다.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하느님이 보우하사 우리나라 만세 무궁화 삼천리 화려 강산 대한 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하세. 이렇게 애국가를 써 놓아도 아무도 모를껄.)


그러니 걱정말고 친구들에게 글을 쓴다는 것을 알리고, 열심히 자유롭게 쓰자.

쓰고 또 쓰자.

그렇게 삶은 풍요로워지고, 우리는 지적인 사람이 된다.

게다가,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


걱정말고 쓰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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