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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서 Feb 17. 2016

미국이 부럽다

오바마를 가진 미국

 특별히 미국에 대한 환상을 크게 가지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분명 헬조선보단 나을 것이며, 합리적일 것이라는 막연한 상상은 해본다. 이 곳 '헬조선'을 탈출할 수 있다면, 만약 그럴 수 만 있다면 내 아이를 위해서라도 그 환상속의 미국으로 당장이라도 달려 가고 싶은 마음도 있다. 하지만 당장 미국으로 가서 먹고살만한 능력도 없을 뿐더러, 모든걸 걸고 미국에서 새로운 도전을 할만할 용기도 사실 없다. 그래서 오늘도 이렇게 헬조선에서 한껏 웅크리고 숨쉬고 있다.


 내가 미국이 그래도 여기보다 나을 것이라는 환상을 갖게 된 데에는 몇가지 이유가 있다. 어린시절부터 주야장천 보았던 화려한 헐리웃 영화의 영향도 있을 것이고, 가끔씩 아주 가끔씩 맛보았던 미제 과자의 달콤함도 한 몫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중에 가장 내 마음을 움직였던 것은 바로, '멋진 지도자'의 존재여부였다. 물론 미국도 그간 좋은 지도자만을 가졌던 것은 아니다. 부시도 있고, 클린턴도 있었다. 하지만 우리나라와 비교해봤을때 상대적으로 훌륭한 지도자를 많이 가졌던 것은 분명하다. 내가 미국이 좋은 지도자를 가진것에 대해 정말 부럽다고 느낀것은 바로 아래 사진 한장 때문이었다. 그 전까지는 관심도 없었다.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 나왔구나. 그정도. 하지만 아래 사진을 보는 순간. 그냥 너무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런 사진이 나올 수 있다는 사실. 그 사실만으로 너무 부러웠다.

 사실, 별 사진은 아니다. 러시아의 그 분처럼 웃통을 까고 사냥총을 들고 박력있게 야생과 한판 승부를 벌이는 사진도 아니고, 우리나라의 어떤 분처럼 혼자 물을 떠 드시는 '못말리는' 모습도 아니다. 그냥 그저 청소부와 주먹으로 하이파이브(?) 를 하는 모습인데. 어쩐지 모르게 울컥해버렸다. 아마 서민들은 개,돼지 이므로 대충 밟고 무시해버리면 금방 사그라든다고 생각하는 우리나라 지도층의 모습과 비교가 되어서 그랬을 수도 있다. 헬조선에 사는 자의 비애가 저 사진을 보고 폭발했는지도 모르겠다.


멋진 지도자의 존재 여부, 이게 굉장히 중요하다.


 예전에는 우리나라에서 벌어지는 말도 안되는 비상식적인 상황들이 단순히 지도층의 문제때문이라고만 생각했었다.  "왜 우리에겐 저런 지도자가 없지? 저런 사람 하나만 있으면 사회가 좀 더 나아질텐데 ㅠㅠ" 라고 초등학생처럼 순진하게 생각했었다. 하지만 요즘들어 드는 생각은, 단순히 지도층의 문제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건 지난번에 쓴 글과 통하는 면이 있는데, 전체적으로 꼰대가 많다는 것에서 출발할 수 있을 듯 싶다. 나이든 꼰대들이 많다보니, 지도층으로 올라가는 꼰대들의 비율도 당연히 많고, 꼰대가 꼰대를 끌어주는 소름끼치는 상황이 계속 반복되니 이렇게 비.상.식.적.인 사회로 거듭 진화해 나가는 것이다. 이건 어느순간 딱 끊고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왜냐면 멋진 지도자가 우연히, 아주 우연히 등장한다 치더라도 이미 그 주변에 우글대는 꼰대들이 (마치 백혈구가 바이러스 처리하듯) 본인들의 생존을 위해 비상식적인 일들을 벌일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은 모든 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겉으로는 대한민국 저출산을 걱정하고, 청년들의 상실감에 우려를 표하는 어른들은 자신들의 자리를 보전하기 위해 부조리를 아무렇지않게 지시한다. 꼰대들은 본인이 가진 철학이나 사상. 이런건 없다. 단지 상위자의 비위를 맞추면 그만. 그런 사람들이 우글대는 세상에서, 오바마같은 사람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매우 무리라고 생각한다. 우리도 한번 그런 사람을 가져본 적이 있다. 그 결과가 어땠는지는 잘 기억하고 있다.


모든 국민은, 그 수준에 걸맞는 지도자를 가진다.

우린 준비가 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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