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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서 Mar 15. 2024

영동설렁탕, 신사동 술꾼들의 성지


신사동에 술꾼들이 많이 출몰하는 24시간 설렁탕집이 있단다. 국밥러버로서 안 가볼 수 없지.

밤늦게 영동설렁탕을 찾았다. (걸어갔다, 꽤 멀더라.)

영동설렁탕


입장했다. 사람이 많다.


메뉴는 단 두개. 설렁팅과 수육. 설렁탕이 14,000원이다. 만만한 가격은 아니다.

메뉴판이 심플하다


김치통, 소금통, 파통 등이 테이블 한켠에 놓여있다.


이 주전자엔 깍두기 국물이 들어있는데, 설렁탕에 부어서 먹으면 된다.


반찬은 석박지와 김치. 통에 들어있는 걸 꺼내서 가위로 잘라 먹는다.


설렁탕이 나왔다. 거짓말 좀 보태서 ‘여기 설렁탕 주세요’라는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나온 듯. 진짜 빨리 나오네.


신선설렁탕 류의 하얀 국물이 아니라, 맑은 국물이다. 고기와 소면국수가 들어있다. 팔팔 끓지 않게 나와서 실망했다. 미지근한 것보다 조금더 따뜻한 느낌이다. 소면도, 고기도 차가운 채로 두었다가 뎁힌 국물을 부어서 빠르게 내기 때문인 듯 하다. 바글바글 끓여서 내는 집이 아니다.


고기와 뼈를 넣고 끓인 국물 특유의 꼬릿한 냄새가 진하다. 이 부분에서 호불호가 갈릴 수 있겠다. 나는 파를 좋아해서 잔뜩 넣었다.

파 많이


건더기가 푸짐하다. 고기를 부족하지 않게 넣어준다.


밥을 말았다.


김치도 올려봤다. 석박지는 시원한 치킨무에 가까운 새콤한 느낌이다. 나는 김치쪽이 마음에 든다.


맛은.


조미료 듬뿍 넣은, 레토르트 설렁탕 맛이다. 묘하게 불편한 MSG 맛. 먹고나서는 계속 입 속이 끈적끈적한 그런 느낌 읺잖은가.


소면 얘길 안 할수 없다.


국물에 담겨 나오는 소면이 별로였는데, 먹지 못할 수준이었다. 국수가 삶은지 오래돼서 그런지 이미 반쯤 불어 퍼져있다. 입 안에 들어가면 기분 나쁘게 풀어져 식감이 안좋다. 왜 그 너무 불어터진 라면을 먹을 때의 불쾌함 있잖는가. 진한 밀가루 덩어리를 그대로 씹는 느낌. 숟가락으로 밥을 퍼먹으면 국수가락이 어쩔 수 없이 딸려오는데, 불쾌한 식감이 쌓이고 쌓여 숟가락을 멈칫멈칫하게 만든다. 혹시 방문하실 분들은, 국수는 안넣는게 좋겠다.


결국, 다 못 먹고 남겼다.


개인적으로 두번, 세번 찾을 정도의 맛은 아니다. 게다가 한 그릇에 14,000원이라는 가격은 쉽게 납득하기 힘들다. 혹시 강남에서 새벽 3시쯤 술에 만취한 상태에서 국밥집을 찾는다면 모를까, 제 정신에 다시 올 일은 없을 듯 하다. 세상엔 더 맛있는 국밥집이 많을테니, 다른 곳을 찾아봐야겠다.


이런 날도 있는거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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