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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서 Feb 08. 2024

개발자 많으면 좋은제품 나오나요


‘In The Plex‘ (스티븐 리비)

구글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 속속들이 파헤친 책으로, 그 책에 삼성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가 나온다.

예의 그 유명한 안드로이드를 인수할 뻔한 사건에 대한 내용이다.


무슨 일이었이냐면.

때는 2004년. 안드로이드를 개발한 ‘앤디 루빈’이 한국 삼성 본사에 직접 방문했다. 안드로이드의 CEO였던 그는 안드로이드 인수를 삼성에 제안하기 위해 자비를 들여 삼성에 스스로 방문한 것이다.


스마트폰 운영체제인 안드로이드에 대해 삼성전자 임원진 앞에서 직접 발표한 앤디 루빈은 재미있는 경험을 했다. 그 이야기가 바로 'In The Plex'에 쓰여있다.


He and two colleagues found themselves in a huge boardroom. Standing along the wall were about twenty carefully manicured executives in blue suits. (Rubin was in blue jeans.) The division head arrived, and, as if on cue, everyone sat down. Rubin gave his presentation, and the division head rocked with laughter. “You have eight people in your company,” said this executive. “And I have two thousand people working on something that’s not as ambitious.” It wasn’t a compliment.

-Part Five, Chapter 1, ‘In The Plex’ by Steven Levy.


영어라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다.

chatGPT 돌리고, 문장을 조금 손봤다.

(블루 수트, 블루 진 같은 언어 유희를 맛깔나게 옮길 능력은 없으므로 대충 내 맘대로 번역했다.)



그(앤디 루빈)는 두 명의 동료와 함께 (삼성의) 거대한 회의실에 자리를 잡았다.
벽을 따라 근사한 네이비 정장을 갖춰입은 약 20명의 임원들이 서 있었다.
(루빈은 청바지를 입고 있었다.)
부문장이 도착하자 모두가 신호에 맞춰 앉았다.

루빈이 발표를 끝내자, 부문장은 웃음을 터뜨렸다.
"당신의 회사에는 8명의 직원이 있군요. 그런데 우리 회사에는 별것 아닌 일에도 2천명이 넘는 사람들이 일하고 있답니다."
이는 칭찬이 아니었다.

-Part Five, Chapter 1, ‘In The Plex’ by Steven Levy.


당신의 회사에는 8명의 직원이 있군요.
그런데 우리 회사에는 별것 아닌 일에도 2천명이 넘는 사람들이 일하고 있답니다.



저 프레젠테이션이 끝난 몇 달 후, 앤디 루빈은 똑같은 프리젠테이션을 구글에서 진행했다. 구글은 빠르게 움직였다. 안드로이드를 단돈 5,000만 달러에 즉시 인수한 것이다. 그로부터 6년 후 안드로이드는 세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1위의 OS가 되었다.


무례하고, 오만한 태도를 보인 삼성전자 임원은 안드로이드를 인수할 수 있는 일생일대의 기회를 놓쳤다. 8명의 직원을 가진 스타트업이라고 무시하며 낄낄댔던 임원은 나중에 어떤 생각을 했을까. 그는 2,000명이 넘는 개발자로 과연 어떤 '역사에 남을' 소프트웨어 제품을 만들어냈을까. (물론, 나는 삼성이 당시 안드로이드를 인수했다면, 안드로이드는 지금과 같은 성공을 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제품의 성공은 조직문화와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세계시장 점유율 1위는, 오직 구글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여전히,

개발자가 많으면 좋은 제품이 나온다는 환상과 미신에 빠져있는 50대,60대 임원들이 많다. 그들은 '개발자만 있으면 우리도 테슬라,애플,구글처럼 할 수 있다.'고 착각한다. 조직문화와 인재밀도에 대한 기본적인 고민은 없다.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대기업 IT부문에서 그런 상식 이하의 사람들이 고위직을 차지하고 앉아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 임원들은 문화를 바꿀 생각은 안하고, 개발자 숫자를 늘이기 위한 대규모 채용에만 혈안이 되어있다. 그저그런 개발자를 낙하산으로 잔뜩 뽑아놓고, 마이크로매니징하며 각종 광팔이 프로젝트를 띄운다. 무턱대고 일정을 찍어놓고, 무지성 투더문을 외친다. (달은 커녕 동네 마실도 못가는 수준인데, 현실을 자각하지 못한다.)


당신네 제품이 그 모양 그 꼴인건,
개발자가 부족해서가 아니에요.


중요한건 A급 개발자의 숫자다. B급/C급/등외급 개발자들이 천명이든, 만명이든 아무리 많아봤자 소용없다. 'The Mythical Man-Month' 라는 책에도 잘 나와있지 않은가. 그저그런 개발자를 투입하면 할 수록 프로젝트는 더뎌지고 지연된다는 걸 우리는 경험으로 잘 알고 있다.


대체

"당신 회사에는 고작 8명이 있고, 우리 회사에는 2000명이 넘는 개발자가 투입되어 있다."는 자랑은 어떤 자신감에서 나오는 말인가. 자사 개발자들의 수준을 그는 알지 못했단 말인가. '천재 1명이 10만명을 먹여살린다.'고 했던 이건희 회장의 혜안은 어디로 사라진 것인가.


그것이 구글과 삼성전자의 결정적인 수준 차이였다. 현재 두 회사의 시가총액과 세계 IT시장에서의 위치를 결정짓게 한 미묘한 차이였다. 대한민국 국민의 입장에서 안타까운 사실이다.



예전부터 그래왔고, 앞으로도 핵심은 소프트웨어다.

앤디 루빈은 8명의 개발자와 함께 안드로이드를 만들어냈다.

스티브 잡스는 100명의 개발자와 함께 매킨토시를 만들어냈다.

삼성전자는 2000명의 개발자로 어떤 소프트웨어를 만들어냈는가.


여전히 궁금합니다.

정말, 개발자 많으면 좋은 제품이 나오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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